외로운 밤들을 지새운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외로운 밤들을 지새운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작성자 초희

출근길에 만난 문장

외로운 밤들을 지새운 후에야 비로소 어른이 된다

초희
초희
@shooin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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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산문집, '그저 말할 수만 있다면, 귀를 기울일 수만 있다면' 글 중에서(2018년 마음의숲에서 발행)

서울에서 홀로 살기 시작한지 어언 5년이 다 되어 갑니다. 본가를 떠나 홀로의 생활을 꾸리게 되었을 때 마냥 신이 났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겠구나, 온전한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었죠.

그런데 경이로울 것만 같았던 혼자의 나날은 참 힘들기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조용한 적막이었죠. 홀로 깊은 물속에 잠긴 것만 같은 그 철저한 고요 속에서 저는 자주 고독을 느꼈습니다. 참 이상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면 애써 방문을 꼭 걸어 잠글 정도로 혼자가 되고 싶었던 나인데, 대체 무엇이 변한 걸까요.

혼자 산다는 건 '인생은 혼자'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하루하루 처절하게 체감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달마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세와 공과금은 내 몸 하나 건사할 사람이 오로지 나 하나라는 사실을 매번 뼈아프게 각인시켰죠. 고층 건물들이 비죽비죽 솟아 있는 서울의 밤거리를 걸으며 홀로인 집으로 돌아갈 때면 문득 서늘한 두려움이 온마음을 좀먹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더디게 지나갔습니다. 지난한 홀로서기의 과정은 저를 꽤나 다른 사람으로 바꿔 놓았죠. 가장 달라진 건 타인들의 말을 한 번 더 곱씹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스치듯 오가는 말 속에서 그도 홀로를 견뎌 보았던 사람이란 걸 알게 되면, 액체 손난로 속 동그란 금속이 툭 부러진듯 온마음에 따스한 연민이 찌르르 퍼지곤 했죠.

홀로인 시간을 온통 보내고나서야 아이는 비로소 타인을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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