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영업사원에서 대기업 지사장이 되는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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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영업사원에서 대기업 지사장이 되는 루트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11월 27일 아티클이에요!
"한국 사람 중에 글로벌 기업 CEO가 왜 없는지 알아요? 바로 꿈꾸지 않아서입니다."
미국인 영어 강사의 이 한마디가 강보근 제스프리 코리아 지사장을 흔들었습니다. 부산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4년 연속 최우수 실적을 거두었고, 네슬레에서 1년 만에 뼈아픈 실패를 맛본 뒤, 제스프리에서 7년간 1000억 회사를 3000억 회사로 키워낸 그는 이제 한국인 최초 글로벌 기업 CEO를 꿈꿉니다.
그가 걸어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일즈 출신이지만 긍정심리학과 전문면접관 자격증을 취득했고, "세일즈가 아니었다면 HR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리더. 지사장 취임 후 매출 목표보다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부터 회복시켰고, 지금도 매주 직원들과 감사를 나누는 '티 타임'을 빠짐없이 운영합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회사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에서 나온다." 이 믿음으로 7년간 매출 3배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사람에 투자하고, 먼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더 큰 꿈을 향해 매일 자신을 챌린지하는 리더. 강보근 지사장이 증명하고 있는 '사람 중심 성장'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Q. 켈로그 부산 지점에서 4년 연속 최우수 실적을 거두셨어요. 어떻게 가능했나요?
근면성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아버지가 계십니다. 아버지는 블루칼라 노동자셨는데, 술을 좋아하셨어도 제 평생에 한 번도 술 드시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시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런 모습이 알게 모르게 제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개근을 했고, 주변에서 "성실하다", "근면하다"는 평가를 자주 들었어요. 그런 평가들이 쌓이면서 근면성실이 제 정체성이 됐죠.
그래서 근면성실을 어떻게 정의하냐고 물으신다면, 심플합니다. 맡은 바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는 것. 영업을 하다 보면 실적이 부진해서 엄청난 질책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저는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왜 실적이 안 나와?"라고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나 말고 이보다 더 할 수 있으면 나와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그 자신감은 자기가 맡은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이 있을 때 나오는 거고, 그게 결국 근면성실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부산에서 영업할 때 제 담당 구역이 서부 경남이었어요. 김해, 창원, 마산을 커버했죠. 어느 날 진주, 창원을 순회하고 마지막으로 김해 거래처에 가야 하는데, 창원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약속은 해놨지만 안 가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상황이었어요. 오히려 전화로 "비가 너무 심해서 다음에 뵙겠습니다"라고 하면 "괜찮아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라고 할 게 뻔한 상황이었죠.

근데 저는 항상 갔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갈 때마다 좋은 일이 생겼어요. "오늘 발주 넣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넣으세요", "이번 달 목표 얼마 부족하죠? 그럼 여기서 채우세요" 이런 식으로요. 한두 번 그런 경험이 쌓이니까,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결정의 순간에 제 선택은 항상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좋은 결과가 따라왔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죠.
그런 것들이 쌓여서 4년 연속 최우수 실적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Q. 실적이 좋았는데 왜 회사를 떠나셨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켈로그 부산 지점에 들어갔는데, 처음으로 본사 영업본부장이 내려오는 걸 봤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주변에 비서팀, 영업 지원팀이 쫙 따라오고,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는 모습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입사 1년도 안 됐을 때였는데 "진짜 직장 생활하면 저 정도까지는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3년 일하다 보니 현실이 보이더라고요. 부산 지점에서 아무리 실적을 내도 임원급, 영업본부장까지 올라가기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본사로 가야 기회가 더 많겠다 싶었죠. 마침 본사에 키 어카운트 매니저(Key Account Manager) 자리가 났어요.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담당하는 핵심 포지션이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지원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안 된다"는 답이 왔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거예요. 이 포지션은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대형 유통사 바이어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고, 40대 영업사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자리였어요. 당시 30대 초반이던 제가 하기엔 경험도 나이도 부족하다는 판단이었죠.
그 순간 명확해졌습니다. "아, 여기서는 더 이상 기회가 없겠구나."
