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뉴니커라면 회사에서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개통령’으로 유명한 강형욱 훈련사가 운영하는 ‘보듬 컴퍼니’에서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용을 들여다본 일이 화제가 됐어요. 직원들이 회사 경영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6개월 치 메시지를 모두 살펴본 것. 직원들은 “업무용 메신저여도 대화 내용을 모두 감시하는 건 잘못됐어!” 반발했고요. 이러한 ‘회사의 업무용 메신저 열람’에 대한 뉴니커들의 생각을 모아 피자를 구워왔어요.

지난 반죽 3줄 요약

• 업무용 메신저는 업무를 위해 대화·데이터를 주고받는 메신저로, 협업 생산성을 올리거나 업무 보안 유지 등을 위해 사용해요.

• 회사의 업무용 메신저 열람은 회사가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용을 수시로 감시해도 되는지를 두고 이슈로 떠올랐어요.

• 회사가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용을 어디까지 봐도 되는지, 또 직원의 동의를 받으면 마음대로 봐도 괜찮은지가 이슈의 쟁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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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 특수한 상황에서만 해야 해 (65.2%, 1025명) 🔴

회사의 업무용 메신저 열람이 사생활 침해일 수 있지만, 회사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회사 기밀 유출, 직장 내 괴롭힘, 횡령 등의 경우를 예로 들어줬는데요. 어떤 경우에 회사가 업무용 메신저를 열람할 수 있는지 사전에 꼭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 롬쪼 뉴니커 👓: 회사가 직원 동의 없이 열람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고, 미리 열람 항목에 대해 명확하게 동의를 받는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럼으로써 업무용 메신저의 이용 목적에 맞는 사용을 직원들에게 권장하게 되는 장점도 있는 것 같아. 우연히 본 신입 팀원의 업무용 메신저에서 욕설과 험담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어. 업무용 메신저도 CCTV처럼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면 좋지 않을까?

• 써니 뉴니커 ☀️: 기본적으로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열람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내 성희롱, 기밀 유출 등 중대한 일부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는 있을 거 같아. 한편으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가 메신저를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알고 있을 때 메신저 활용의 순기능이 강조될 거라는 생각도 들어. 물론 메신저 열람이 오남용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 같아. 

의견 2. 어떤 상황에서도 하면 안 돼 (19.6%, 307명) 🔵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할 때 개인적 대화가 포함될 수 있고, 인권은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므로 회사의 열람을 강하게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아무리 업무용이지만 직원 사이 소통 도구인데 100% 업무 얘기만 할 순 없다는 것. 

어떤 상황이든 회사가 노동자의 말·행동을 감시하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열람이 가능한 ‘특수 상황’을 회사 마음대로 정의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고요. 상황을 정해놔도 회사가 몰래 보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다는 뉴니커도 있었어요. 수집한 대화를 근거로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도 했어요.

• lia 뉴니커 🧸: 직원은 회사에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회사의 업무용 메신저 열람을 허용하면 다른 권리도 침해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어떤 내용을 확인했다면, 더 많은 부분을 발췌하려 들지 않을까?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가 생겼다면 내부 사람들이 해결하기보다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야 한다고 생각해.

• 러버덕 뉴니커 🐤: 나는 직장인이고,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지만 대화 내용을 떠나서 이걸 회사에서 열람한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이 들어. 아무리 사내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직원들의 대화 내용까지 통제하려 드는 건 인권침해이며, 회사 분위기에도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직장 내 괴롭힘 같은 특수한 상황이더라도, 회사에서 열람하기보다 당사자 스스로 대화 내역을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봐.

의견 3. 자유롭게 해도 돼 (13.4%, 210명) 🟢

업무용 메신저는 회사에서 업무를 위해 비용을 들여 마련한 자산이므로 회사가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업무 메신저로는 업무 이야기만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개인 메신저를 사용하는 게 맞다는 것. 이러한 점을 회사가 잘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문제는 ‘열람’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열람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 뉴니커도 있었어요.

• 도화 뉴니커 🌸: 나는 공무원이고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하는데, 회사가 열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업무 중에 만든 서류는 다 열람할 수 있는데 메신저는 왜 안 되는 건지 싶어. 업무용 메신저는 사이버 공간을 이용할 뿐이지 회사에서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공개되면 곤란할 내용이라면 애초에 업무용 메신저에서 언급하면 안 된다고 봐.

