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 무조건 피해야 할 좌초자산 #대왕고래 #화석연료 #국민연금지켜
작성자 빅웨이브
큰손들의 기후투자
투자 시 무조건 피해야 할 좌초자산 #대왕고래 #화석연료 #국민연금지켜

이번 글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세계 최대 연기금들의 기후투자와 정확히 반대로 가는 반면교사 사례를 살펴보려고 해요. 기후리스크 대응할 때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피하지 않았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좌초자산"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가치가 떨어지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말해요. 특히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죠. 최근에는 석탄, 석유화학, 정유 등 화석연료 기반 산업이나 조선, 철강 같은 고탄소 배출 산업이 좌초자산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관련 규제도 강화되고 있거든요. 이로 인해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 대왕고래, 설령 시추 성공한대도 수익 보장될까?
최근 동해 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시추에 실패했죠. 이에 따라 투입된 예산 1000억 원과 관련된 연계 사업들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요. 사업 시작 단계부터 다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함께 있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 아직 순수한 '좌초자산' 사례라 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설령 석유나 가스가 나온다 하더라도 경제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에너지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 중인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좌초자산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가스 수요가 79% 감소하며, 석유 또한 7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책상으로도 불과 13년 사이에 LNG 발전에 사용되는 가스 수요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하고요. 가스 인프라 자체가 좌초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아마 대왕고래는 가스가 나오든 안 나오든 좌초자산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100조 손실
2019년 IEEFA(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lackRock이 기후 위기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투자로 인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9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해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특히 이 손실의 약 70%가 엑손모빌(ExxonMobil), 셰브론(Chevron),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BP와 같은 세계적인 석유기업들에 대한 투자에서 발생했다고 해요. 이 기업들이 시장의 기대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 투자금 회수 실패하고 문 닫은 석탄발전소들
폴란드에서는 오스트로테카 석탄발전소 건설이 자금 조달 문제로 2012년에 중단됐어요. 게다가 발전소를 소유한 기업들은 좌초자산이 될 게 뻔한 석탄 발전소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했대요. 결국 2020년 2월, 12억 유로(약 1조 7천억 원)의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일의 경우도 비슷해요. 무어부르크 지역에 2015년 지어진 석탄발전소가 있어요. 이 발전소는 건설하는 데만 30억 유로(약 4조 1800억 원)가 들었는데, 독일의 석탄 퇴출 정책으로 인해 2038년에 문을 닫아야 해요. 이로 인해 예상되는 손실이 무려 10억 유로(약 1조 4000억 원)나 된대요. 가동 예상 연한보다 훨씬 일찍 폐쇄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 거죠.
이런 사례들을 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는 좌초자산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요. 2017년 기준으로 한국 제조업의 40.5%(생산액 기준)가 좌초위기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해요.
이쯤에서 우리나라 국민연금 상황을 한번 짚고 가려고 해요. 국민연금은 리스크 피해서 투자 잘 하고 있는 거 맞나? 안그래도 저출생, 빠른 은퇴, 지체되는 개혁 등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들 때문에 국민들, 특히 2-30대가 불안에 떨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나마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던 국민연금 투자마저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대왕고래 같은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면?
불안하게도 국민연금은 좌초자산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심지어 2021년 5월에 '탈석탄 선언'을 했는데, 바로 다음 해에 석탄투자를 1조 6700억 원 늘렸어요.
아래 표를 보면 위에서 블랙록이 대규모 손실 봤던 투자 기업들과 많이 겹치네요.

국내 기업들에도 하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위 안에 드는 5곳 투자를 늘렸어요. 국내 주요 석탄발전 회사인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 채권 투자도 85.4%나 증가했고요.

게다가 ESG를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책임투자' 자산 규모를 부풀렸다는 논란까지 일으켰어요. 저희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따라하는 게 염려되는 이유예요.
더 큰 문제는 저 투자기금이 다 우리의 연금이라는 거죠. 국민연금이 우리 노후를 최소한으로 지원하려면 그나마 장기투자를 잘 해야 하는데, 장기수익에 쥐약인 좌초자산 투자가 계속된다면 심각할 텐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