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터뷰] 이태원에 사는 사람들
작성자 아워익스프레스
아워익스프레스 인터뷰
[동네 인터뷰] 이태원에 사는 사람들
Intro
*후암동, 해방촌, 이태원 지역을 이태원으로 통칭하였습니다.
| OE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승민] 안녕하세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전승민이라고 합니다.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고요. 시바견 호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후암동과 이태원 러버입니다.
[성태] 김성태입니다. 인천 부평에서 나고 자랐고요. 서울에서 지낸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에 갈등도 관심도 많은 사람이라, 잡기가 많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물건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직장에서 하는 일도 그러합니다. 똑같은 코스를 쳇바퀴 돌듯이 산책하는 것,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클럽이나 파티에서 슥 왔다가 슥 사라지는 것을 잘합니다. 지금은 소리 관련된 것에 푹 빠져있어요.
[소심한 산책인] 해방촌에 사는 '소심한 산책인'입니다. 얼마 전에는 해방촌과 후암동 그리고 이태원의 풍경을 엮은 <소심한 산책인>을 출간했어요. 주로 콘텐츠 제작 노동자로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최근 남산 중턱에 서점 ‘인프로그레스’를 오픈하게 되면서 서점 주인이 됐습니다.
| OE 이태원에 사신 지 얼마나 오래되셨나요?
처음 이태원에 머물게 되신 계기도 궁금하네요.
[승민] 후암동의 현재 집에서 거주하는 것은 올해로 3년째입니다. 이십 대에 막 상경했을 때 용산구 청파동에서 지내다가 후암동으로 왔어요. 학교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 거주지를 정하느라 용산에 왔는데 나무들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더 살아보고 싶어서 남산 아래로 이사했습니다. 번화가와 높은 건물들이 밀집된 곳을 싫어하기도 하고, 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속에서 살고 싶었어요. 용산 자체가 저에게 워낙 익숙하고 편안하기도 했고요. 학교 때문에 왔지만, 이곳이 저에게 맞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래 살지 않았을 거예요.
[성태] 이태원에 2016년 9월부터 지내고 있어요. 이때는 친구랑 같이 브랜드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에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 이태원에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친구랑 같이 일단 이태원으로 왔습니다.
[소심한 산책인] 10년 전 이사 와서 줄곧 살고 있어요. 당시에는 취준생이었는데요. 실은 취업이 어디로 될지 모르니 일단 서울의 중심부인 용산에 살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강남에서 몇 년을 일하다 삼각지, 서울역 인근의 회사를 거치게 됐는데 용산에 살고 있다는 게 회사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일 때는 무엇보다 일이 중요했는데 연차가 쌓이며 개인적인 시간이 중요해지더라고요. ‘워라밸’의 개념보다는 이태원이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지역이라는 게 중요했어요. 자연과 번화가가 지척에 있으니까요. 물론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것만큼 큰 것도 없지만요.
| OE 이태원에서 계속 지내고 계신 이유가 궁금해요.
이태원의 어떤 매력이 그곳에 머물도록 만들었을까요?
[승민] 특정한 세대층이 밀집한 곳이 아니라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앞으로도 서울에서 산다면 계속 이 동네에 살고 싶을 정도로 좋아요. 이태원은 저에게 곧 '살아 있음' 그 자체에요. 많은 퀴어들과 외국인들이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금까지도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시시각각으로 모이고 떠나는 곳입니다.
이태원은 저에게 ‘서울의 빛’이에요. 남산 타워의 불빛도 있지만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모여서 저마다의 빛을 발하며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죠. 나다워도 괜찮은 곳, 아니, '나다움'을 내보일 때만 서로에게 진정으로 가닿을 수 있는 세계.
정상성이란 사실 일군의 비정상성들의 집합이라는 배움을 얻는 곳이에요. 그 자유로움에 관한 배움은 한 인간이 살아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매 순간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고요. 이곳에서 저는 오롯이 저 자신일 수 있어요. 어떤 것을 좋아하든, 어떤 옷을 입고 다니든, 나이나 성별, 섹슈얼리티 등 저를 나타내는 모든 요소가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은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도록 이곳에 살고 싶나봐요. 이태원은 저에게 ‘집’이에요.
