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마저 대비하는 거대한 기후리스크 파도
작성자 빅웨이브
큰손들의 기후투자
트럼프마저 대비하는 거대한 기후리스크 파도

재집권한 트럼프는 "기후위기는 사기"라 외치며 취임 날 보란 듯이 파리 기후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이에 따라 화석 연료가 부활하고 기후 산업 투자가 축소되는 등 국제사회 기후대응도 퇴행할 거라는 뉴스들도 쏟아져나왔죠.
하지만 트럼프의 거센 언행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들 또한 제법 나오고 있어요. 그 근거들이 꽤나 설득력 있었고요.
🙅 오히려 공화당이 지키려 하는 친환경 정책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약 500조 재정을 청정 에너지에 투자하고, 전기차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와 기술 투자비에 세액을 공제해주는,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 친환경 정책입니다. 역시나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이 IRA를 폐지하겠다는 선언을 했고요. 그런데 오히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에서 청정 세액 공제를 유지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합니다.
공화당 소속 지역들이 IRA 혜택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고(출처 : 아래 기후솔루션 유튜브), 석유 해상시추에 대한 부정적인 주민 여론, 제조업들의 국외 유출 우려, 이미 지급된 세액공제 회수의 어려움 등 여러 이유로 당 안팎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고 해요.(출처 : 비즈니스 포스트)
🤥 사실상 기후위기를 전제로 한 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의지
트럼프는 그린란드 차지를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왔어요. 처음에 미국인들은 왜 그런 가치 없는 땅에 돈을 쓰려고 하는지 의아해했지만, 지금은 그 이유가 공공연해졌습니다. 현재 기후위기 추세로 2030년에 여름이 되어도 얼지 않을 수준으로 북극해가 녹으면 동북아시아가 미국이나 유럽으로 무역하러 갈 때 북극 동쪽을 통하게 될 텐데, 그쪽에 있는 그린란드를 차지해서 그 무역 길을 통제하려 한다는 거죠.

결국 대외적으로는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위기를 부정하면서, 실은 그 기후위기로 그린란드 가치가 오를 거라는 데 배팅한 겁니다. 뼛속까지 사업가인 트럼프는, 어쩌면 화석연료를 늘려 지구 온도 상승이 가속화되면 그린란드 가치가 더 올라갈 거라는 그림을 그리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침착맨 유튜브에서 타일러가 잠깐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주 명료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 17분 12초 시작)
🇺🇸 이미 미국에서 화석연료보다 강력히 자리 잡은 경쟁력, 재생에너지
미국 많은 주에서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더 저렴해졌고, 미국이 가진 강력한 경쟁우위 수단도 석탄이 아닌 그린수소라고 합니다. 아직 미국 그린수소 생산원가를 유럽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출처 : 경향신문 '트럼프도 못 막는 재생에너지 이행의 시대)
🌊 되돌리기 어려울 글로벌 ESG 트렌드
ESG 공시, ESG 투자 등 글로벌 ESG 트렌드 또한 그렇습니다. 트럼프로 인해 ESG 자산 유입과 투자가 잠시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ESG 자산의 약 70%는 유럽이 차지하고 있어 유럽 정책이 더 영향력 있는 변수이기에 그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는 겁니다.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경쟁력을 청정산업으로 가져갈 거라고 그 방향성을 언급했고요. (출처 : 한경 ESG)
기후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리스크에는 2가지 종류가 있어요.
물리적 리스크 : 폭염, 홍수, 태풍, 산불, 기온상승, 강수량, 식량생산, 해수면 상승 등 물리적 재해로 인한 손해
국민기업 포스코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볼게요. 포스코의 물리적 리스크 예시는 2022년 포항제철소를 물에 잠기게 해서 그 해 영업이익을 반토막 낸 슈퍼태풍 힌남노가 있어요. 공장 위치가 해안가라서 해수면 상승 때문에 단발성 재해가 아니라 계속 이러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고요.
출처 : 금속노조 (2차 출처 : 오마이뉴스)
전환(이행) 리스크 : 탄소 줄이는 사회로 전환할 때 바뀔 정책, 규제, 기술, 수요 변화 등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손해
전환리스크는 예시는 바로 포스코의 고탄소 철강입니다. 유럽연합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철강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건데, 그러면 포스코는 분기 영업 이익 10배를 탄소국경세에 써야 할 수 있거든요. (출처 : 오마이뉴스) 공정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철강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도무지 수출을 할 수가 없겠죠.
2차 출처 : KOSIF, 1차 출처 : 한국은행 2차 출처 : KOSIF, 1차 출처 : 한국은행
이런 식으로 물리적리스크와 전환리스크가 더해지면 투자위기가 옵니다. 실제로 기후대응 미비를 이유로 2024년에는 포스코의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반토막 나고 말았죠.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 ESG 공시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기후리스크 요인은 다른 글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게요.
저희는 ESG, 금융업 분야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입니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투자와 연금에 대한 공부를 하다가,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들이 공통적으로 기후 관련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이 쪽으로 방향을 살짝 전환해서 조사를 시작했죠.
✅ 연기금 따라 주식하는 건 입증된 방법이에요

