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풋살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작성자 세이
어쩌다 풋살!
그러니까, 풋살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공과는 늘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날아오는 공은 무서워서 피했고, 굴려야 하는 공은 힘들어서 피했으며, 던져야 하는 공은 버거워서 피했다.
공과 거리가 멀어도 삶에 지장이 있지는 않았다. 체육 시간에 공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던 여학생은 드물었으며, 공놀이하지 않고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공과 거리가 먼 나의 삶은 숨을 쉬면 공기가 밀려 들어오는 것처럼 굉장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이렇게 헐렁해진 몸뚱아리로 그대로 나이 들어 죽게 되는 건가? 지금도 버거운데? 앞으로는 (자의든 타의든)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는데 남은 삶이 너무 아득하잖아!"
출근도 힘들고, 일도 힘들고, 퇴근해도 힘들었다. 만성 체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나의 삶은 언제나 피곤했다. 젊을 때는 체력으로 버틴다는데 나는 그 기초 체력조차 없었다! 나의 체력은 운동과 거리두기 해온 세월만큼 돌려받은 나의 업보였다.
업보 청산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 운동을 하자! 그럼 어떤 운동을 해야 하지?
원래 그런 거였다. 운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이유는 핑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냥 시작하면 되지만 어림도 없지! 그럴 거면 이 긴 세월을 운동과 함께하지 않으며 아득바득 버틸 리 없었다.
그렇게 올해의 운동 다짐도 체계적으로 세우다 스르르 무너지는 모양새였다.

마침, 이런저런 핑계로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던 나의 갈대 같은 마음을 간파한 친구의 연락이 평생을 공놀이와 거리두기 해오던 나의 월요일을 바꿔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어쩌다 보니 월요일마다 풋살화를 들고 출근 중이고
어쩌다 보니 동네방네 풋살하고 다니는 걸 소문내고 있고
어쩌다 보니 풋살을 더 잘하고 싶어서 러닝을 시작하게 됐고
어쩌다 보니 골도 넣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풋살 이야기도 쓰게 되었다
비틀거리는 두 다리로 어떻게든 풋살을 '해내고'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 풀어서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