미련 없이 이직을 결심했고,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 서울 본사로 자리를 옮겼어요.
레킷벤키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부산 지점에서는 본사 영업 임원을 3개월에 한 번, 그것도 잠깐 뵐 수 있었다면, 서울 본사에서는 매일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으니까요. 그분이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어떻게 회의를 이끌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그 모든 걸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게 제 성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Q. 네슬레는 1년 만에 그만두셨죠. 무슨 일이 있었나요?
네슬레에서의 경험은 제 커리어에서 가장 큰 실패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회사 분위기가 어땠냐면, 실적이 안 나오면 모든 책임이 영업부로 돌아왔어요. "목표를 달성 못 했으면 영업팀이 대책을 세워라", "어떻게든 물건을 더 밀어 넣어라" 이런 식이었죠. 저는 그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다른 부서와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고 진행했어요. 마케팅팀, 재무팀, SCM팀 리더들과 사전에 조율하지 않고 영업부 마음대로 밀어붙인 거죠. 당연히 협조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월말에 마케팅본부에서 전화가 왔어요. "이커머스 담당자가 고객사 미팅에서 우리 제품을 못 팔았는데, 영업본부장으로서 어떻게 할 거냐?" 저는 발끈해서 이렇게 대답했죠. "우리 영업사원이 못 파는 거라면 마케팅팀에서 직접 가서 한번 팔아보시죠."
지금 생각하면 최악의 대응이었어요. 회사는 "실적이 안 나오면 영업부가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는 "그건 불공평하다"며 정면으로 반발했죠. 결국 소통은 완전히 끊겼고, 협력은 더더욱 안 됐어요.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1년 남짓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이 실패에서 중요한 걸 배웠습니다. 조직에서는 혼자 옳다고 믿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아무리 정당한 주장이라도 다른 부서들과 함께 가지 못하면 결국 실패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이 교훈이 제스프리에서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Q. 제스프리에서 가장 먼저 바꾸고자 한 게 있나요?
조직의 마인드셋이었습니다.
총판사와 월간 회의를 할 때마다 듣던 말이 있었어요. "지사장님, 시장에 수요가 없어요."
그때마다 저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 판매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진짜 역할은 수요가 있는 곳에서 키위를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겁니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 오면 똑같이 말합니다. 수요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수요를 창출하려면 시장을 빠르게 읽어야 했어요. 처음 왔을 때 판매 데이터가 한 달에 한 번씩만 들어왔거든요. 한 달 전 데이터로는 대응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바꿉시다."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왜 업무를 늘리십니까?"
저는 차근차근 설명했어요. "신선 과일은 일주일만 지나도 상품성이 떨어집니다. 한 달 뒤에 알면 이미 늦어요. 지난주 어떤 사이즈가 잘 팔리고 안 팔렸는지를 이번 주에 알아야 뉴질랜드 본사에 공급 조정을 요청하고, 유통사와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1년쯤 지나니 반응이 달라졌어요. "이 방식이 훨씬 낫네요." 지금은 주간 단위도 느리게 느껴져서 일일 단위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사이즈별 판매까지 추적하기 시작한 겁니다. 또 "왜 그렇게까지 세분화하느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번엔 설득이 훨씬 쉬웠죠. "큰 사이즈가 안 팔리면 작은 사이즈로 바꿔달라고 뉴질랜드 본사에 요청하면 됩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공급하는 게 수요 창출의 핵심이니까요."
중요한 건 이런 변화들이 결국 제 실적만을 위한 게 아니라 총판사, 유통업체, 본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걸 2~3년에 걸쳐 증명한 겁니다.
사실 저에게는 '언행일치'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네슬레 실패 이후 더 철저해진 원칙이죠.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한다." 쉽게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 주변에 많잖아요. 저는 그러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원칙이 쌓이자 신뢰가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새로운 제안을 하면 "일단 해봅시다"라는 반응이 먼저 나옵니다.

