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로 배우는, 팔리는 콘텐츠 전략 3가지
작성자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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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로 배우는, 팔리는 콘텐츠 전략 3가지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1월 22일 아티클이에요!
모든 기획자가 원하는 건 하나입니다. 단순히 '잘 만든 콘텐츠'를 넘어선 '팔리는 콘텐츠'죠.
<흑백요리사>는 그 질문에 꽤 명확한 답을 보여줬습니다. PPL은 거슬리지 않았고,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출연자는 많았지만 누구도 쉽게 잊히지 않았고, ‘극한의 조합’이라는 설정은 과감했지만 억지스럽지 않았어요.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성공은 우연이 아닙니다. 광고를 배치하는 법, 사람을 자산으로 만드는 법, 조합을 설계하는 법을 처음부터 기획 단계에서 정확히 계산한 콘텐츠였습니다.
그렇다면 <흑백요리사>는 어떻게 '팔리는 기획'을 완성했을까요? 단순한 예능을 넘어 마케팅 사례로 읽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3가지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팔리는 기획 1.
PPL, 광고가 아니라 '무기'가 되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PPL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광고가 개입해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그동안 이야기보다 광고가 앞서는 사례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PPL은 '노출은 됐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는' 결과로 끝나곤 합니다.
<흑백요리사>는 이 공식을 정반대로 뒤집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PPL은 단순한 노출 대상이 아니라, 콘텐츠의 몰입을 돕는 장치로 설계됐거든요. 한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한샘: 브랜드는 배경이 아니라 '무대'가 되었다
<흑백요리사>에서 한샘 주방 가구는 단순한 배경 세트가 아닙니다. 이 주방은 셰프들이 자신의 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퍼포먼스의 무대에 가깝습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움직여도 동선이 겹치지 않고,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조리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초대형 팬트리장 등 주방 가구들은 셰프들이 경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됩니다.
시청자는 한샘을 ‘이 브랜드가 좋습니다’라는 메시지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느끼죠.
한샘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셰프의 실력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브랜드가 튀지 않는데도 강하게 각인되는 이유입니다.
왜 이 PPL은 거부감이 없었을까
<흑백요리사>의 PPL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해당 브랜드들이 콘텐츠의 '배경'이 아니라 콘텐츠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쓰였기 때문이죠.
한샘은 요리를 보여주기 위한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때 브랜드는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능으로 증명하죠. 이제 좋은 PPL은 자연스러운 광고 수준을 넘어서야 합니다. 없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합니다.
<흑백요리사>의 한샘 PPL이 강력했던 이유는 ‘서사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서사를 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요즘 콘텐츠에서 말하는 ‘없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 PPL’입니다. <흑백요리사>는 광고를 숨긴 것이 아니라, 광고의 역할 자체를 다시 정의한 기획이었습니다.
팔리는 기획 2.
출연자가 아니라 '캐릭터'를 팝니다
<흑백요리사>가 다른 요리 예능과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은 ‘누가 우승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남았는가’에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소비하지 않았어요. 대신 서사가 부여된 개인, 즉 걸어 다니는 IP를 만들어냈습니다.
실력보다 중요한 것: '서사가 붙은 사람'
<흑백요리사> 속 셰프들은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전문가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실패의 책임을 스스로 감당하며, 때로는 경쟁자를 돕고, 협업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죠.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기억하는 것은 접시 위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태도로 요리를 대했는가’입니다. ‘이 셰프는 무리수가 되더라도 새로움에 도전하는 사람인가?’, ‘이 셰프는 혼자보다 팀을 선택하는 사람인가?’ 이렇게 반복되는 선택의 패턴이 쌓이면서, 출연자는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는 곧 IP가 됩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많다. '이야기를 가진 사람'은 적다
요즘은 요리를 잘하는 셰프를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왜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죠. <흑백요리사>는 이 질문에 서사로 답합니다.
성장하는 사람, 고뇌하는 사람, 실패해도 다시 선택하는 사람
이 인간적인 면모는 시청자로 하여금 ‘이 사람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감정을 만들어요. 그 순간부터 출연자는 프로그램 안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 가능한 IP가 됩니다.
