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인터뷰] 빈티지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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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인터뷰] 빈티지에 빠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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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OE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종훈] 인스타그램에서 줄곧 활동해왔으며, 작년부터 @butanother_official 온라인 세컨핸드샵을 운영 중인 최종훈이라 합니다. 

[어진] 안녕하세요. 조용하지만 꾸준히 살아가고 있는, 옷을 코디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찍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1년 3개월차 직장인 소어진이라고 합니다.

[현지] 안녕하세요. 핸드메이드 모자를 만드는 햇쓸까 , 변현지 입니다.


| OE 처음 빈티지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종훈] 내가 어떻게 생겼고 뭘 입는지 중요해진 시기부터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쯤부터였는데, 당시에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런데 웬걸! 이놈의 심술이란. 어릴 때부터 남들과 겹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어찌나 강했던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의 한 벌보다, 조금 허름하더라도 독특하고 재미난 여러 벌을 원했어요.

그러던 와중, 또래 중에서 굉장히 앞서가는 친구 덕에 '빈티지'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고 구제 시장을 탐닉하면서 서서히 사랑에 빠졌어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옷장을 구제 옷으로 가득 채워갔고, 어느새 물 흐르듯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아래 빈티지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진] 스물 한 살, 5년 전쯤부터 빈티지 의류를 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저렴하게 옷을 구매할 수 있고, 용돈을 아끼고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새 빈티지만의 독특한 스타일에 푹 빠져 있더라고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한정적이던 스스로의 패션 세계관이 확장되며 저의 개성을 옷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즐기게 해준 시작점이었어요.

인스타그램의 빈티지샵 계정들을 팔로우해서 처음으로 DM 구매라는 걸 해보고,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빈티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티셔츠와 목걸이를 선물받았죠. 고작 일 년 전인 스무살 때까지만 해도 미스치프나 디스이즈네버댓 등 ‘누구나 다 아는’ 유명 메이저 스트릿 브랜드를 선호했던 제가 더 새롭고 다양한 장르의 패션을, ‘나만이 입고 나만이 아는’ 패션을 시도하게 된 순간이었다고 봐요. 

[현지] 저희 어머님이 패션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어릴 때 부터 어머님의 영향을 받아서 저도 옷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진짜 '찐 빈티지'인 엄마의 오래된 폴로 가디건을 엄청 오래 입고 다녔죠. 그러다 패션 커뮤니티를 하게되었는데 그 당시 빈티지 옷이 유행이기도 하고 남들이 안 입는 옷을 찾고 싶어서 빈티지 디깅을 하기 시작했어요.

중고등학교 때에는 광장시장 / 동묘도 자주 갔었어요. 주변에 같이 빈티지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있어서 늘 친구들이랑 보물을 찾아 다녔답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이제는 힘들어서 동묘의 옷 무덤은 못 파헤진다는 점이랄까요. (웃음) 십대 이십대 초반보단 조금 더 정리된 빈티지샵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최종훈 인스타그램(@final_foon) 중.

| OE 지금의 패션 및 정체성에서 빈티지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종훈] 제 돈 주고 샀던 의류&잡화는 거의 전부 빈티지에서 구했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95%쯤 될까요? 베이직한 기본 아이템 같이 새 옷을 아예 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빈티지에서 해결해요.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옷이 있다면 그 대체제를 빈티지에서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었고, 그러한 노하우가 차곡차곡 축적된 것 같아요. 과정에서 리폼&커스텀.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익히고 더 알아내기 위해 많이 찾아보기도 했어요.

[어진] 사실 이 질문을 처음 듣고 '나 그렇게 빈티지 옷을 많이 입는 편은 아닌데?’ 라고 잠깐 생각했어요. 빈티지를 구매할 때, 베이직한 일상복 스타일보다 이건 남들이 안 입을 것 같은 유니크한 디자인의 제품을 더 선호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입은 옷들, 꾸며 입고 나갈때 착용하는 옷들을 생각해보니 전부 빈티지 아이템들이 섞여있더라고요. 이걸 작성하고 있는 지금 순간까지도요. 유독 애착이 가는 옷들은 전부 빈티지 아이템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요.

