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AI 시대, 2026년 마케터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작성자 퍼블리
대 AI 시대, 2026년 마케터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실리콘밸리의 기이한 구인난: "이야기꾼"을 모십니다.

Vanta의 3.8억 채용 공고 ⓒVanta
2026년,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에서는 한 직무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안 유니콘 기업 '반타(Vanta)'는 최근 이 직무의 책임자(Head)를 채용하며 연봉으로 무려 3억 8천만 원(약 27만 달러)을 제시해 화제가 되었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링크드인 채용 공고에서 이 직무의 언급량은 불과 1년 만에 2배나 폭증했습니다.
반타뿐만이 아닙니다.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노션(Notion) 같은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이들을 모셔가고 있어요. 구글은 최근 아예 전담 팀을 신설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무급 임원 자리까지 만들었습니다. 노션 역시 흩어져 있던 관련 부서들을 하나로 통합하며 조직을 개편하기까지 했죠.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 직무는 그동안 실리콘밸리가 사랑했던 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같은 '이과'의 영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문송합니다"라고 불리던 영역에 가깝죠.
실제로 3억 8천만 원을 내건 반타의 채용 공고에는 기술적인 스킬셋 대신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청중에게 울림을 주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하라.
빅테크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인재, 바로 '스토리텔러'입니다. AI가 코드를 짜고, 글까지 쓰는 시대에,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은 왜 다시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사람의 입'을 찾기 시작했을까요?
'스토리텔러'를 찾게 만든 2가지 붕괴
그 해답은 아이러니하게도, AI가 만들어낸 풍요 속의 빈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AI 콘텐츠가 만들어낸 '신뢰의 붕괴'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콘텐츠 제작 비용은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프롬프트 한 줄이면 작가가 되고, 디자이너가 되는 세상이 열렸죠. 실제로 스포티파이(Spotify) 통계를 보면, 2019년만 해도 하루 약 4만 곡이 업로드되었지만 AI 작곡 툴이 보편화된 2024년에는 그 수가 하루 12만 곡으로, 무려 3배나 폭증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양이 폭발하면서, 진짜를 가려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영상이나 사진이 조작하기 어려운 '증거'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정교해진 AI 생성 콘텐츠 앞에서는 "보면 믿는다"는 말조차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BBC
뉴욕 법원의 '가짜 판례' 사건은 이러한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뉴욕의 한 변호사가 챗GPT가 찾아준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제출된 6건 모두 AI가 지어낸 가짜 판례로 밝혀져 결국 5,00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죠.
이제 대중들은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 콘텐츠, 진짜 맞아? AI가 만든 가짜 아니야?
2. 레거시 미디어의 붕괴
그렇다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신뢰해 왔던 레거시 미디어는 안전할까요? 안타깝게도, 이들 역시 AI 시대의 파도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유력 언론에 기사를 내는 것만으로도 '공신력 있다'는 인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AI 검색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요약해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이 굳이 뉴스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니먼 언론재단(Nieman)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사이트 유입률은 불과 1년 만에 50%나 급감했습니다. 또한 SEO 업체 패션프루트(Passionfruit)의 조사에서는 Forbes의 검색 노출도가 구글 업데이트 이후 6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죠. 결국, '콘텐츠'와 '보도자료'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AI는 화려한 콘텐츠를 1초 만에 복제하고, 검색 엔진은 보도자료를 한 줄 요약으로 압축해버립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아무도 클릭하지 않는 방식에는 더 이상 매력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기업들은 다시 근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반타가 채용 공고에서 기술 대신 '청중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울림'은 오직 사람만이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대체 불가능한 '울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AI 시대에서 마케터가 반드시 장착해야 할 실전 스토리텔링 3가지 방법을 공개합니다.
"나야, 스토리텔러." 바로 써먹는 3가지 방법
1. 초월 번역: '기능' 말고 '맥락'을 팔아라
AI 시대가 되면서, 단순히 제품의 '기능(Spec)'을 나열하는 일은 더더욱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AI에게 "A랑 B 제품 비교해 줘"라고 입력하면, 복잡한 스펙을 순식간에 표로 정리해 보여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는, 고객의 머릿속에 살아남기 위해 그 스펙이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맥락이 필요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전설적인 아이팟(iPod) 런칭입니다. 당시 MP3 플레이어 경쟁사들은 하나같이 '숫자'에 집착했습니다. "저장 용량 00GB", "무게 000g" 같은 기술적 수치를 메인 카피로 내세웠죠.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달랐습니다. 그는 기술적 수치 대신, 고객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상황을 파악했고, 다음과 같은 맥락을 만들어냈습니다.