[성태] 이태원에 오고서 같은 곳 계속 머무르고 있는데요. 일단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이 저는 정말 좋아요. 출퇴근, 다른 서울 지역으로 이동하기에 교통이 좋고요. 낮에는 한강진 쪽으로 쾌적한 길을 걸을 수 있고, 맛있는 커피도 있고, 리움 미술관 지나서 남산 넘어가는 코스 걷는 것도 엄청 좋아해요.
밤에는 이태원쪽은 난장판인데 (웃음) 재미있어요. 그리고 정말 좋은 클럽들이 많아요. RING(링), KOCKIRI(코끼리), NYAPI(냐피)를 좋아해요. 정리하자면 지금 만족하고 있는 것, 그리고 도파민이 이태원에 머물게 하는 것 같아요.
[소심한 산책인] 이곳은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곳이에요. 어린이, 청소년, 어른, 노년층은 물론 강아지와 고양이도 많아요. 아, 힙스터와 외국인도 많고요. 누구든 받아주는 포용력을 가진 동네라고 생각해요. 스무 살에 서울에 상경해 이태원으로 오기 전까지는 줄곧 이방인이라는 감각으로 살았어요. 이 동네로 오고 나서야 구성원 중 일부라는 정체성이 생겨난 것 같아요. 사실 이 동네에는 토박이가 많이 살고 있어요. 그분들은 저같이 이주해 온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냥 이곳을 ‘우리 동네’라고 생각해요.
| OE 이태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승민] 자유, 삶, 다양성… 하나만 골라야 할 것 같은데 잇따라 나오네요. 그런데 이 세 가지는 결국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인 듯도 합니다. 가령, 서울의 어떤 동네에서 저는 자주 주목 받아요. 머리가 짧은 여성이어서, 혹은 남자처럼 보이는 외양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여성 이용자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는데 그건 ‘여성’에 대한 상상력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인 거죠.
이태원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누가 더 매력적으로 이목을 끄는가에 관한 시선은 있지만요.) 심지어 나이 드신 분들도 퀴어와 외국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웃으로 대해주세요. 동네 할아버지들이랑 친한데 제가 개와 산책을 나갈 때마다 서로 인사와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건 제 일상에 정말 커다란 안정감을 줘요.
트랜스젠더가 제 건너편에 살고, 게이 커플과 같은 건물의 이웃으로 지낸다는 건 어쩌면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과 한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흑인 아이들이 친구들과 축구공을 차면서 하교하고, 터번을 쓴 사람들이 장바구니를 끌고 가는 거리의 일상은 제 삶이 다른 이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들이 삶의 큰 원동력이 된다는 확신을 줍니다.
[성태] 충돌과 다양성이 아닐까 싶어요. 해방촌부터 이태원까지, 미군을 통해서 다른 문화들을 빠르게 오랫동안 흡수했고 상징적인 상업지역들이 있죠. 다양한 세계 음식점, 후커힐(*미군을 대상으로 한 유흥업소 거리), 트랜스(*트랜스젠더바) 같은 곳도 있고요. 클럽들도 계속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할로윈, 지구촌 축제 같은 세계 문화 행사도 빠질 수 없고요.
후커힐 너머 지역에는 이슬람 사원 중심으로 한 주거지역이 있고요. 이 일대는 부자 동네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만 해도 오래된 집 담벼락에 날선 방범용 장치들이 설치된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걷다 보면 바로 이어지는 한강진 일대로는 초고급 주택가, 아래로는 대사관저가 있는 오래도록 부유한 지역들이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지역들이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남동 일대는 요즘 부쩍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늘었다고 느껴요.