[현지] 100중 90이 거의 빈티지일 거예요.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이 이젠 좀 새 옷이 입고 싶지 않냐는데, 새 옷은 새 옷이고 빈티지는 빈티지거든요. 빈티지가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옷이 아닌 나만의 옷이라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리고 오히려 예전 옷들의 디자인이 더 재미있을 때가 있어요.

소어진(@see___saw)의 빈티지 코디.

| OE 빈티지를 입기 전후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타일링, 생각, 시선, 일상, 어떤 변화과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종훈]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맞춰서, 너무 튀지 않지만, 묻히지도 않게 옷을 입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었어요. 패션이라는 게 나를 표현하기 위함이라지만, 나 홀로 다른 세상이면 되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런 소외감이 무서웠거든요. 그 마음은 빈티지를 좋아한 뒤에도 한참 이어졌어요.

그런데 이것을 제공하는 '직업'을 가지고 수많은 옷 속에 담긴 저마다의 기억을 입어보고 누군가의 추억을 향유하면서부터, 적당한 자기 표현과 경제적 여유라는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성별과 유행에 민감한 흐름에 맞춰서 적당히 일하고, 많이 팔아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남자 옷, 여자 옷, 촌스럽고 트렌디하고, 이성이 좋아하고 싫어하고, 어떤 스타일인지 규정하는 일련의 판단을 모두 뒤로 하고서, 저마다의 고유함이 담긴 채 앞에 놓인 옷이라는 재료로 할 수 있는 모든 시각적 표현을 하고 싶어요. ' 그때만큼은 정말 아무 눈치도 제한도 받고 싶지 않아! ' 라고 연신 외쳐대는 마음 속 굳은 의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그러기로 했어요.

[어진] 확실히 빈티지 옷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변화라면 옷을 너무 많이 산다?... 농담이에요. 반은 맞는 말인데, 왜냐하면 옷을 보는 폭이 넓어지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옷을 산다거나, 한번 입고 말아버리는 옷을 사는 경우도 많아졌거든요.

특히 빈티지 옷은 제품의 착용컷 등 상세정보가 적은 경우가 많고, 한 벌밖에 없는 제품이라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기대했던 느낌과 다른 제품이 꽤 많은 편이죠. 반은 왜 틀리냐면, 그냥 제가 물욕이 너무 많은 사람인 이유도 있는 것 같거든요. 이것도 고도로 발달된 인터넷과 SNS의 영향으로 다양한 취향을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아져서가 아닌가 싶어요.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옷이 필요하거나 쇼핑하고 싶을 때, 빈티지에서 먼저 찾게 된다는거에요. 새 제품을 바로 사기보다 빈티지 제품에서 필요한 게 있다면 빈티지를 우선시하게 되었어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배송도 빨리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예쁜 제품을 발굴해낸다는 행위 자체가 익숙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현지] 저는 단지 순수하게 옷을 즐기고, 유행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어요. 다만, 스타일링의 영역이 더 자유롭고 다양해졌네요.

변현지(@hatsseulka)의 알록달록한 스타일링.

| OE 빈티지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이 빈티지를 입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종훈] 어떤 빈티지 옷은 헤져있기도 하고, 찢어져있기도 해요. 이 친구가 어떤 역경을 겪었고 어떤 시간을 보내왔을지 상상하게 돼요. 이전 주인이 험하게 다루었을까? 아니면 이 친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매일을 함께 했을까? 어떠한 이유로 이 친구는 내 눈에 띄었을까? 익숙해서일까, 너무나도 새로워서일까? 원래 내 취향이 이랬던가? 이런 생각의 갈래를 뻗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제 옷장에 들어가 있어요. 공장에서 갓 나와 깔끔하게 포장된 새 옷도 물론 훌륭하죠! 단지 제게는 세월감 가득한 빈티지에 더 많은 매력이 느껴지네요. 

