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카페 서비스로 하려는 건
작성자 큐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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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카페 서비스로 하려는 건
🍀 마케터를 위한 뉴스레터, 큐레터의 9월 1일 아티클이에요!
네이버가 카페 서비스를 손보고 있어요.
8월 11일, 네이버 카페 매니저들을 초대한 행사 ’카페 매니저스 데이’에서 서비스 개선에 대한 운을 뗐고, 21일에는 “서비스 품질 및 이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게시글은 작성자가 설정한 공개 범위와 관계없이 노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이용약관에 추가했는데요. 새롭게 생긴 조항을 보면 수익화 제재도 가능해졌어요.
카페 매니저스 데이에 다녀온 후기를 보면, AI 시대에 크롤링되지 않는 자료를 생산할 수 있는 네이버 카페 즉, Closed 커뮤니티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하는데요. 네이버는 AI 시대, 네이버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중 하나로 카페 서비스를 꼽은 듯해요.
이번 개편의 핵심은 ‘중고거래’예요. 이후에 또 다른 기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지만요. 우선 네이버가 하고자 하는 중고거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떤 걸 노리고 있는지 살펴볼게요.
더 안전해진 카페 중고거래
네이버 카페는 9월 24일부터 중고를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안전거래’ 솔루션을 도입해요. 중고거래에서 반드시 필요한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이면서 낮은 수수료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참여율을 올리겠다는 게 핵심이죠.
① 안전성
- 네이버 인증서로 본인 인증 의무화
- 네이버 페이 기반 에스크로 서비스 & 구매 이력 인증
-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강화
- 문제가 생기면 구매확정 이후 30일 이내에 분쟁 조정
② 편의성
- 직거래, 편의점 택배 & 네이버 방문 택배 이용 가능
- 상품 검색이나 구매내역 연동으로 상품 상세 정보 생성
- 거래할 상품의 최저가, 사이즈 정보 등도 바로 확인 가능

네이버 카페 안전거래 솔루션 전 후 비교 (사진: 네이버 카페 공지사항)
또한 네이버는 판매자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송금 기능, 온라인 전송 옵션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어요. 개인정보 보호와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네이버 카페의 안전거래 솔루션만 이용하게끔 만드는 거죠. 그리고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를 가능하게 했던 ‘이웃 중고거래’는 ‘N플리마켓’으로 바뀌어요.
여기다 네이버는 사진을 찍으면 물건 정보가 자동으로 등록되는 기능,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카페 운영진과 나누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네이버가 중고거래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엄밀히 따지면 네이버 카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에요. 관심사에 기반해 크고, 작은 단위의 커뮤니티가 생기는 개념이라 그 안에서 개인 간 거래가 발생했던 거죠. 지금은 앱도 있지만, 중고나라가 대표적으로 네이버 카페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 역할이었던 거고요.
그래서인지 네이버 카페는 직거래 기반의 ‘당근’, 이제는 에스크로 방식이 기본값이 된 ‘번개장터’와 다르게 중고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주로 연락처, 채팅으로 계좌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사기의 위험이 더 컸고요.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전체 중고거래 사기 건수는 10만 539건, 피해 금액은 3340억 원으로 알려졌어요.

사진: Unsplash
이번 개편에서 노린 게 이 지점이죠.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받던 거래 환경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네이버 카페는 중고거래를 통해 얻을 게 많아요. 먼저 네이버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할 이유가 생겨요. 이번 개편을 통해 네이버 카페의 회원들은 직·간접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 관심사에 기반해 필요한 물건도 구매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여기에 마케팅이 더해질 건 당연해요. 이 과정을 네이버 인증서, 페이, 쇼핑과 연동하면서 회원들이 거래하는 과정의 데이터를 대부분 얻을 수 있죠.
지금 중고거래 시장은 다수의 기업들이 뛰어들 정도로 규모(올해 43조 원 예상)와 성장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란 것도 한몫해요. 심지어 시장의 흐름도 네이버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죠.
네이버는 중고거래 시장의 공룡이 될 수 있을까?
한때 중고거래 3대장이라고 불리던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는 지금 당근 빼고는 웃지 못해요. 당근의 경우에는 여전히 중고거래 사업도 하고 있지만,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지면서 광고 덕분에 흑자로 전환했죠. 지난해 매출 1892억 원 중 광고 매출은 무려 99.7%예요.
반면에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적자인데요. 번개장터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108억 늘고, 적자는 20억 원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이에요. 2024년 8월부터 번개장터 안전결제 즉, 수수료 부과가 의무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더 나은 실적을 보여줄 것으로 추측되고 있기도 하고요.

