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여행자를 위한 쓸모없는 꿀팁 6가지
작성자 아워익스프레스
아워익스프레스 에디토리얼
1인 여행자를 위한 쓸모없는 꿀팁 6가지
Intro
주의: 이 꿀팁은 다소 꼬질꼬질하다. 근사하고 황홀한 여행을 위한 방법은 얻어갈 수 없다. '항공권 최저가로 사는 법', '혼자서도 인생샷 건지는 법'과 같은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이 쓸모없는 꿀팁은 일종의 체험수기. 심미적이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지만, 하찮은 구석에서 유용할 순 있다. 물론 대단히 유용하지도 못하겠지만.
지난 반년간 홀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나는 때로 학생이었다가, 노동자였다가, 여행자였고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돈 없고 집 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왜 독하고 왜 열심인지.'라는 힙합 노래 가사를 염불처럼 외운 시간이었다. 다들 여행을 꿈꾸며 살아간다는데 내 여행은 현실에 바싹 밀착해 있었다. 꿈보다는 또 다른 현실이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부귀영화 없이 경험을 누리느라 고생하고 있던 거다. 고생의 출처를 깨달은 후, 타당하게 수긍했다. 젊음을 팔아, 경험이라 불리게 될 궁핍을 사고 있구나. 자처한 고생이니 원망도, 불평도, 그 어떤 심술 궂고 뾰족한 마음도 무색해졌다.
짠 내 나게 홀로 부랑한 시간이었지만, 결국에는 달콤한 풍경과 시큼한 우정의 순간에 마음이 오래도록 정박한다. 꼬질꼬질하고 빈틈 많은 여정이라 눈길 가고 마음 줄 곳도 많았다. 생존해야 한다는 독한 결심도, 잘 해내야 한다는 열심도 사소해진다. 나를 잃고 또 얻는 모든 시간이 여행임을 알게 된다. 쉽게 잃을 수 있어서 새로움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담박한 여행이다. 한순간에 깨는 꿈이 아닌 내일이 될 현실이다.
홀로 변변찮은 여행을 떠날 독자들을 위해 쓸모없는 꿀팁 6가지를 준비했다. 마냥 초라하고 외롭기보다 뜻밖의 소소한 기쁨과 적당한 고독, 무엇보다 유쾌한 새로움이 곁에 머물기를 바라면서. 잘 잃고 얻는 여정에서 이 하찮은 팁이 작은 가능성이 되면 좋겠다.
1. 코골이 캔슬링엔 헤드셋을
숙박비를 나눌 동행이 없는 1인 여행자에게 호스텔은 고려해 봄 직한 선택지다. 합리적인 가격에, 새 친구를 사귀기도 쉽다. 묵게 될 호스텔은 4인실부터 20인실까지. 적지 않은 룸메이트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만큼 각양각색의 코골이 합주를 듣게 될 확률도 높다.
이어 플러그의 폭신함을 신봉하지 않는 편이 좋다. 무엇을 대비하든 그 이상의 코골이를 마주하게 될 테니. 연약한 이어 플러그보다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셋이 책임감 있게 숙면을 도와줄 것이다. 허무하게 이어 플러그를 통과해 버린 우렁차고 뾰족한 코골이도 헤드셋의 노이즈 캔슬링 앞에서는 얌전해진다.
존재감 큰 헤드셋보다는 귓속을 알맞게 꽉 채우는 에어팟을 선호할 수도 있다. 다만 외이도염을 주의할 것. 한참 고생한 후로는 되도록 헤드셋을 끼고 잔다. 귀 전체를 고요히 감싸주는 헤드셋의 안정감은 정자세로 자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하다.
2. 비디오도 좋지만 오디오는 필수니까
버스부터 비행기까지, 여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실려 가는 일. 같이 수다 떨 사람도 없고, 와이파이도 데이터도 넉넉지 못한 여정에, 고독을 달래줄 컨텐츠 저장은 필수다. 비디오도 좋지만, 눈을 꼭 감고도 즐길 수 있는 오디오를 추천. 좋아하는 노래나 팟캐스트를 듣다 보면 어느새 편안히 잠에 빠져든다.
