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코어에 이은 말차코어
작성자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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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코어에 이은 말차코어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9월 11일 아티클이에요!
요즘엔 말차코어(Matcha-core)란 말이 있어요. 단순히 판매량이 조금 늘어난 수준이 아닌, 일상 속에서 관련 키워드들이 스며들면서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봤을 때 우리는 주로 ‘코어’를 붙이죠. 디저트의 재료, 녹차와 비슷한 것 정도로 인식됐던 ‘말차’가 지금 트렌드예요. 뉴욕타임스, BBC 등에서도 말차의 인기에 대해 보도할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랍니다.
※ 말(가루)차는 어린 찻잎을 말리고,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거예요. 말차용 나무는 자라는 기간도 길고, 잎이 직사광선을 피해서 자라야 하며, 특수 맷돌로 갈아야 한다고 하죠. 이렇게 과정이 까다로우니, 생산되는 양도 적어요.

얼마 전, ‘토마토 코어’와도 비슷해요. 제철 과일을 즐기자는 ‘제철 코어’에서 이어진 토마토 코어는 음식을 넘어 인테리어, 패션까지. 싱그러운 토마토의 느낌을 가득 담은 것들의 유행을 이끌어냈어요. 추구미처럼요.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돼라(속뜻: 토마토처럼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돼라)”는 북한의 속담이 SNS에서 공감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차정은 작가의 시집 ‘토마토 컵라면’, ‘토마토 모양 키링’ 등이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 계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SNS에 업로드하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죠.
이번 가을에는 또 어떤 트렌드가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밤코어..?
말차는 왜?
사실 말차가 갑자기 유행한 건 아니에요.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국 뉴욕에서는 ‘차차맛차(Cha Cha Matcha)’라는 사진 찍기 좋은 말차 전문 카페가 인기였어요. 이때부터 말차는 음료에서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었고, SNS에서 다양한 국내외 인플루언서들이 말차를 애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에도 바람이 불고 있는 거예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첫 번째 이유는 건강이에요. 말차는 스트레스 완화, 노화 방지 등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져 있어요. 게다가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이 120mg 정도인데, 말차는 약 70mg으로 커피의 대체품으로 여겨지기도 해요. 블랙핑크 제니는 유튜브에서 “요즘엔 커피 대신 말차를 마신다”고 말하며 집에 말차머신이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여전한 상황에서 말차는 주목받기 딱 좋았어요.
그렇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해요!
두 번째는 말차의 이미지가 추구미가 됐어요. 토마토 코어와도 비슷한데요. 우선 ‘차’만 하더라도 여유, 고요, 깨끗함 등의 키워드가 떠올라요. 말차는 바쁘고 자극적인 현대인의 삶(굳이 따지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달까요?)에서 쉬는 시간을 연상케 하죠. SNS에서 유명 스타들이 말차를 들고 있는 걸 보고, 닮고 싶은 모습으로 여겨지는 것도 커요.
에겐남·테토남 말고, 퍼포머티브 메일
SNS 그리고 말차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재밌는 사례가 바로 퍼포머티브 메일, 보여주기식 남성이에요. 본인의 뚜렷한 취향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 신경 쓰는 유형으로, 첫 번째 특징이 바로 ‘말차 라떼’죠. 우유 대신 오트 밀크, 뚜껑은 사진이 잘 나올 수 있게 돔 형태가 아닌, 납작한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해요.

퍼포머티브 메일은 말차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키워드예요. 자기표현의 수단 중 하나이자, 힙(Hip)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조금은 다르지만, '말차 스필(Spill)'은 퍼포머티브 메일처럼 보여주기식 문화인데요. 미국 Z세대는 말차라떼를 일부로 바닥에 쏟아서 자신의 옷이나 신발 등이 함께 나오게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해요. 더 이쁘게 쏟는 것도 관건이라고 하죠.
옷도 말차, 온 세상이 말차
말차 열풍은 패션·인테리어로도 이어졌어요. 지난 7~8월 무신사에서는 ‘말차’ 관련 검색량이 전년 대비 1035% 늘어났고, LF몰에서도 비슷한 기간 ‘그린·카키·민트’에 대한 키워드 검색량이 약 2.5배 증가했다고 해요. 말차를 필두로 비슷한 초록색 계열의 컬러감이 주목받고 있는 거예요. 일명 ‘말차코어룩’이죠.

마치 ‘버터옐로우’, ‘초코브라운’처럼 말차 특유의 은은하고 부드러운 초록색(말차 그린?)을 스타일링으로 표현하는 듯 보여요. 원래 여름보다는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는 색감이지만, 지금 이렇게 떠오르는 걸 보면 더욱 말차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말차코어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서 '왜 무신사에 말차를 검색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뷰티는 물론, 이제는 푸드까지 판매하는 무신사이지만, 패션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니까요. 이 안에는 앞서 말했듯, 말차의 색감과 유사한 옷을 찾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요. 트렌디한 키워드를 검색할 정도로 무신사의 포지션이 확장됐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듯, 최근 말차와 관련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GS25의 ‘이균말차막걸리’, 투썸플레이스의 ‘아이스박스 말차 버전’ 등 온 세상이 말차가 되고 있어요(?)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세계 말차 시장은 약 5조 3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2029년에는 약 9조 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요. 국내에서도 경남 하동, 전남 보성 등 차의 본고장에서 말차 수출이나, 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죠.
2~3년 안에 말차의 인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말차 케이크가 땡기네요.
※ 이 글은 박승준 큐레터 에디터가 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