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썼는데..." 통과되는 제안서는 따로 있다
작성자 퍼블리
시간도 성과도 다 잡는 그로우어 ⏰
"열심히 썼는데..." 통과되는 제안서는 따로 있다
그 제안서, 처음부터 명쾌했더라면
몇 날 며칠 공들여 작성한 제안서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작성자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시장 분석부터 실행 계획까지 빠뜨린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준비했는데 요약 요청, 재작성 요청을 받기라도 하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막막해 눈앞이 깜깜해지기 마련이다.
열심히 작성했는데 상사로부터 보류 또는 반려당한 제안서를 살려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 작성한 제안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일 아침 9시, 내 상사의 책상 위에 12개의 결재 문서가 쌓이고 모든 결재가 오후 6시까지 검토되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상사에게 제안서 전체를 읽을 시간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결재권자들은 제안서의 도입부에서, 과장을 조금 보태 첫 10초 안에 승인할지, 보류할지 혹은 휴지통으로 보낼지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내 상사가 핵심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부 제안서와 외부 제안서는 '이렇게' 달라요!
회사 내부에서 제안서를 작성할 때 흔히 발생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내부 제안서에 외부 제안서의 플로우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안서를 작성하게 되면 승인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안의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외부 제안서의 포커스가 '설득'에 있다면, 내부 제안서의 핵심은 '승인'에 있다. 결재권자는 내부 제안서를 살펴볼 때 중요성을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제안서를 받아든 결재권자들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질문들이 떠오른다.
"이 일이 지금 꼭 필요한 이유가 뭔가?"
"지금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승인해도 리스크는 없을까?"
도입부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하면 제안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1️⃣ 결재권자의 뇌는 'Quick 모드'로 작동한다
수많은 문서를 하루에 처리하려다 보면 제안서를 필터링할 수밖에 없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안전성'인데, 비용 부담, 실행 가능성, 승인 후 발생 가능한 리스크 등을 고려했을 때 안전하지 않은 제안이라는 판단이 서면 결재권자는 제안을 반려할 수밖에 없다.
정보 과부하 상황에서 인간의 뇌는 빠르게 정보를 판단하는 데 집중한다. 정보를 꼼꼼히 분석하기보다는 위험 신호를 먼저 탐지하려 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첫 페이지에서부터 상사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
🔵 거절당하는 제안서 vs 받아들여지는 제안서, 무엇이 다를까?
A사 내부에서 작성한 신규 상품 개발 제안서의 예시를 살펴보자.
신규 상품의 특징부터 소구점, 국내외 벤치마킹 사례를 상세히 기술했는데 제안서가 반려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 회사가 신규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중반부에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이 문서를 받아 든 본부장은 "핵심이 안 보인다"라며 검토를 보류하고, 3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을 별도로 요청했다. 도입부에서 긴급성과 필요성이 보이지 않아 거절당한 사례다.
이번에는 성공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B사의 생산관리팀이 작성한 공정 자동화 시스템 도입 제안서는 달랐다. 도입부에서 3줄로 핵심을 요약해 상사의 우려를 잠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 수작업으로 발생하는 월 손실액: 1,200만 원
✔️ 현상 유지 시 누적 예상 손실액: 총 4,800만 원
✔️ 진행 방향: 내부 인력을 활용해 2개월 내 완료 가능, 외부 용역비 없음
결과는 어땠을까?
결재권자가 제안서를 받아든 지 15분 만에 승인 사인이 떨어졌고, 당일 오후 프로젝트 착수 지시가 내려졌다.
이 예시가 강력한 이유는 '손실 금액 + 데드라인 + 실행 주체'가 동시에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안서를 받아든 상사의 뇌는 '세이프 모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2️⃣ 제안서의 승인율을 높이고 싶다면?
상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제안서를 작성하고 싶다면 행동경제학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안서를 구성할 때는 논리적 완결성뿐 아니라 사람들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메커니즘까지 고려해야 하고, 그 틀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기 때문이다.
✔️ 초두 효과(Primacy Effect)
사람은 처음 접한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제안서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입부에서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책을 명확히 제시하면 결재권자가 이후 내용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첫 부분이 모호하거나 약하면 열심히 쓴 제안서가 읽히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 손실 회피(Loss Aversion)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동일한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약 2.5배 더 크게 느낀다.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게 되는 것'을 먼저 제시했을 때 승인 결정을 더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노출 효과(Exposure Effect)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온스(Robert Zajonc)는 반복적인 노출이 호감도를 높인다는 점을 입증했다. 처음에는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정보도 여러 차례 접하다 보면 친숙해지고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안서를 작성할 때 이 이론을 고려해 핵심 메시지를 본문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신뢰와 친숙함을 강화할 수 있다.
✔️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처음 제시된 정보가 이후 판단의 기준점이 되어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이 이론을 제안서에 적용하면, 가장 큰 손실 수치를 첫 페이지에서 강조하고 이후 제안 비용이나 기대 성과를 그 수치와 비교함으로써 설득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3️⃣ 'WHY NOW'에 주목하라
🔵 도입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제안서의 도입부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는 편이 좋다.
이 네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간 제안서를 검토하는 결재권자는 자연스레 "승인해도 안전하다"라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부분의 상사는 과정보다 결론을 원한다.
이미 다수의 조직심리학 연구에서 관리자급 이상의 의사결정자는 보통 '결론 우선형'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럼,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신문 기사의 첫 문장처럼 말이다.
⭕️ 효과적인 첫 문장 구조
□□일 착수, ○○을 통한 △△의 손실 방지 제안
❌ 거절을 부르는 첫 문장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도 변화해야 한다"
후자처럼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진 문장은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라는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 요약 박스의 힘
도입부에 '손실, 기한 그리고 실행안'을 동시에 배치하고자 한다면 상단 1/3 지점에 요약 박스를 배치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요약 박스는 결재자가 10초 안에 핵심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고속도로 표지판'의 역할을 한다.
©량과장
제안서의 내용을 축약해 만든 '요약 박스'의 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