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능력, 태도 모두 낮은 팀장의 퇴사를 부르는 팀원

※ [인사팀장노트: 오늘도 한 명, 퇴사를 막았습니다]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인사기록카드

#1. 골든 크러스트 본사, 총무인사부 본부장실, 오전

휴.

기획팀 김 팀장의 팀원 평가지를 보면서 아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김 팀장의 말에 따르면 강혁 대리는 일명 '회사 부적응자'였다. 그렇다고 함부로 고과에 손을 대거나 해고시킬 순 없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정당한 이유 없는 근로자 해고는 불법이었다.

"조 팀장, 우리 회사 퇴사율이 올해 몇 프론 줄 알아? 자그마치 20%가 넘어. 그래서 내가 이 조직이 무슨 문제가 있구나 싶어서 알아 봤거든? 근데 죄다 같이 일하던 인간 때문이래.

조 팀장, 인사팀장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이나 죄책감 같은 거 못 느껴? 뽑을 때 제대로 된 인간을 뽑아야지. 요즘 사람 뽑을 때 성적만 보진 않지? 뭐 정신 감정이나 성격 같은 거 검사 안하나? 조직에 안 맞는 사람은 애초에 걸렀어야지."

아뇨, 조직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조직에 들어와 봐야 알죠. 선배한테 맞장 뜨자는 후배, 후배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선배가 머리에 뿔이라도 달고 면접을 보냐고요.

아라는 등받이 의자에 30도로 길게 기대 앉아 발끝을 까딱까딱하는 총무인사부 최태원 본부장을 보며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말인데 인사 기록 쫙 살펴서 조직에 문제 일으키는 애들, 평가 바닥인 애들 뭐가 문젠지 좀 직접 알아보는 거 어때?"

"직접요?"

"어! 직접! 다이뢱트! 조 팀장, 빵쟁이가 빵이 갑자기 안 팔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아?"

"글쎄요, 뭐… 제품 분석? 시장 조사?"

먹잇감을 찾은 듯 군침을 뚝뚝 흘리는 본부장 앞에서 아라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 인사팀 에이스가 왜 이러실까. 당장 슈퍼에 뛰어가서 우리 빵 아무거나 집어서 먹어 봐야지. 고로 인사팀은 어째야 한다? 직원이 진짜 소시오패스인지 사이코패스인지 직접 면상을 봐야 한다아."

자신이 생각해도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듯 신이 난 본부장과는 대조적으로 여전히 아라는 세상 시큰둥했다. 본부장은 이제 자세까지 고쳐 잡고는 아라를 재차 어르기 시작했다.

"아라야, 직원들이 갑질하네, 리스크무새네, 얼굴 보기 힘드네 하면서 인사팀 욕하는 거 억울하지 않냐. 이번엔 인사팀도 일하는 거 티 좀 내보자. 스마트하게. AI 시대잖아? 기계도 인간 마음을 읽고 맞춤형 대답을 해준다는데 우리는 기계보다 더 뛰어난 인류잖아? 인간다운 방식을 한번 해 보자고. 이사님께 말씀 드려서 팍팍 지원해 줄게. 가서 문제아들이 진짜 문제아인지, 문제면 뭐가 문제인지, 그래서 어떻게 갱생시킬 건지 개선 안 되면 언제 어떻게 처리해 버릴 건지. 엉? 조아라 팀장님?"

#2. 골든 크러스트 본사, 인사팀, 오전

휴. 

아라의 두 번째 한숨 소리에 옆에 앉아 있던 송 차장이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빼들었다.

"팀장님 역할은 그럼 이제, 그 뭐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같은 거예요?"

"그게 뭐야?"

"왜에 오은영 선생님이 집에 찾아가서 애가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하나 관찰하고 분석해서 육아 솔루션을 똭! 내놓잖아요. 본부장이 지시하신 게 딱 그건데요? 부서에 직접 가서 이 직원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맞춤형 개선 방식을 제시하라."

"육아? 시집도 안 간 사람한테 너무하네."

"그나저나 본부장님 왜 이렇게 적극적이시래요."

"다음 달에 이사회 있잖아. 거기서 직원 퇴사율 갖고 분명 말이 나올 거니까 변명거리가 필요하실 거야."

"그렇다고 팀장님을 오은영 쌤으로 둔갑시켜요? 에이."

"그러게나 말이다. 내가 이걸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본부장님이야 워낙 팀장님에 대한 믿음이 어마어마하시니까. 그냥 대충 하세요. 누구보다 팀장님이 잘 아시잖아요. 인간은 절대! 갱생이 안 돼요."

송 차장의 클클거리는 소리에 아라는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 골든 크러스트 본사, 오전

서울의 강남, 그중에도 중심지인 테헤란로 1004에 국내 최대 베이커리 기업인 '골든 크러스트'의 본사가 있었다. 건물 이름은 '골든 크러스트 베이커리 타워'.

바게트 빵을 세로로 길게 세워 둔 듯한 이 건물은 총 24층으로 이뤄졌는데, 골든 크러스트 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전부가 이 사무실을 사용했다. 그중에도 창 전면으로 한강까지 내려다 보이는 최상층인 24층에는 회사의 심장부라 불리는 핵심 부서, R&D 연구소·브랜드 전략실 그리고 경영기획실이 있었다.

특히 경영기획실의 직원들은 단순한 사무직이 아니었다. 그들은 공채 당시 서류에서부터 분류된, 일명 '전략 요원'이었다. 그들의 손에서 신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유통 전략까지 모든 흐름이 결정됐다.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존재, 최고의 인재들만이 모여 있는 이 부서는 전 직원이 선망하는 곳이자 치열한 경쟁과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들만이 버틸 수 있는 곳이었다.

아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4층 버튼을 누르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턴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매우 자주, 길게 늘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은색빛의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퇴근까지 아직 한참이나 남은 시간인데도 이미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얼굴이었다. 

본부장은 하루의 지체도 없이 당장 자신의 명령을 실행에 옮기라 주문했다. 성실한 직원답게 아라는 인사 카드를 펼쳐 고과 평가(KPI), 다면평가 등 에서 최하위 점수에 든 몇 명을 추려냈다. 그중 가장 심각해 보이는 사람이 경영 기획실 기획팀의 강혁 대리였다.

강혁. 아라는 손에 든 파일에서 다시 한번 강혁의 인적 사항을 살펴봤다. 강남구 대치동 출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졸업. 스펙으로만 보면 디저트를 만드는 골든 크러스트에 입사한 것이 이상한 수준의 고스펙이었다.

그런데 그는 모든 부서에서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쫓겨났다. 팀장이 아니면 차장이, 차장이 아니면 대리가 더 이상 강혁과 일할 수 없다며 인사팀을 찾아왔다. 그 이유가 뭔지 아라는 궁금했다. 

이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 #4. 경영기획실 기획팀, 오전

✅ #5. 기획팀 회의실, 오후

✅ #6. 비움과 채움 정신과 상담소, 오후

✅ #7. 에필로그 (ft. 🔍 이소연 전문의의 맞춤 솔루션)

퍼블리 가입해서 무료체험으로 다양한 아티클을 만나보세요! 💪

🔗[📚웹소설]오늘도 한 명, 퇴사를 막았습니다(협업력 최하 강 대리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