[어진] 매력이라면 예상치 못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빈티지 샵을 구경하다가 또는 온라인에서 정처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 딱 발견하는 그 우연이 재밌는 것 같아요. 그것에 맛을 들여 반복적으로 찾아보는 습관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 빈티지만이 줄 수 있는 정형화되지 않은 새로움이 저의 감각을 자극한다고 생각해요. ‘나만이 입는, 나만이 아는’  그 특별함. 사람은 항상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그것을 소장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잖아요. 그 옷을 입음으로써, 그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스스로 느낄 수 있으니까 더 끌리지 않나 싶어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인 면에서는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에요. 특히 저는 꼼데가르송, 요지 야마모토, 사카이 등의 일본 브랜드 제품들을 좋아해서 보다 낮은 가격에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이 제일 구매욕을 자극시켰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소장하고 있는 빈티지 제품 중 브랜드 의류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요.

[현지] 시간이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세월을 머금고 있으니까요. 찾다보면 처음보는 브랜드도 많고 매번 보물을 찾는 것 같아요. 파도파도 끝이 없는 것 처럼요!  

최종훈의 인스타그램 속 개성이 돋보이는 코디.


| OE 빈티지를 발굴할 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요.

빈티지를 구매하고 착용할 때 겪은 시행착오가 있다면 공유해주시겠어요?

[종훈] '질 좋고, 잘 관리된, 합리적인'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빈티지는 사실 찾기 쉬운 편은 아니에요. 질 좋은 옷이라 함은 높은 퀄리티의 원단과 제작 방식을 거친 네임드 브랜드에서, 잘 관리되어 있는 옷은 "길거리 시장"보다는 꼼꼼한 케어와 검수를 거친 "빈티지샵"에서 찾는 게 훨씬 수월할 거에요. 헌데 이 두 가지를 충족하려면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합리적인 가격의 기준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중고 의류라는 점을 인지해버린 이상 가격이 조금만 높아도 심리적 저항이 크기 마련이죠. 이 때문에 빈티지 씬에서 질 좋고 잘 관리된, 합리적인 소비를 원한다면, 삽 하나 무식하게 들고 여기저기 들쑤셔보는 도굴꾼의 마음으로, 정말 수많은 샵을 직접 찾아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해요.

한국의 빈티지 씬에는 제가 감히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감각적인 셀렉, 훌륭한 큐레이팅, 황홀한 가격대까지 세 박자를 고루 가진 샵이 의외로 많아요. 단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검색으로는 쉽게 나오지 않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디깅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울 거라고 확신해요!

[어진] 빈티지 구매도 결국 많이 구매해볼수록 더 실력이 발휘되는, 경험치에 비례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저도 빈티지를 정말 많이 실패해 봤고 지금도 종종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확실히 많이 구매해본 만큼 내가 그리는 나의 이미지, 즉 좋아하는 스타일이 생기고, 나에게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을 알고 있죠.

가장 구체적인 팁은 후루츠패밀리번개장터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자주 접속하고, 인스타그램에서 결이 맞는 빈티지 계정들을 많이 팔로우하는 거예요. 그럴수록 알고리즘에 다른 빈티지 계정들이 노출되기도 해서 좋아요. 구제 빈티지 사이트들을 저장해놓고 심심할 때 구경하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브랜드나 셀러 계정에 업데이트 알림 설정을 해놓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에요.

[현지] 우선 손 가는 대로 전부 다 입어보고 즐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것저것 입어보면서 나랑 어울리는 핏도 찾아보고, 내 피부톤엔 무슨 색이 잘 받는지 등 편견을 갖지 않고 전부 다 다양하게 입어보는 거죠.

