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라마가 유행이 된 이유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9월 30일 아티클이에요!
실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정, 눈빛, 감정.. 이런 것들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우들의 열연에 더해 애드리브까지 이제는 작품의 일부가 되는 걸 보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콘텐츠계의 큰 축이 되고 있는 AI 드라마를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AI가 이전보다 훨씬 발전했기 때문도 있겠지만요. AI라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있었어요. 똑같이 AI로 만들었지만 추구하는 재미는 완전히 다른 두 AI 드라마로 그 강점을 파헤쳐볼게요!
분명 본 것 같은 장면인데요
배시시 웃음이 지어진다는 표현이 딱 맞는 장면이에요.

몽땅거침없이순풍감자별(@Koreasitcom)은 2000년대의 한국 시트콤을 AI로 재현했어요.
이름도 시트콤에서 따왔고요.
무언가 필터를 씌운 것처럼 뽀얀 화면, 그때 유행했던 헤어스타일과 패션, 오글거리는 대사와 연기까지. "그땐 그랬지" 추억에 잠겨 미소가 지어지는데요.
이 장면들 대부분 실제 과거 시트콤의 한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왜 재밌게 보는 걸까요?

사실 옛날 드라마를 다시 보는 추억은 이미 검증된 콘텐츠거리예요. 과거의 드라마나 영화를 조각조각 잘라서 만든 숏폼은 추억의 작품을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밈으로 만들어지기도 해요.
이 계정은 여기에 살짝 틀어 AI를 더했어요. 분명 얼굴은 닮았는데 떠오르는 그 배우는 아니고요. 나름 퀄리티도 좋아서 "이거 AI였다고?"라는 신선함까지 줘요. 익숙한 장면인데 새롭게 보여요.
더군다나 옛날 드라마는 AI와 의외로 궁합이 좋아요. 평소라면 어색하게 느껴졌을 AI 특유의 표정이나 질감도 과장된 표정이나 연기, 뚜렷하지 않은 화면 등이 특징인 옛날 TV와 묘하게 어우러졌거든요.
무엇보다 '추억'은 공감대를 만들고 함께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이기도 해요. 오글거리는 연애 방식, 유행했던 패션과 말투를 보면서 특정 드라마의 줄거리보다 "기억나? 우리 이랬잖아" 추억이 먼저 떠올라요.
SNS가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는 곳보다는 누군가에게 공유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곳에 가깝다는 점을 잘 파고든 거예요. 검증된 콘텐츠 포맷을 활용하고, AI로 새롭게 볼 이유를 만들고, 추억이라는 SNS와 잘 어우러지는 요소까지 섞인 AI 드라마예요.
작은 취향까지 드라마가 돼요
이번에는 오히려 본 적이 없는 드라마예요.

려스튜디오(@ryeo.studio.ai)의 AI 드라마는 그야말로 트렌디해요.
<회피형이 안정형 정병 만드는 법>이라는 제목에서 회피형과 안정형은 SNS에서 자주 논쟁이 벌어지는 소재거든요. 마치 MBTI처럼 "이때, 이 유형은 어떻게 할까?", "회피형 특징"하면서요.
그렇다고 이 주제로 실제 사람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어떨까요? 현실적으로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건 기본이고요. 사실 인기가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SNS에서 핫한 소재라고 하더라도 이건 작은 취향의 영역이거든요.
AI는 이 걱정을 덜어줘요. 방금 막 떠오른 이야기, 또는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를 바로 콘텐츠로 만들어볼 수 있으니까요. 긴 시간을 들여 모두가 좋아할 이야기를 만들 필요가 없어요.
'회피형 연애에 관심 있거나, 또는 고민이 있는 사람', 'MBTI 과몰입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작은 취향을 노리고 다가갈 수 있어요.
게다가 이런 취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도 좋아요. 회피형은 어떤 표정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두 사람은 어떤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지 상상을 시각화할 수 있어요. 만화적인 요소랑도 비슷하게 느껴지죠.
덧붙이자면 비현실적으로 잘 생기고, 예쁜 외모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더해요. 실제로 댓글을 보면 외모에 대한 반응이 눈에 띄는데요. 이 관심은 현실까지 이어졌어요.

AI 드라마에서 화장품 광고를 진행했거든요. 분명 AI로 만들어진 배우임에도 댓글을 보면 주인공의 화장법, 패션 등을 궁금해 해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더라도 누군가의 추구미가 될 수 있는 거죠. "저렇게 입고 싶다", "저런 분위기를 내고 싶다"는 마음의 대상이 꼭 실제 사람일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물론 무조건 비현실적이고 완벽한 외모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AI가 비슷한 외모를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미의 기준을 획일화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죠. 핵심은 예쁘게 만들기가 아니라, 어떤 모습과 취향을 보여줄 것이냐일 거예요.
이렇게 보면 AI는 머릿속에만 있던 취향을 눈앞에 바로 만들어주는 도구예요. 취향이나 트렌드가 잘게 쪼개지는 요즘 시대에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AI 콘텐츠의 다음 유행은 뭘까요?
두 드라마의 방향성은 좀 다르지만 AI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보통 AI로 만든 광고나 콘텐츠에 거부감을 느낄 때는 AI여야 하는 이유 없이 그냥 사람을 대체하려 했기 때문일 거예요. 두 드라마도 결국 사람을 대체했지만 결과는 달랐어요. 하나는 추억을, 하나는 취향을 AI로 보여줬으니까요.
"AI 기술이 발전하면 이제 진짜 사람과 구별이 어려워질 거야"라는 말이 자주 들려요. 실제로 그 단계까지 빠르게 가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과, AI를 잘 활용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AI로 다양한 콘텐츠가 탄생하고 유행하겠지만요. 얼마나 진짜 같은지보다 "AI라서 더 재미있는 건 뭘까"가 더 궁금해져요.
※ 이 글은 박승준 큐레터 에디터가 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