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되자 구글은 멈췄고 테슬라는 달렸다
작성자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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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이 되자 구글은 멈췄고 테슬라는 달렸다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01월 19일 아티클이에요!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약 13만 가구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다 보니 신호등과 도로 인프라 역시 동시에 멈춰버렸죠. 이 때 흥미로운 장면이 도시 곳곳에서 관측됐는데요.
도로를 주행하던 무인 자율주행차인 구글의 웨이모는 도로 위에 안전 정지 상태로 멈춰버린 동시에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는 도로를 주행한 겁니다. 웨이모는 정전이 되었을 때 왜 멈춰버렸을까요?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한 기술 우위의 문제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철학’의 차이입니다.
웨이모는 고정밀 지도(HD Map)와 사전 정의된 규칙에 따라 운행되는 구조인데요. 미리 학습된 지도와 현실(꺼진 신호등)이 불일치하자 안전을 위해 '정지'를 택한 겁니다. 반면 테슬라는 인간의 눈처럼 카메라(비전)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해석합니다. 정전이라는 돌발 변수 앞에서도 "이 상황에서 사람은 어떻게 운전하지?"를 추론하며 '적응'해 나간 겁니다.
웨이모는 센티미터 단위까지 정교한 구글맵을 기반으로,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 경험의 누적으로 같은 정전 상황 속에 다른 의사결정을 한 건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완벽한 지도를 따를 것인가, 불완전한 현실에 적응할 것인가.”
샌프란시스코의 정전과 구글 웨이모, 테슬라 로보택시의 모습은 단순한 기술의 비교를 넘어 자율주행의 철학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기술의 논쟁을 넘어서 산업, 직업 그리고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고의 98%가 사라지는 시대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전체 교통 사고 발생의 93%는 인간의 실수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합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역시 국내 교통사고의 98%는 운전자의 부주의, 과속, 신호위반, 음주운전과 같은 사람의 과실에서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교통사고는 ‘도로의 문제’보다는 ‘사람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인간이 운전 행위에서 배제된다면 당연히 교통사고가 급감할 겁니다. 여러 연구 기관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된다면 교통사고 발생률이 80-9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결국 완벽한 자율주행은 사고율을 극적으로 낮출 거고요.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는 말은 자동차와 얽혀있는,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산업의 질서가 변한다는 의미인데요. 그렇다면 어떠한 산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까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업이 ‘자동차 보험’입니다.
교통사고가 줄어들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산업은 자동차 보험이죠. 손해보험사의 핵심 매출은 자동차 보험입니다. 국내에서는 손해보험료의 절반 이상을 자동차 보험료가 차지하고 있어요. 미국 일본에서도 단일 보험 상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만일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면 보험금 지급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단기적으로 손해율 개선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자동차 보험을 유지하게 될까요?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데도요? 아마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 커버리지가 상당히 바뀌거나 줄어들 겁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보험에 있어 더 중요한 점은 보험의 주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이미 자체 보험을 운영하면서 차량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사가 기존에 리스크를 평가하던 시대에서 제조사가 직접 리스크를 관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보험사가 100% 사라질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동차 보험 중심의 산업 구조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이죠. 앞으로 보험 산업은 운전자 보험이 아닌 제조물 책임 보험, 자율주행 알고리즘 오류 보험, 차량 사이버 보안 보험 등으로 중심 축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도시와 상권의 논리가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의 확산은 노동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OECD는 자동화 기술로 인해 전체 노동자의 14%가 대체 위험이 높은 직군에 속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중 상당수가 운전 관련 직업입니다.
미국만 해도 약 430만 명이 운전직 종사자이며, 한국과 유럽 역시 수백만 명 규모의 운송, 운전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무인 택시나 자율주행 화물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기존의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변화는 기술보다는 비용 구조의 문제로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결과예요.
생각해 보면 자율주행은 휴식이 필요없고, 인건비가 없으며 사고 리스크가 낮거든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의사결정을 하는 건 당연하겠죠.