연기금은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해 국민들이 맡긴 연금을 관리하고 불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기관입니다. 일개 시민인 우리에게는 가늠이 안 될 정도로 큰 돈을 굴리기 위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뜨고 지는 분야가 무엇일지 누구보다 빠르고 현명하게 답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특히 연기금은 중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질 높은 성과가 많은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요. 투자 전문가들처럼 실시간으로 시장을 살필 수 없는 저희 같은 대부분의 평범한 일반인들은 장기적으로 업혀가기 좋은 큰 손을 찾는 게 가성비가 좋겠죠.
✅ 연기금들의 투자 활동은 시장 흐름을 좌우해요
우리는 국민연금 수익 대부분이 세금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투자로 버는 수익이 훨씬 큽니다. 국민연금 자산의 많은 비중이 투자 시장에 들어가 있는데, 그 규모가 큰 만큼 영향력도 어마어마해요. 소비, 저축, 고용, 임금, 금리 등 광범위한 경제변수에 영향을 주고, 조성과 운용 방식에 따라 자금 흐름을 변화시킵니다. 국민 노후 대비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와 자본 시장에서의 역할까지, 연기금은 그 특성상 엄청나게 중대하고 복합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 잘나가는 해외 연기금들이 기후대응을 하고 있어요

위에서 말한 두 이유로 규모가 큰 해외 공적 연기금들을 살펴본 결과 공통적으로 발견한 요소가 적극적 기후 활동이었습니다. 그 활동에는 기후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 외에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는 비교적 가벼운 행동부터 앞으로 좌초될 거라 판단되는 석탄 산업에서 투자를 배제하는 강력한 행동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요. 아직 이러한 기후 행동들로 당장 수익을 봤다는 데이터가 나오는 단계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장기 수익과 리스크 대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 기후 투자라는 시그널은 확실한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규모 면에서 세계 3위에 달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3년 전에 석탄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탈석탄' 선언한 것 말고는 실질적인 행동이나 계획이 보이지 않는 게 좀 의아했습니다)
투자 전문가까지는 아니라서 당연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저희가 직무를 통해 나름대로 쌓아온 경험과 시각, 그리고 이번에 해외 연기금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사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결국 시장은 기후대응이라는 거시적 흐름을 따라가고 있고, 트럼프가 재집권했다고 해서(사실은 트럼프도 인정하고 있기에) 그 흐름은 결코 한순간에 바뀌지 않을거라 판단을 내리게 되었어요.
다음 글부터는 그러한 판단을 내린 근거들, 그러니까 기후 관련 요소들이 어떻게 투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해외 최상위 연기금들은 어떤 식으로 기후리스크 대응을 해왔는지 나누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