Q. 지사장 취임 후 첫 직원몰입도 조사 결과가 눈에 띕니다.
조직 진단 결과가 충격적이었어요. 지난 몇 년간 가장 낮은 점수였고, 그중에서도 심리적 안정감 점수가 바닥이었습니다. 제가 새 조직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진행한 팀 융합 워크샵(assimilation)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어요.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었던 거죠.
그 순간 "이 상태로는 아무리 매출 목표를 세워봤자 소용없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매출 목표보다 먼저 심리적 안정감부터 회복시키자고요.
제가 원칙으로 삼은 게 있습니다. 레고 CEO가 한 말인데, 굉장히 와닿더라고요.
"실적이 부진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 대신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것에는 책임을 묻겠다."
이게 정확히 네슬레에서 제가 실패했던 이유였어요. 시장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서 실적이 안 나올 수 있어요. 그건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죠. 근데 문제를 혼자 끌어안고 다른 부서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가서 "도와주세요" 한마디면 되는데 말이죠.
그렇게 부서 간 벽이 생기기 시작하면 팀 전체가, 회사 전체가 무너집니다. 다들 자기 부서만 챙기고, 회의 때마다 "누가 잘못했냐", "누구 책임이냐" 싸우게 되죠. 제가 다른 회사에서 영업부에 있을 때 자주 봐왔던 풍경이에요. 영업부와 마케팅, SCM, 재무팀이 만나면 항상 치고받고 싸웠어요.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을 굉장히 강조했습니다. 부서 간 벽이 생기려는 조짐이 보이면 바로 캐치해서 해당 팀 리더들을 불러요. "이런 식으로 가면 조직이 위험해집니다"라고 분명하게 얘기하죠. 그리고 같이 점심 먹으면서 진짜 솔직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시간이 걸렸지만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회의할 때 책임 추궁이 아니라 해결책을 논의해요. 영업, 마케팅, SCM, 재무가 모여도 굉장히 건설적인 대화가 오갑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확보되니까 놀라운 일이 생겼어요. 직원들이 자기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시작한 겁니다. 눈치 보느라 움츠러들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놓고, 문제가 생기면 솔직하게 공유하더라고요.
그게 결국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Q. 세일즈 출신인데 유독 HR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이 전부 아닌가요?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답이 명확해요. 똑같은 저인데 어떤 때는 제 역량의 120-130%를 발휘했고, 어떤 때는 70-80%밖에 못 냈어요. 귀찮아서 일하거나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됐을 때죠.
그 차이를 만든 게 뭐였을까요? 결국 주변 사람이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저를 챌린지하고, 필요할 때 지원해주고, 동기를 북돋워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였어요.
여기서 중요한 걸 깨달았습니다. 70%에서 130%로 가면 실적이 거의 2배가 되는 거예요. 이게 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 전체에 적용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우리 회사가 100억 규모에서 200억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50억으로 쪼그라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하고, 투자를 많이 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공부도 계속하고요. 누군가 "세일즈 아니었으면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면, 예전엔 마케팅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HR이라고 답해요. HR이 어떻게 조직을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회사 전체의 퍼포먼스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확신하거든요.
긍정심리학을 공부한 것도 바로 그 이유입니다. 저는 사람의 마인드셋과 심리 상태가 직접적으로 회사 성과와 연결된다고 믿어요. 실제로 여러 연구 데이터들이 이걸 뒷받침하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도 매주 수요일에 "티타임(Tea Tim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로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이죠. 이런 작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이 있어요.

전문면접관 자격증은 또 다른 절박함에서 시작됐습니다. 면접을 많이 보면서 점점 더 불안해졌거든요. 사람 한 명 잘못 뽑으면 정말 위험하잖아요. 며느리 한 명 잘못 들이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직원 한 명이 조직 전체를 흔들 수도 있어요.
문제는 이거였어요. 세일즈 역량이나 마케팅 역량 같은 기능적인 부분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사람의 태도, 성장 욕구, 조직 적합성은 어떻게 판단하냐는 거예요. 면접을 보면 볼수록 "내가 과연 이 사람의 진짜 마인드셋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나?", "이 사람이 면접 달인이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이 커졌어요.