ⓒ Apple
주머니 속의 1,000곡 (1,000 songs in your pocket)
결과는 어땠을까요? 출시 후 단 두 달 만에 12만 5천 대가 판매될 정도로 전 세계가 열광했습니다. "내 주머니에 노래가 1,000곡이나 들어간다"는 설레는 이야기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기 때문이죠.
최근 화제가 된 Google의 제미나이(Gemini) 광고 역시 같은 전략을 취합니다. 이 광고는 파라미터 개수나 이미지 생성 속도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대신, 두 신부님이 잠든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제미나이로 '선물을 든 평범한 남자' 사진을 '진짜 산타클로스' 사진으로 바꾸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프롬프트를 댓글로 공개하며,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죠.
이 광고는 600개가 넘는 댓글과 7,300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호평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제미나이의 존재와 기능을 각인시켰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광고가 기능을 나열하기보다 기능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 즉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는 따뜻한 맥락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비교·분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고객의 삶으로 번역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건 오직 스토리텔러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고객이 그것을 사용했을 때 얻게 될 '변화된 일상'을 상상해 보세요. '빠른 CPU'라는 스펙을 지우고 그 자리에 '퇴근이 빨라지는 노트북'이라는 맥락을 채워 넣는 것. 그것이 바로 '초월 번역'의 시작입니다.
2. 솔직함: 완벽한 AI보다 솔직하게 '결함'을 드러내라
AI가 쓴 글이나 생성한 이미지를 보며 묘한 거부감을 느낀 적 없으신가요? 문장은 매끄럽고 그림은 화려한데,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인위적인 느낌 말이죠. 우리는 이것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부릅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사람 같지 않은 것. 그것이 AI 콘텐츠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역설적이게도, AI가 완벽해질수록 대중은 오히려 불완전함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은 서툴고 삐걱거려도, 그 안에 담긴 솔직함이 진짜라고 믿기 때문이죠.

ⓒ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 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Ugly Us)는 이 '결함'을 무기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은 모양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을 구하겠다는 목표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보통의 브랜드가 '시중보다 30% 저렴하다'거나 '유기농이라 영양분이 더 많다'는 식의 비교 우위에 집중할 때, 어글리어스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그들은 채소가 가진 '결함' 그 자체를 솔직하게 보여줬죠.

못난이 채소의 사연을 적은 팝업 스토어 속 코너 ⓒ Icdc.seoul
특히 최근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그들의 방식이 잘 드러났습니다. 채소의 흠집을 숨기는 대신, 왜 못난이가 되었는지 그 사연을 전시했어요. 레몬 껍질의 거친 흉터는 거센 비바람을 견디다 상처가 아물며 생긴 흔적으로, 잎에 구멍이 뚫린 청경채는 농약을 치지 않아 벌레가 먼저 맛본 건강함의 증거로 소개했죠.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하자 있는 B급 상품'이 아니라,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건강한 채소'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어글리어스는 누적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가치 소비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결점을 매끄럽게 '수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점을 고유한 매력으로 재해석해 신뢰를 얻는 건, 오직 스토리텔러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우리 브랜드의 약점을 감추려 애쓰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이유'에 감성 한 스푼을 더해 이야기해 보세요. 그것이 완벽함에 지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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