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꿀잠 잔다는 인스타 영양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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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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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꿀잠 잔다는 인스타 영양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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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3월 16일 아티클이에요!


잠이 안 오는 밤, 우리는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그리고 검색창에 이렇게 입력하죠.

'수면 영양제 추천', '멜라토닌 효과', '꿀잠 비법'

잠은 언제부터인가 참아야 할 생리 현상이 아니라, 구매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 잠을 일찍 자고, 불면증을 겪은 적은 거의 없어서 '수면 영양제'를 검색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늦은 밤까지 잠을 못 이루는 지인들이 여러 명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멜라토닌, 트립토판 등 다양한 영양제, 성분, 제품의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양질의 수면을 꿈꾸죠. 일부 사람들은 지독한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일반적인 사람들도 잠에 드는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앞서 이야기한 제품, 성분을 검색해보죠.

문제는 잠을 둘러싼 광고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수많은 제품, 기술,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꿀잠을 가져다준다는 확신 아래 마케팅 활동을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잠을 팔아 돈을 버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잠을 파는 산업, 슬리포노믹스의 구조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는 수면의 부족, 피로, 불안을 경제적 기회로 전환한 시장 구조 전체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수면 관련 제품, 서비스만을 한정 짓진 않죠. 그래서 슬리포노믹스는 잠을 개인의 생활 습관의 문제로 보지 않고 소비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결핍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국내 수면 관련 시장은 2011년 약 4,800억 원 수준에서 2022년 약 3조 원 규모로 10년 사이에 6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 흐름은 더 가속화되어, 일부 분석에서는 2025년 국내 수면 시장 규모가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시장도 비슷합니다.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20년 기준 598억 달러였는데요. 2030년이 되면 약 11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와 앱, 데이터 기반 슬립테크 영역까지 포함하면 성장 곡선은 더욱 가파릅니다. 수면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상업화되고 있는 일상 영역 중 하나가 된 거예요.

하지만 시장에서 실제로 파는 것은 잠 그 자체가 아니라 '통제감'입니다. 영양제는 이 성분 하나면 숙면이 온다고 말하고, 웨어러블 기기는 오늘의 수면 점수를 보여주며, 앱은 개인 맞춤 수면 루틴을 약속합니다. 이 모든 메시지는 하나로 모이죠. 당신이 이 제품, 서비스를 통해 당신의 잠을 관리할 수 있고, 이 관리는 구매를 통해 가능하다는 믿음이에요.

문제는 잠이 원래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신기하게도 의식해서 "내가 얼마나 잠을 자고 있지? 나의 램 수면은 어떻지?" 잠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록 우리 몸은 더 예민해집니다. 그리고 통제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것 같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광고는 설명하지 않는다, 단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수면 광고 시장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정보 부족?

아니요. 오히려 설명을 의도적으로 제거하고 단정적인 결론만 남기면서 구매를 유도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광고 메시지가 넘쳐나는데 정작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습니다.

누구에게 필요하지? 얼마나 먹어야 하지? 언제까지 사용해야 하지?

이러한 정보 대신 광고는 맥락을 지우고 결과만 보여주죠. 왜냐하면 단순히 과장을 하기 보다는 소비자의 판단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이 상황 속에서 멜라토닌은 가장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광고에서도, 지인들의 이야기에서도 한결같이 '멜라토닌'에 대한 찬양이 넘칩니다.

마치 수면 스위치인 것처럼 묘사하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멜라토닌은 수면을 강제로 유도하는 성분이 아니라,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에요. 이 차이를 광고에선 거의 언급하지 않죠.

굳이 생체 리듬을 맞춘다는 복잡한 설명을 하기 보다는 "먹으면 꿀잠잔다" 메시지만 남기는 거예요. 그 결과 소비자는 잠이 오지 않는 원인을 생활 리듬이나 환경이 아니라, 멜라토닌 부족이라는 단일 원인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문제의 정의가 바뀌는 순간, 해결책은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동하는 거죠.

경계 흐리기

수면 시장에서 자주 활용되는 또 하나의 전략은 경계 흐리기입니다. 치료와 관리, 단기 사용과 장기 복용, 약과 보조제의 차이는 광고 속에서 점점 희미해집니다.

이러한 문장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는 "장기적으로 계속 써도 된다"라는 메시지로 바뀌어 들립니다. 그 결과 수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의존 구조만 강화되는 겁니다.

잠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광고

아이러니한 점은 잠을 돕는다는 이 광고들이 실제로는 잠을 더 방해한다는 사실입니다. 수면 광고의 대부분은 잠자기 직전, 스마트폰 화면에서 소비됩니다. 우리는 이미 자기 전 화면 노출과 정보 과잉이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광고는 이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죠. 리뷰를 보여주거나, 제품을 비교하고 추천하고 랭킹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수많은 정보, 광고 속에서 잠들기 전까지 무엇을 사야 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의 과정 자체가 이미 잠과 가장 멀어지는 행동이죠.

수면 산업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습니다. "더하라"는 메시지입니다. 더 먹고, 더 관리하고, 더 측정하라는 요구입니다. 반대로 의료 전문가들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정반대입니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불빛을 낮추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는 조언입니다. 이 조언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빼라, 덜어내라" 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개인에게 있어 돈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 메시지가 중심이 되기 어렵습니다. '빼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많고 모든 방향이 구매로만 향하고 있어요. 그리고 광고는 끊임없이 이야기하죠.

"당신의 잠은 문제 있고,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이 메시지가 반복될수록 소비자는 자신의 몸을 신뢰하지 못하게 됩니다. 잠은 점점 더 불안의 대상이 되고, 불안은 다시 소비를 부릅니다. 이 악순환이 바로 슬리포노믹스의 핵심 구조입니다.

잠은 장바구니에 담을 수 없습니다. 잠은 장바구니를 비우고, 손에 쥔 것을 놓았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손님입니다. 오늘 밤, 당신은 잠을 위해 또 무언가를 결제하고 있나요, 아니면 잠을 방해하는 것들을 끄고 있나요?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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