혼자만의 해외여행에서는 한국어 대화가 귀하다. 벼락치기 영어 공부를 위한 영어 팟캐스트는 유용할 순 있지만, 한국어 팟캐스트는 필요해진다. 낯섦뿐인 여행에 익숙한 한국어로 심신을 정돈해 보자.
얼마 전에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400여 개의 에피소드가 남아있는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추천한다. 여러 작가의 부드럽고 정확한 이야기를 들으며 차분히 낯설어질 준비를 한다.
3. 양손은 비우고 등은 최대한 가볍게
몸의 짐은 마음의 짐이 되는 법. 가능하다면 캐리어 대신 배낭을 메고 양손에 자유를 선사해 보자. 짐을 맡아줄 동행이 없는 건 1인 여행자의 숙명이니까.
단, 무겁지 않게. 자칫하다간 시시포스의 형벌을 체험하게 될 수도 있다. 늘어나는 배낭의 무게는 줄어드는 체력과도 같음을 유념하며 필요한 것들 위주로 짐을 싼다. 고작 나 하나 챙기는 데 생각보다 많은 무게가 든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어쩌면 내 삶의 무게일 수도.
4. 누구나 가방 속에 봉투 하나쯤은 품고 있으니까
어디서 받았는지 모를 커다란 봉투에 소중하게 옷을 싸서 봉투째로 배낭에 보관한다. 배낭에 곧장 옷을 집어넣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가지런히 쌓아둔 옷가지들은 그만큼 꺼내기 번거로워진다. 옷 사이사이에 다른 소지품들이 섞여버려 뜻밖의 보물찾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배낭에서 묵직한 봉투만 단숨에 꺼내 배정받은 사물함에 넣어두면 끝이다. 가방을 마음껏 펼치고 짐을 찾기 어려운 다인실 숙소에 묵는다면 적극적으로 봉투를 활용하는 게 좋다.
첫날 입을 잠옷과 소분해둔 목욕용품은 따로 다른 봉투에 담아두는 걸 추천한다. 만약 호스텔을 이용한다면 당신만을 위한 쾌적한 샤워 공간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봉투를 활용해 비좁은 공용 샤워부스로부터 뽀송하게 잠옷을 지켜보자.
5. 스몰톡이 어렵다면 스몰 당구를
함께할 친구 없이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오히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낯선 여행지 에서 나와 전혀 다른 얼굴을 한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건 소중하고 멋진 일. 하지만 스몰톡의 크기는 거대해만 보이고, 말을 걸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
스몰톡이 어렵다면 스몰 당구는 어떠한가? 호스텔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당구에 꽤나 진심이었다. 당구대 근처를 괜히 서성이고 있으면 분명 또다른 1인 여행자가 함께 칠 것을 물어봐 올 것이다. 가볍게 친 당구가, 가벼운 대화에서 가벼운 식사로 가뿐히 이어진다.
처음엔 당구를 전혀 칠 줄 몰랐지만 지금은 엉성하게나마 흉내 낼 수 있다. 여러 번의 스몰 당구 덕분이다. 그리고 이건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귀었다는 작은 우정의 흔적이기도 하다.
6. 적당한 단념은 충분한 낙관이 된다
행운이 비집고 들어갈 빈틈을 남겨두기. 여행은 변수의 연속이고, 넉넉지 않은 여행이라면 더욱 내 마음 같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여행을 해내겠다는 꼿꼿한 마음가짐은 작은 사건에도 쉽게 불행해지고 실패한 여행을 만들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재미와 행운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 가방이든, 몸이든, 마음이든, 시간이든, 비워둔 공간은 여유가 되고 곧 행운으로 채워진다. 적당히 잃음으로써 충분히 즐거워지기를. 우리, 여행에서 아쉽기만 하고 실패하진 말자.
By Heeseung Yoon
Mix all idea, and 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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