종영 이후에 시작되는 'IP 낙수 효과'
이 IP 설계의 진가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드러납니다. 출연 셰프의 식당 예약은 몇 달치가 마감되고, 개인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급증하며, 브랜드 협업 제안이 쏟아지죠.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흑백요리사>는 처음부터 종영 이후를 전제로 캐릭터를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방송은 IP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메인 무대였고 유튜브, 브랜드 협업은 그 IP가 확장되는 다음 스테이지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심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낙수 효과'처럼 개인의 비즈니스와 브랜드로 이어집니다.
실제 GS25, CJ제일제당 등 다양한 F&B 기업들은 흑백요리사2의 주요 셰프들과 협업 상품을 출시하고 있고요. 주요 출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다른 셰프의 채널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은 미공개 클립, 애프터서비스: 암흑요리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마케팅적으로 강력한 이유
광고는 사라지지만, 사람은 남습니다. <흑백요리사>는 브랜드 메시지를 직접 외치지 않았지만, 사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그래서 시청자는 프로그램을 소비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계를 맺었다고 느끼죠.
이게 바로 콘텐츠 IP 전략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여준 게 아니라, 선택하고 흔들리고 성장하는 사람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팔리는 기획 3.
극단의 조합이 만든 기획의 승리
<흑백요리사> 시즌 1에서 가장 오래 회자된 장면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최현석 셰프의 '만수르 기사식당'을 떠올릴 겁니다.
사실 이 요리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비싼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핵심은 서로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세계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다는 점이죠.
'억수르 × 기사식당'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조합
억수르 + 기사식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기획의 핵심은 '극단의 조합'입니다. 만수르 같은 부자들만 즐길 것 같은 비싼 식재료 + 평범하고 익숙한 요리를 합리적으로 먹을 수 있는 기사식당의 음식 조합이 그것이죠.
요리의 이름도 마찬가지인데요.
캐비아 + 알밥천국 / 랍스터 + 마라 짬뽕 / 트러플 + 금까스라는 극단의 조합이 한 번쯤 먹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극단의 조합은 '의외성'을 통해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죠.
"아니 이 정도 가격에 만수르가 먹을 것만 같은 식재료들을 즐길 수 있다고?"
"그런데 익숙한 요리라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네"
하지만 바로 이 위화감이 콘텐츠를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힘으로 작동했어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비틀어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들다
사람들은 '좋은 요리'보다 '의외성'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호텔에서 먹는 파인다이닝은 예상 가능하지만, 기사식당에서 만나는 파인다이닝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최현석의 만수르 기사식당은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비틀었죠. 이것이 바로 <흑백요리사> 시즌 1이 남긴 가장 강력한 기획적 성과입니다.
브랜드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중간을 선택한 애매한 기획은 기억되지 않습니다. 극단의 맥락을 충돌시킨 뾰족한 기획만이 이야기됩니다. 고급 브랜드가 대중의 언어로 내려오거나, 대중적인 제품이 프리미엄의 맥락을 입는 순간, 콘텐츠에는 '엣지'가 생겨요. 최현석의 만수르 기사식당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맛이 아니라 기획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흑백요리사>가 보여준 '팔리는 기획'의 본질은 단순합니다. 광고는 노출이 아니라 무기가 되었고, 출연자는 소비 대상이 아니라 서사를 가진 IP로 남았고, 신선한 조합은 의외성을 무기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콘텐츠를 잘 만든 것이 아니라, 콘텐츠가 끝난 뒤에도 무엇이 남아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설계한 기획이었습니다.
그래서 <흑백요리사>는 한 시즌의 예능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도 브랜드, 셰프, 플랫폼 전반에 지속적인 파급력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2026년, 이제 기획자와 마케터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장기적 자산을 설계하고 있는가."
※ 이 글의 원고는 유크랩(유튜브 마케팅 컴퍼니) 선우의성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편집은 큐레터가 진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