그래서 전문 채용 면접관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질문하는 방식, 지원자가 말하는 성과의 진짜 영향력을 파악하는 방법, 이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배웠어요.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한 말이 있죠. "올바른 사람을 버스에 태우면, 그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채용이 그만큼 중요한데,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제 판단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결국 두 자격증의 시너지는 명확합니다. 긍정심리학으로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전문면접관 역량으로 그런 문화에 맞는 올바른 사람들을 선발하는 거죠. 이 두 가지가 맞물려서 돌아갈 때 조직이 정말 강해집니다.

Q. 의사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다면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다같이 성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그 중심에는 당연히 소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제 의사결정의 핵심 기준이에요.
저는 항상 10년 후를 생각합니다. 10년 후 키위 시장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 키위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과일 시장에서 2.5%밖에 안 돼요. 이게 5%가 되고, 다시 10%가 됐을 때 모두가 어떤 혜택을 받는지를 생각하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키위라는 과일의 본질적인 가치입니다. 키위 100g에 들어있는 비타민C가 귤이나 오렌지 100g보다 훨씬 많아요. 똑같은 양의 과일을 먹더라도 키위를 먹으면 더 건강해지고 감기도 덜 걸린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성장한다는 건 단순히 제스프리가 돈을 더 버는 게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이, 전 세계 사람들이 더 건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우리의 존재 이유예요.
이런 관점을 미팅 때마다 공유합니다. 슬라이드 첫 장에 항상 우리의 목적(purpose)을 넣어둬요.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든 "이게 과연 우리의 목적과 맞는가?", "소비자, 총판사, 유통업체, 직원들, 뉴질랜드 본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죠.
단기 매출에만 집중하면 쉬운 선택이 많아요. 당장 물량을 더 밀어 넣거나, 가격을 깎거나,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이번 분기 실적은 좋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저는 항상 묻습니다. "이 결정이 10년 후에도 옳은 결정일까?" 장기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단기적으로 조금 힘들어도 그쪽을 선택합니다.
그게 제 의사결정의 기준입니다.
Q. 7년간 판매물량 2배 성장. 1000억대 회사에서 약 3000억대 회사를 만든 비결이 뭐라고 보세요?
결국 우리의 존재 이유가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스프리는 단순히 키위를 파는 회사가 아니에요.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회사죠. 이 명확한 목적(purpose)과 거기서 나오는 가치들이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이 됐고, 그게 결국 좋은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회사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을 이끈다"는 확신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성장을 강조하는데, 가장 먼저 제 자신부터 챌린지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뭘 하냐면, 직원들과 약속한 게 하나 있습니다. 매년 8번 인사이트 세션을 한다는 거예요. 연초에 캘린더에 8번 다 부킹해놓고, 그때마다 책을 읽고 직원들한테 디브리핑을 합니다. 최근에는 '유난한 도전' 같은 책을 함께 읽었어요.
왜 이렇게 하냐면, 제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나도 계속 배우고 있어요. 우리 같이 성장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말로만 "성장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제가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고 믿거든요.

원온원 미팅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적이나 업무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항상 이런 질문을 해요. "요즘 자기개발로 뭘 하고 있어요?", "최근에 새로 배운 게 있어요?", "다음 커리어 목표를 위해 뭘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대화가 습관처럼 되어 있습니다.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 트레이닝 비용도 따로 책정해뒀어요. 각자 본인 성장을 위해 쓰라고요. 어떤 직원은 MBA를 준비하고, 어떤 직원은 디지털 마케팅 과정을 듣고, 또 어떤 직원은 리더십 코칭을 받아요.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조직 전체에 '성장 마인드'가 자리 잡았어요. 스스로를 계속 챌린지하고 새로운 걸 배우려는 문화가 생긴 거죠. 개인이 성장하니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이 나왔고, 그게 다시 회사 성장으로 이어졌어요.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이런 거예요. 우리 제품이 실제로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직원들이 계속 성장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맞물리니까 자연스럽게 선순환이 만들어졌죠.