[소심한 산책인] 공존. 여러 세대와 계층이 공존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거대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서울이지만 이 동네는 골목골목 사장님의 개성이 듬뿍 담긴 작은 가게가 많아요. 그런 가게들이 이 동네만의 개성을 만들어 주는 거죠. 이제는 그 골목 사이사이까지 저가 프랜차이즈형 카페가 들어서고 있지만요.
| OE 이태원의 주민으로서 느끼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태원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승민] 삶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건 아무래도 의식주의 다름을 살펴보는 데에서 제일 먼저 드러날 것 같아요. 이태원에는 없는 음식이 없습니다. (웃음) 케밥은 김밥만큼이나 흔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비건 식당들도 많고요. 특히 후무스를 파는 곳이 많아서 좋아요. 옷도 마찬가지죠. 빅 사이즈 의류 가게들도 많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전형적이지 않다 보니 어떤 것들도 특별히 이상해 보이지 않으면서 모두 특별히 멋져 보입니다. 우리 존재들 자체가 서로에게 그렇게 인지되는 것이겠죠.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인구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동네라고 알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의 카페와 식당에 호두와 함께 갈 수 있고 동네에 개들이 워낙 많다 보니 견주들끼리 길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도 일상적이고요.
서로가 모두 다른 존재라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처음 다가갈 때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고 느껴요. 그러나 그 조심스러움은 만남을 피하는 쪽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리고 섞여 드는 쪽으로 발휘되고요. 다른 동네들은 특정 연령대나 직업군 등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는 반면 이태원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는 ‘특정될 수 없음’ 자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뭐든 가능하고, 무엇이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관용적인 태도가 동네에 스며들어 있어요. 예를 들면, 낯선 이들과 말을 섞고 알아가기도 하지만 그들을 어떤 개념이나 규범으로 단정하지 않고 그냥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는 태도요. 동네의 이웃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그런 태도로 저를 대해주세요.
[성태] 저한테는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골목들이 늘 더 재미있는 이태원이었어요. (고민하며) 좋고 맛있는 식당 많긴 한데, 쉽게 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워요. 놀다 보면 생각보다 외국인 친구들 많이 만나는 것도 색다른 재미예요.
| OE 앞으로의 이태원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승민] 후암동은 재개발 시도가 오랫동안, 여러 번 진행 중인 동네예요. 역사도 오래되었고요. 그런데 최근에 남산 주변의 고도 제한 완화로 고층 빌딩들과 아파트가 들어설 기미가 보여요. 그게 많이 아쉽습니다. 이대로 동네가 가진 역사와 편안한 분위기를 잃게 된다면 정말 많이 슬플 것 같아요.
후암동은 아직인데 이태원의 일부는 재개발 때문에 거기서 살던 분들이 강제로 퇴거당하거나 급하게 이사를 나가는 일들이 이미 있었고요. 어쩌면 이건 서울이나 한국 전체가 지향하는 ‘개발’에 대한 의미일 수도 있는데, 저는 동네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곧 낙후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 장소가 함축하는 시간의 크기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건 곧 그곳만의 역사가 되죠.
어떤 장소를 ‘살려’낸다는 것의 의미는 그러한 시간의 더께들을 말끔히 지우고 휘황찬란한 새 건물들을 세우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요. 장소가 거쳐온, 경험해 온 시간의 누적들을 계속해서 역사화 하는 것, 그 안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웃으로 삼아 동네라는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살려냄’의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성태] 계속 재미있는 지역이면 좋겠어요. 서울 어느 지역도 다 그렇겠지만 이태원은 특히나 강렬한 곳입니다. 일찍이 외국 문화가 많이 유입된 곳이었으니까요. 구 자체에서 지구촌 축제를 비롯한 문화 행사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면 좋겠어요. 할로윈도 포함해서요. 사실 이것도 이태원의 문화잖아요. 이태원이기 때문에 이 문화가 생겨난 거예요. 이태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화를 더 장려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즐겁게 노는 건 삶의 목적하고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안전하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의 방향으로 도와줘야 하는 거죠. 무조건 삭제하는 게 아니라 잘 품고, 큰 방향으로는 잘 즐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잘 마무리 짓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겠지만요.