사진: 번개장터
다만, 번개장터는 현재 수수료 3.5%를 부과하고 있는데, 9월 17일부터는 6%로 인상할 예정이에요. 동시에 번개머니를 도입해 금액을 페이백해 주는 혜택도 내걸었지만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번개장터의 안전결제가 의무화됐을 당시, 이용자가 일부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는데요. 여기다 네이버라는 안전한 대안이 생기는데, 2.2%라는 낮은 수수료(오픈 혜택)를 제공한다면 순식간에 이용자들이 옮겨 갈 가능성도 적지 않죠.
얼마 전, 출시된 ‘무신사 유즈드’도 중고거래의 떠오르는 샛별이에요. 패션플랫폼 1위라는 채널로서의 강점과 수거, 케어, 판매, 배송까지 무신사가 맡으면서 편의성 측면에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어요.

사진: 무신사 유즈드
일부 패션 커뮤니티 후기를 보면 아직은 서비스 초기라 잡음이 들려오는 것으로 확인돼요. 무신사가 직접 케어하고 있음에도 실측 사이즈, 하자 사진 등 중고거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후기가 왕왕 보이거든요. 게다가 무신사의 부담이 크니 수수료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높은 수수료율에 놀라는 이들도 있어요.

무신사 유즈드 수수료 (사진: 무신사 유즈드 이용안내)
다만, 무신사 유즈드를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만 가치를 따지기는 어려워요. 판매자는 대량의 옷들을 쉽게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 입장에서는 무신사 앱 안에서 중고라는 선택지가 생긴 셈이에요. 무신사 머니로 정산이 된다는 점, 이미 물류 자회사 ‘무신사 로지스틱스’로 풀필먼트를 잘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요. 중고거래를 핵심 서비스로 삼기보다는 무신사가 더 잘나가기 위한 확장 수단 중 하나로 보여요. 무신사가 지금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국내 중고거래 시장에서 네이버의 기회는 뚜렷해요. 당근은 지역 기반의 직거래라 직접 경쟁 상대라 보기는 어렵고, 번개장터는 수수료 인상으로 판매자 반발을 사고 있어요. 중고나라는 현재 매출 규모가 100억 원 대로 상대적으로 네이버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어 보이고요. 무신사 유즈드는 패션 특화 서비스라는 점, 아직 서비스 초기인 후발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세 네이버와 번개장터의 정면 승부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어요.
C2C 틈새를 공략하는 네이버
네이버 카페가 중고거래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건 네이버가 가장 잘하는 영역을 선택한 전략이라고 봐요. 네이버는 최근 스페인의 당근이라 불리는 ‘왈라팝’을 6천억 원을 들여 완전히 인수했고, 일본·인도네시아· 싱가포르·프랑스·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의 C2C 플랫폼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죠.
국내에서는 이미 1위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을 갖고 있고, 최근에는 앱 안에 ‘중고’ 탭을 열면서 네이버 카페와 함께 C2C 영역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네이버가 C2C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데이터 경쟁력이 있어요.
C2C 영역은 AI 학습 데이터로서 가치가 높거든요. 커뮤니티와 SNS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맥락을 담은 정보를 쌓을 수 있어 AI에게 유용한 자원으로 평가받아요.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구글과 오픈AI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계약했고, ‘그록’은 X(전 트위터), ‘메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결국 네이버는 해외 투자로 확보한 C2C 플랫폼 데이터와 국내에서는 카페라는 크고 작은 커뮤니티의 집합체를 강화하면서 AI 시대의 경쟁력을 쌓아가려는 것으로 보여요. AI와 커머스가 이어지는 요즘의 흐름을 보면, 네이버가 AI 시대의 C2C 커머스의 표준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 이 글은 박승준 큐레터 에디터가 썼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