그렇다고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차량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관제 인력이라든지 자율주행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소프트웨어 및 센서 전문가, 데이터 분석 인력 등 새로운 직무가 함께 등장하고 있죠. 우리가 산업화 시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1차 산업 종사자들의 직업이 없어지고 2차 산업으로 옮겨간 것처럼, 지금의 상황도 일자리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율주행은 도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이동하고 복귀하기 때문에 주차장의 수요는 줄게 될 겁니다. 만약 주차장이 줄어들면 도심 공간의 활용 방식이 바뀌고 상권의 입지 조건 역시 재정의됩니다.
서울 시내 어느 곳이든 자동차로 이동하면 시간당 주차료가 만만치 않고 주차 공간도 협소하기 때문에 매번 주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는데요. 강남권만 하더라도 1시간 주차하면 거의 5,000~7,000원에 근접한 비용을 내야 하니 2~3시간 정도 머물더라도 몇 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러한 주차난, 주차료 등에서 해방되는 겁니다.

이동의 피로와 비용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더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교외 거주가 확대되거나 생활권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상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느냐’에서 앞으로는 ‘왜 가야 하는가’로 이동하게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마케팅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이동시간의 성격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운전 시간은 소비가 제한된 시간이었죠. 운전자들은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콘텐츠를 깊게 소비할 수 없었고, 쇼핑이나 검색 역시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안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운전자가 아닌 소비자로 변모하기 때문에 차량 내부는 개인의 영화관이 되고, 쇼핑 공간이 되며 업무 공간이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광고, 콘텐츠, 커머스 전략 전체를 다시 짜야 함을 의미하죠.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검색과 구매의 접점입니다.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차량 인터페이스가 새로운 검색창이 될 겁니다. 이는 기존 모바일의 SEO(검색엔진최적화)와는 전혀 다른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죠.
마케터의 시선
스타벅스는 집을 제 1의 공간으로 직장을 제 2의 공간으로,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을 제 3의 공간으로 표방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제 3의 공간이 될 거예요.
지금까지 운전 시간은 소비가 차단된 데드 타임(Dead Time)이었습니다. 라디오를 듣거나 TV를 켜 놓는 정도가 고작이었죠. 하지만 운전에서 해방된 인간은 다양한 소비를 하거나 부족한 잠을 잘 수도 있어요. 이 지점에서 마케팅의 경쟁 상대가 재정의 됩니다. 자동차 회사의 경쟁자는 타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넷플릭스, 유튜브, 줌, 침대가 될 겁니다.
마케터는 ‘어떠한 차를 팔까’가 아니라 ‘이동하는 1시간 동안 우리 브랜드가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점유할 수 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가 아닙니다. 인간의 이동 방식이 바뀌고 이동 중의 행동이 바뀌며 소비 맥락의 변화를 가져올 겁니다. 그럼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해야겠죠
“이동 중 소비 시간을 어떻게 공략하면 좋을까?”
“차량 내부 경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운전에서 해방된 시간은 새로운 골든타임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마케터들은 콘텐츠의 포맷, 광고 길이, 인터랙션 방식 등 재설계가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브랜드 경험이 매장이나 스마트폰 화면에 머물지 않고 차량 내부 UI와 음성 인터페이스, 상황 기반 추천이 중요한 접점이 되겠죠. 그리고 차량 내에서의 검색이나 추천 알고리즘 방식도 마케터가 습득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태로 브랜드를 만날지 정확히 통제할 수 없는 시대에는 메시지의 정교함 보다 맥락의 적응력이 더 중요해 집니다. 이는 앞서 샌프란시스코의 정전사태 때 웨이모가 멈추고 테슬라가 유연하게 현실 학습으로 움직였듯이, 브랜드 역시 매뉴얼 보다 상황 대응 능력을 갖추어야 생존함을 의미하겠습니다.
*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