또 사실 특징이 강한 이태원 지역은 이미 재개발이 진행 중이에요. 제일기획 뒤쪽 지역부터 보광동 일대는 이미 유령 동네나 다름 없이 집이 다 비어 있어요. 후커힐도 싹 밀릴 거예요. 보통 다음 수순으로는 잘 다듬어진 주거 단지가 들어오죠. 그게 특별히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 서울 지역 중에서도 낙후된 편인 건 사실이지만, 그런 곳일수록 더 재밌는 걸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리고, 어리기 때문에 돈도 별로 없고, 대신 투지만 있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재밌는 일이 많이 생기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지금 있는 주소까지 새롭게 바뀌게 됩니다. 일단은 여기 머무르고 싶은 만큼 지내면서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가는지 좀 보고 싶어요. 앞으로 서울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소심한 산책인]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 지역이 개발되며 자본과 외부인이 유입돼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에요. 경리단길과 용리단길이 있는 용산에서는 새삼스러운 단어지만 여전히 작은 골목들이 상업화되고 있고, 월세는 오르고, 상인들은 걱정이 늘어나죠.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조금 천천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특히 최근 신흥시장 일대에 유동 인구가 많이 몰리는데 노후한 건물이 많은 만큼 사고의 위험도 있거든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지 무력해지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껏 하던 기록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사실 최근엔 바쁘다는 핑계로 업로드를 자주 못 하고 있거든요.
| 마지막으로 이태원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소를 살짝 소개해 주신다면요?
[승민] 이 질문이 제일 어렵네요. 너무 많아요! 해방촌으로 막 진입하는 오르막이나 일몰과 일출을 그 어떤 가림막 없이 그대로 볼 수 있는 소월길도 좋고요. 봄에는 남산 도서관의 벚꽃길도 좋고, 녹사평역 근처에 있는 육교도 좋아합니다. 육교 한가운데에 서면 남산과 남산타워, 그리고 도로가 한 줄로 쭉 이어지거든요. 거기에 서서 차들이 지나다니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바닷가에서 주워 온 소라 껍데기에 귀를 대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가 서울이구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출근하고 귀가하는 흐름의 한 가운데구나 합니다.
이 중에서 꼭 하나만 고른다면 저는 녹사평의 육교 위를 남겨두고 싶어요. 도시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서서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요. 특히 밤에 가보시는 걸 추천하는데 왜냐하면 남산타워와 도로 위를 밝히는 차들의 불빛이 경이롭기 때문이에요. 물론, 대도시의 빛 공해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그렇다기보다, 사람들의 살아 있음이 동시에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장소예요.
남산타워는 언제나 저의 버팀목이에요. 내가 이곳에서 어떤 역경을 겪고 난관에 처한다 하더라도 저 남산타워는 내내 서울을 지키고 있고, 서울을 지킨다는 건 곧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의 기반을 지켜준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지금은 내가 ‘이런 마음’으로 저 빛을 보지만, 오 년 뒤, 십 년 뒤에는 어떤 마음으로 저 불빛을 보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힘들더라도 도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그 어떤 부정적인 일도 결국은 내 삶이기 때문에 괜찮고, 중요하다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소심한 산책인] 사실 가장 애정하던 작은 술집은 문을 닫아버렸어요. 요즘은 좀 더 가본 적 없는 골목으로 가보려고 노력해요. 지도 앱은 항상 가장 가까운 길을 알려주잖아요? 무의식적으로 항상 가던 길로만 가게 돼요. 효율이 가장 중요한 시대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재미없겠죠. 요즘 가장 애정하는 순간은 길을 잃고 새로운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입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이 가장 애정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성태] RING, KOCKIRI, NYAPI처럼 좋은 클럽들과 하얏트 호텔을 지나서 남산 가는 길 등 애정하는 장소는 많지만, 하나만 고르자면 제 집이요. (웃음)
Interview & Edit | Heeseung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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