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하자!
작성자 퍼블리
바쁜 현대인을 위한 시간관리 ⏰
멀티태스킹,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하자!
시간을 절약하는 멀티태스킹, 어떻게 해야 할까?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야근에 쫓길 때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회사는 도통 그럴 여유를 주지 않죠.
과거의 저 역시 당장 눈앞에 쌓여 있는 업무를 쳐내기 급급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간 관리에 탁월하다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비롯해 다양한 업무 성과 도구를 사용해 보았고, 시간관리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도구도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험 기간에 소설책이 더 읽고 싶고, 유튜브가 없으면 밥 먹는 게 허전한 저는 자기계발의 대가들이 말하는 완벽한 시간 관리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지인뿐 아니라,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저의 경험을 아티클로 풀어봤습니다.
성과를 내는 시간 관리법과 멀티태스킹의 한계
🚫제약 조건 1: 자기 주도적이지 못한 업무 환경
사실 우리는 시간 관리법의 많은 이론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전설적인 피터 드러커부터 일본의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여러 CEO까지. 시간 관리법에 대한 책과 이론들이 쉴 틈 없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죠. 시간 관리법의 상당수는 아래와 같이 주장합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의 기록과 측정을 먼저 시작해 보자.
한 일과 할 일을 긴급도와 중요도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어 보자.
가장 우선순위의 업무부터 시작하고 낮은 순위의 업무는 없애거나 타인에게 위임하자.
비부가 업무로부터 해방된 시간을 우선순위의 업무에 더해 시간을 덩어리 나누어 활용하자.
일의 성과 대비 사용 시간을 분석하고 피드백하자.
논리적으로 모두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 관리법은 '자기 주도적인 업무 설정'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상부에서 지시하는 일, 동료와 함께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뒤섞여 있는 회사에서는 이런 이론을 적용할 여건 자체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쉼 없이 울리는 슬랙과 카톡, 쏟아지는 메일과 전화는 집중을 방해하고 시간을 덩어리 형태로 만들지 못하게 하죠. 버릴 일을 찾아서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제약 조건 2: 무한 멀티태스킹이 어려운 인간의 집중력
많은 의학자들은 인간이 기계처럼 시간별로 집중력을 나눠 쓰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사실상 멀티태스킹에는 왕도가 없는 것이죠.
MIT의 뇌신경학자 얼 밀러(Earl Miller) 역시 인간은 실제로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 일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데, 단지 전환 속도가 빠른 사람을 보고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죠.*
* 관련 글: Multitasking Is Killing Your Brain (Inc, 2015.7)
멀티태스킹으로 보이는 과업 전환이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영국의 서석스 대학교에서는 MRI 촬영을 통해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의 뇌는 공감 능력과 동정심에 관여하는 부위의 밀도가 멀티태스킹이 적은 사람보다 적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멀티태스킹을 해도 A와 B 각각의 업무에 대한 몰입이 쉬울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A 업무를 할 때 B를 비롯한 다른 업무를 전혀 떠올리지 않고 집중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많아지면 멀티태스킹을 견딜 수 없는 심리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산성을 잃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는 없는 걸까요? 앞서 설명드린 제약 조건들을 고려해 본다면, 두 가지가 중요하겠네요.
첫째, 업무 주도권을 갖고 일할 것.
둘째, 업무의 절대량을 줄일 것.
지금부터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방법 4가지
제가 피부로 직접 체득한 효과적인 멀티태스킹 방법은 4가지입니다. 각 방법들을 설명하면서, 제가 실제로 겪었던 상황과 효율적인 멀티태스킹을 이끌어낸 경험을 함께 소개하겠습니다.
1. 프로젝트 주제별로 한눈에 보이게 만들기
보통 다이어리로 투두리스트를 관리할 때는 나열식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 일의 하이어라키(hierarchy, 계층)를 만들어 두지 않고 할 일을 무작정 쭉 나열한 다음, A/B/C 등으로 중요도를 분류하여 우선순위를 정하죠. 프랭클린 다이어리 등 특정한 시간 관리법을 반영한 플래너들도 대부분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동시에 진행해야 할 일이 서너 개 수준이 아니라 10개, 20개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할 일을 나열하고 하나씩 지워가는 방식으로는 불안감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현재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구조로 일이 연결되어 있는지 한눈에 알기 어렵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의 전체적인 맥락과 상관없이 쉬운 일을 먼저 진행하려고 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의 때를 놓치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주제별로 할 일을 기록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과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만듭니다.
예시를 한 번 들어보죠. 여기 오늘 해야 할 일을 나열식으로 정리한 P사원의 업무 리스트가 있습니다. 어제 다 하지 못한 일과 오늘 새롭게 추가된 일이 뒤섞여 있죠. 업무의 중요도와 긴급도를 생각해서 등급을 매긴 다음 일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P사원은 리스트에 매겨진 등급에 따라 A등급의 일부터 시작하기 위해 매출 대시보드를 업데이트했고 팀원 성과 평가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매출 대시보드는 업데이트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데이터가 돌아가는 서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팀원 성과 평가는 정해진 기간에 쫓겨 급하게 처리했지만, 매니저로서 놓치고 있는 일이 있을까 싶어 다시 업무 리스트를 확인하게 되죠.
P사원이 작성한 다이어리의 문제점은 '일의 맥락'이 없다는 점입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생각하면, 해결한 일보다 해결하지 못한 일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죠.
등급이 높은 일을 먼저 처리하면서 이와 연결된 일들을 함께 살펴보지 않으면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카테고리 없이 나열식으로 쌓아가는 업무 리스트는 정리되지 않은 방에 낱개의 짐이 무작위로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P사원의 업무 리스트를 이렇게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프로젝트 주제별로 일을 구분하고, 소요 예상 시간을 써두면 내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일이 있는지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같은 업무 내용 한 줄이라고 해도 어떤 것은 하나의 업무 덩어리를 말하는 반면, 어떤 것은 단순한 작업 단위에 그치는 것도 있죠. 위 리스트는 12월 2일에 해야 할 일을 단순 나열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주제별 업무 덩어리'로 만든 것입니다. 내가 수행해야 하는 여러 가지 역할에 따라 작업이 정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수정된 P사원의 업무 리스트를 살펴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당장 마감 일정에 여유가 있는 <비정기 비즈니스 분석> 업무를 미뤄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서버 관리 업체에 연락을 하는 업무는 신규 고객 분석 리포트를 만들기에 꼭 필요한 선결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나열식으로 정리해두었을 때는 먼저 해야 할 일로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이렇게 프로젝트 주제별로 세부 업무를 정리해두면 업무의 진행 순서 또한 한눈에 파악하기 쉽습니다.
이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 ACAC 방식으로 일하기
✅ 시간과 장소를 이기적으로 활용하기
✅ 초반 합의를 통해 한 번에 끝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