• 라우비 뉴니커 🗯: 회사의 열람 여부가 아니라 업무용 메신저는 공개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생각해. 회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들은 사람이 잘못이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사생활 침해를 얘기하려면 회사가 개인 메신저의 사용을 막거나 그 대화를 훔쳐본 경우여야 할 것 같아.

의견 4. 잘 모르겠어 (1.8%, 29명) 🟡

회사가 업무용 메신저를 열람하거나, 열람에 대한 동의를 구하거나, 직원이 사용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게 되는 등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 하투 뉴니커: ‘업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회사에서 업무용 메신저를 열람하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하지만 업무 외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는 만큼, 회사가 이를 열람하면 사생활 침해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

• 섬섬 뉴니커: 회사가 직원에게 허가를 구한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구할지 명확하지 않으니 판단하기 어려워. 직원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에 업무용 메신저 열람에 동의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런 것도 생각해보자

뉴니커들이 함께 고민해 보자며 던져준 의견에는 이런 것도 있었어요.

• 업무용 메신저로는 업무 얘기만 하는 게 일의 능률을 올려줄까?

•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삭제된 메시지를 볼 수 있는 건 올바르지 못한 것 같아. 어디까지를 열람 가능한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까?

• 신규 직원 교육 과정에 메신저 사용 방법 매뉴얼도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 회사에서 직원끼리 세대 차이로 메신저 사용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도 한 것 같아.

뉴니커들은 회사에서 어떤 메신저를 사용할까?

뉴니커 2명 중 1명 이상은 사내 전용 메신저 등 기타 업무용 메신저를 사용한다고 답했어요. 따로 업무용 메신저를 쓰지 않고 카카오톡·라인 등 일반 메신저를 사용한다는 응답도 많았고요. 개별 업무용 메신저로는 슬랙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어요.

전문가들은 뭐래?

(1) 업무용 메신저는 기본적으로 업무용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회사의 대화 열람이 곧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 있어요. 사전에 관련 공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지 않은 경우 분쟁의 소지는 있지만 ‘법 위반’이라고 잘라 말하기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애매하다고. 

(2)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 등과 마찬가지로 사내 메신저·클라우드 시스템 등도 회사에 속한 자산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해요. 경영상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에서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역을 감사할 권한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감사는 노동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려야 하고, 명확히 세워진 기준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3) 현재 업무용 메신저들이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에 맡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돼요. 예를 들어 이용약관에 “고객은 구성원으로부터 구성원 데이터에 접근·모니터링·이용·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고객과 구성원 사이 분쟁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고 적어놓고 소극적으로만 대응한다는 것.

(4) 일터에서 이뤄지는 회사의 노동자 감시·사찰에 대한 규율을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지금은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만 다루는 탓에 불평등한 관계에 놓이곤 하는 노동 현장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CCTV, 사내 프로그램 등이 원래 목적과 달리 감시 수단으로 이용돼 고통을 호소하거나 피해를 입어도 알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아졌는데요.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해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 하거나, 관련 교육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거예요. 

해외 사례는 어때?

우리나라처럼 회사의 업무용 메신저 열람이 크게 논란이 된 사례를 찾아보긴 어려운데요. 해외의 메신저 활용 모습 살펴보면:

• 미국: 우리나라가 공사 구분 없이 카카오톡을 많이 쓰는 것과 달리 용도에 따라 다양한 메신저를 활용해요. 일터에선 슬랙·스카이프를 쓰고 일상에선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을 쓰는 식인 것. 회사와 일상에서 전부 같은 앱을 쓰는 걸 피하는 거예요.

• 일본: 수 년 넘게 라인웍스(국내명 네이버웍스)가 업무용 메신저 시장 1위를 차지했어요. 2022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절반에 달하는데요. 금융·증권·의료·건설 등 현장 노동자가 많다는 점을 노려 스마트폰만으로 온갖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든 게 인기 비결이라고.

• 중국: 중국 국민 메신저는 위챗이에요. 중국의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약 80%가 이 앱을 쓴다는 통계까지 있는데요. 직장에서도 위챗을 많이 쓴다고. 이메일과 달리 격식을 덜 갖춰도 되고 바로 답변이 가능하다는 점이 빠른 소통을 선호하는 중국 문화와 잘 맞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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