빈티지를 발굴할 때의 팁도 알려드릴게요. 우선 너무 오염이 많고 냄새나는 건 패스! 아무리 예뻐도 못 입어요. 예전에 너무 예쁜 왁스자켓을 구매했던 적이 있는데, 왁스 냄새가 1년을 밖에 걸어놔도 안 빠지더라고요.

또 어떤 빈티지를 사야 좋을지 모르겠고 어렵다면, 깨끗하게 잘 정리된 빈티지샵을 가는 걸 추천드려요. 요즘은 빈티지샵이 잘 돼 있어서 무척 쾌적하고 새 옷이나 다름 없는 퀄리티의 옷들이 많답니다.


| OE 빈티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빈티지를 찾고 있는 요즘이에요. 빈티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그런데 진짜 빈티지는 싫지만 빈티지 느낌이 나는 새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되더라고요. 또 빈티지는 좋지만 ‘구제 의류’는 싫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 맥락에서 빈티지의 정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졌어요.

[종훈] 빈티지에 대한 정의는 사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말이 많은 부분이기도 해요. 'Second hand'와 'Vintage'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몇 년도의 물품부터 Vintage라 불릴 수 있는가 등등...마을 내에서 벼룩 시장을 하던 것이 지역을 오가게 되고, 지금은 해외의 중고 물품을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은 환경이에요. 이렇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Used Item'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어떤 문화이건 메인 스트림으로 급부상하게 되면, 이전에는 규정해두지 않은 단어의 정의, 모호한 개념을 확립해가는 과정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빈티지의 정의가 아직은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빈티지 문화가 특별한 것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잡힐 것이라 생각해요.

제 개인적으론 Vintage와 Second hand,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요.

제 샵을 세컨핸드 샵이라 칭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생각을 근거로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진] 저에게 빈티지는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인 것 같아요. 세월이 묻어있는 제품이기도, 저렴한 구제 의류이기도, 빈티지스러운 새 제품이거나 기성 브랜드의 제품이기도 하지만 공통점과 목적은 특별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그런 ‘빈티지스러움’ 이 패션 업계에서도 판매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단순하지 않은 디자인과 패턴, 트렌디하기보단 옷 자체 고유의 분위기가 녹아있는 그런 제품들이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이 된다고 생각해요. 

[현지] 옷을 놀이처럼 입는 저에게 각 장르별 정의를 내리기보단 빈티지의 매력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저 또한 깨끗하고 새 옷 같은 빈티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너무 오염이 되지 않은 수준에선 세월의 흔적이나 그 시대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저만의 멋과 재미로 승화시키는게 빈티지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 OE 빈티지를 코디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또한 어떻게 빈티지 코디를 구상해내시는지도요!

빈티지는 다른 기성복들과 달리 하나밖에 없는 옷인 경우가 많잖아요. 뚜렷한 개성을 보이기 좋은 수단이 되지만 또 그만큼 다른 곳에서 코디를 참조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멋진 빈티지 스타일링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궁금하네요.