7년간 1000억 회사를 3000억 회사로 키울 수 있었던 건 결국 여기에 답이 있었어요.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명확히 알고, 그 목적을 향해 모두가 함께 성장했다는 것. 개인이 성장하면 조직도 성장한다는 걸 직접 증명한 셈입니다.

Q. 직원들에게 성장을 강조하시는데, 본인은 어떤 자기개발을 하고 계신가요?
제가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이전 제스프리 CEO를 보면서 절실히 느꼈어요. 정말 커뮤니케이션을 탁월하게 잘하는 분이셨거든요. 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그분의 이메일을 항상 소리 내서 읽으며 따라 하려고 했어요. 제 나름대로 롤모델을 정하고 배우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 제 보스(아시아태평양 지역총괄)는 다르게 보더라고요. "BK, 네가 잘하는 건 그게 아닌데 왜 거기에 집중하려고 해? 너의 강점은 따로 있고, 그분의 강점은 따로 있잖아."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리더십의 본질이 뭐냐면,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만드느냐의 게임이잖아요.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은 5분 스피치로 조직을 움직여요. 근데 저는 똑같은 변화를 만들려면 1시간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럼 분명히 부족한 거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어요.

회사 내부적으로는 '인사이트 세션'을 수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매년 8번, 연초에 캘린더에 다 부킹해놓고 진행합니다. 토스의 '유난한 도전' 같은 책을 하나 정해서 제가 읽고 직원들에게 디브리핑하는 시간이에요. 책을 통해 조직에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싶었거든요.
외부적으로는 "건강 인문학"이라는 곳에서 5년 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00권의 고전을 읽고 졸업하는 과정인데, 매달 발제를 맡아서 괴로워하면서 준비합니다. 책을 다 못 읽더라도 일단 가서 앉아 있고, 교수님들 강의를 듣고, 또 발제 준비하면서 배우는 거죠.
솔직히 매번 쉽지 않아요. 주말 아침마다 "이걸 내가 왜 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은데, 막상 마치고 나면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들이 제가 더 나은 리더, 더 나은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위해 하는 노력입니다.
Q. 다음 목표는 뭔가요?
누가 물어보면 저는 "글로벌 회사의 CEO가 되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CEO가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영업사원으로 시작할 때 커리어 목표가 영업본부장이었거든요. 그 목표를 이미 초과달성했죠. 근데 막상 이루고 나니까 묘한 공허함이 오더라고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정상에 올라섰는데, 거기서 바라본 풍경이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다음 산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습니다. "글로벌 회사 CEO를 하겠다." 될지 안 될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그 목표를 세우고 나니까 다시 저 자신을 챌린지하는 긴장감이 돌아왔거든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영어 수업을 받는데, 미국인 강사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BK, 한국 사람 중에 글로벌 기업 CEO가 몇 명이나 있는지 알아?"
"글쎄,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거의 없어. 왜 그런 것 같아? 내가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본 한국 사람들, 정말 똑똑하고 엄청 부지런해. 그런데 왜 글로벌 CEO는 없을까?"
저는 대답을 못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답을 주더라고요.
"내 생각엔 이유가 딱 하나야. 꿈꾸지 않아서. 왜 그 꿈을 꾸지 않는 거지?"
그 순간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제가 25년 전 영업사원으로 처음 시작할 때, 부산이 아니라 서울 본사에서 근무했다면? 처음 제 눈에 들어온 사람이 영업본부장이 아니라 외국계 회사 글로벌 CEO였다면? 아마 지금쯤 제 인생이 조금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지 않았을까?
처음 본 롤모델의 높이가 결국 제 꿈의 높이를 결정했던 거예요. 그때 코카콜라의 CEO를 꿈꿨다면 지금 제 삶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분명 모양새는 달랐을 겁니다. 꿈의 크기가 인생의 크기를 만든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죠.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누가 물어보면 "외국계 회사 글로벌 CEO 되고 싶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있어요.
이것이 실현된다면 그 의미는 제 개인을 넘어섭니다. 부산 지점 영업사원이 글로벌 기업 CEO가 되는 것. 이 여정 자체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지방에서 시작해도 세계 무대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 그게 제가 진짜 바라는 겁니다.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