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요? 누가요? 왜요?

이걸요? 누가요? 왜요?

작성자 펭대리

펭대리의 회사 속성 적응 키트

이걸요? 누가요? 왜요?

펭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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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ginst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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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귤인턴. 숱한 대외활동, 어학시험, 공모전을 거쳐온 끝에 어제 드디어 첫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6개월의 평가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전환형 인턴인 만큼, 귤인턴의 의지와 각오는 부글부글 부대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처럼 끓어오릅니다.

첫 출근이었던 어제는 회사의 기본적인 툴을 익히고 같은 팀원 분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데에만 하루가 다 갔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일다운 일을 할 수도 있겠죠? 얼른 회사 일을 익혀서 바쁘게 일하는 선배 분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팀의 일원, 나아가 어머 이번 인턴 완전 슈퍼 에이스래 라는 평가를 듣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팔락팔락합니다.

그 때, 사수 펭대리가 책상에 앉아있는 귤인턴에게 다가와 말합니다.

드디어 최초의 일이 떨어졌습니다. ”아 넵 알겠습니다!”라고 대답드리기가 무섭게 펭대리님은 곰팀장님 호출로 회의에 들어가시네요. 이번에 우리 회사(우리 회사래! 꺅!)에서 신제품이 나온다더니 정말 바쁘신가 봅니다. 귤인턴은 일단 워드를 켜봅니다. 우리나라 뷰티 브랜드 굿즈 현황. 토독토독 제목을 커다랗게 적어놓고 이제는 크롬을 펼치고 기사와 블로그 구글링을 시작합니다.

퇴근시간을 30분 앞둔 5시 30분, 펭대리가 다시 귤인턴에게 찾아왔습니다.

열심히 찾은 자료를 모아놓은 워드 화면을 자신있게 켜서 보여드립니다.

귤인턴이 만든 자료 일부

이내 미묘해지는 표정의 펭대리. 귤인턴 옆에 스툴을 가져다 놓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포인트: 누가, 왜 볼 자료인가?

모든 자료는 ’독자‘의 ’동기‘에서 출발합니다. 독자라고 하니 문학작품도 아니고 웬 독자?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자료를 ’읽을 사람‘이라는 의미로서의 독자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펭대리가 요청한 자료는 ‘우리나라 뷰티 브랜드 굿즈 현황’ 입니다. 이 자료를 볼 사람은 펭대리의 사수인 곰팀장님입니다. 이 자료가 필요한 이유는 이번 신제품의 증정품이 고민인데, 요즘 뷰티 브랜드에서 굿즈를 사은품으로 많이들 준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 생각이 나서, 어떤 굿즈를 뽑는지, 고객 반응은 어떤지, 굿즈를 증정품으로 주는 게 트렌드가 많이 지난 건 아닌지 등이 곰팀장님이 궁금해 하셨기 때문입니다.

즉,

✔자료를 볼 사람: 곰팀장

✔자료가 필요한 이유: 새로 추진할 프로젝트의 근거 확보

인 것이죠. 이렇게 되면 귤인턴이 작성한 자료는 ‘굿즈 목록’이지, 곰팀장님이 바라는 ‘굿즈 현황’이 아니게 됩니다. 팀장님이 원하는 자료가 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바로 아래처럼요.

펭대리가 수정한 자료 일부

여기까지 피드백을 들은 귤인턴의 볼이 빨개졌습니다. 펭대리가 웃으며 말하네요.

🐧: 당연히 맨 처음 일을 시킬 때 업무 배경까지 설명해주면 제일 좋겠지만, 선배들도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이걸 깜빡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물어봐도 괜찮아요.

”이 자료는 어느 분이 보시게 될까요?“, ”어떤 것 때문에 필요하신 자료일까요?“ 라고요.

바빠보이시는데 질문을 해도 될까하는 걱정은 안해도 돼요. 오히려 저런 질문을 들으면, 오 일 좀 제대로 할 줄 아는 친구인가? 하고 기뻐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