[종훈] 스타일링의 부분에서는 잡지를 많이 보거나 최신 브랜드의 동향을 확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아이템, 룩, 컬러, 연출 방식을 해체해보는데 의외로 우리가 모르는 디테일과 스타일링이 많아요.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핫한 아이템을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 젊은 세대와는 달리, 기나긴 세월 속 담긴 취향과 필요에 의한 의복 선별이 탁월하게 발휘되어서 흥미로운 요소가 한둘이 아니더라구요. 빈티지를 그럴 듯하게 흉내내는 제가 감히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어진] 빈티지 코디라는 게 일반 의류 코디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빈티지뿐만 아니라 옷 자체를 잘 입는다는 건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옷을 잘 입는다는 답은 없지만 각자의 기준은 만들 수 있다고 느껴요. 빈티지 제품이 개성이 센 아이템일 경우, 같이 매치하는 아이템의 디자인을 과하지 않게 해서 밸런스를 맞춘다던가, 컬러의 배색이 어울리는지, 소재 매치가 생뚱맞지 않은지, 핏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는지 등의 조건들을 일단 체크해보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이렇게 아이템들의 결이 맞는 코디를 할 줄 알아야 ‘여기에 이런 걸 입어보면 어떨까?’ 하는 창의적인 믹스 매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지] 빈티지를 코디할 때라기보단, 그냥 코디 할 때 그 날 어떤 게 입고 싶은지 먼저 고르고 그 옷에 맞춰서 코디하는 편이에요. 오늘 제 코디 중 빈티지 자켓이 메인이라면, 이 빈티지 자켓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입어보자 하고 어울리는 옷을 맞춰 코디해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옷 스타일보다 이런저런 스타일을 섞어 입는 걸 좋아해요. 워크웨어면, 거기에 반대되는 실크팬츠를 입고 워크자켓을 걸친다든지, 다양하게 섞어 입는게 더 재미있고 쿨한 것 같아요.

트렌드나 유행을 쫓기보다는 최대한 나답게 입는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여러가지 옷을 재미있게 입어보고 나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있게! 재미있게! 누가 뭐라든 재미있게 입어보고 내 스타일을 찾아가세요! 배기바지를 입어서 친구들이 '똥싼바지냐!' 라고 해도 '난 좋아!' 하고요.


| OE 각자에게 빈티지는 앞으로 어떤 의미이자 가능성이 될까요?

[종훈] 직업이자 취미로, 일이지만 놀이로서 저는 빈티지와 계속해서 함께 할 것 같아요. 현재는 세컨핸드 온라인 샵만을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 제게는 수많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자 선택권이 주어진 셈이에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건 인정하고 충분히 받아들인 다음, 나아가려 노력해보겠습니다. 

[어진] 빈티지라는게 사실 의류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빈티지펌, 빈티지인테리어, 빈티지필터, 빈티지케이크 등 제품의 모든 마케팅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핀터레스트가 필수 어플이 되고 과거의 빈티지한 요소를 찾아 적용시키며 y2k가 유행하고, 요즘의 우리는 감성을 ‘빈티지’ 라는 단어로 축약시켜 공유하기 쉬운 사회가 되었다고 느껴요.

어쩌면 빈티지라는 건 너무나 남발되어 그 진정한 색깔을 잃었을지도 모르겠고요. 빈티지라는 단어가 아날로그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미래적이라는 표현과 정반대의 단어잖아요. 그래서 요즘 세대가 빈티지를 선호하게 된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사람은 결국 낭만과 감성을 좇을 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의 빈티지도 언젠가 질릴 때가 올까요? 빈티지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면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스탠스에서 더 늘어나고 발전해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빈티지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선호층도 더욱 넓어지기에 빈티지라는 요소를 어떤 직종에서든 활용하게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우리는 각자의 ‘빈티지함’ 을 잘 살리고 개성을 담아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현지] 너무 포괄적인 빈티지의 가능성보다는 제가 빈티지 의류들을 작업하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려 해요. 어려서부터 어느 분야가 됐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는 꿈을 꿔왔어요. 현재는 모자를 만드는게 너무 재미있고 제 천직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이번 빈티지 의류작업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회화적인 표현들을 접목하게 되면서 매우 즐겁고 만족도 높은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빈티지 의류위에 저만의 판타지를 어릴적 꿈이였던 회화적인 표현들과 함께 창작해 나갈 수 있음이 큰 의미이자 가능성인 것 같아요.

빈티지 작업 중인 변현지의 모습이다.

Interview & Edit | Heeseung Yoon


* <취미에 빠진 사람들> 인터뷰 시리즈는 삶을 더욱 풍부하게 가꿔주고, 견고히 지탱해주는 '취미'에 대한 인터뷰입니다. 일 외적으로 무언가에 푹 빠져,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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