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며칠째 잠을 설치는 중입니다 🥹 유럽 휴가 후 시차적응에 열대야까지 겹치면서 잠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멜라토닌도 먹어보고, 수면안대도 써보며 여러가지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 제 루틴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느낌인데요. 요가로 내 몸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나이가 들수록 일정한 '루틴'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 아마 구독자님도 공감하실 거라 생각해요.
오늘은 어느덧 입추 立秋,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요가에서 바라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루틴을 재정립해보려 합니다. 요가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도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
🌝 푹 자는 것보다 중요한 것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한 팟캐스트를 듣게 됐어요. 기기로 수집한 데이터로 사람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회사의 창업자인 홈즈 박사를 인터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잠이 중요하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그녀는 콕 집어 한 가지를 강조하더군요.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얼마나 자느냐'보다도 깨고 자는 시간의 규칙성이란 겁니다.
Ⓒ The Diary of a CEO
'시간생물학' 이라는 게 있을 정도로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체는 24시간을 주기로 하여 살아갑니다. 서캐디언 리듬이라고도 불리는 이 활동일주기에 따라 얼마나 규칙적으로 잠에 들고 일어나는가가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래요.
홈즈 박사는 그래서 규칙적인 수면(10시 이전)-기상 시간을 목숨 걸고 지키고 있다고요.
이런 규칙성이 깨지는 교대근무 근로자의 기대수명은 평균보다 15년이나 짧다고 보고된다고 하는데요.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 저는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 듯 놀랬어요.
Ⓒ Sleep Foundation
실질적으로 교대근무하지 않더라도, 밤 10시와 새벽 4시 사이에 깨어있는 날들이 1년에 25일만 되어도 교대근무자로 간주된다고요! 종종 늦게까지 일하고, 늦게 뭔가를 마시거나 먹고, 여행 가서 잠 설치고, 침대에 누워서도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는 날들 대충 합쳐보면 25일이 넘어갈 것 같지 않나요?
우리는 어쨌든 주행성 동물이고, 아무리 머릿속이 바쁘더라도 몸은 여전히 태고의 자연 리듬을 따르고 싶어한다는 걸, 기억해야합니다.
그럼 요가에서는 이런 시간과 생체리듬,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볼게요.
🌅 가장 신성한 시간
요가에서는 시간이 우주의 에너지, 우리 몸의 에너지가 흐르는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름까지 붙여줬죠. 바로 일출 전 96분-48분 전인 브라마 무후르타(Brahma Muhurta) 입니다.
'브라마의 시간' 곧 창조와 지혜의 시간이란 뜻인데요.
이 시간에 일어나는 자는 하루를 지배한다. / 아쉬탕가 흐리다야
수행자들은 동이 트기 전의 이 시간대가 우리의 의식이 깨어나는 시각이자 요가를 수련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라 믿었어요.
계절과 지역마다 달라지겠지만 이 브라마 무후르타는 대부분 오전 4시-6시경입니다.
8월 첫째 주의 서울을 기준으로 계산해볼까요?
- 일출 시각: 오전 5시42분
- 브라마 무후르타: 오전 4시 6분-4시 54분
일출 시각이 약 20분 가량 늦어지는 9월에는 4시 30분 - 5시 20분 사이가 된답니다.
온 세상이 조용하고, 의식도 가장 맑고 고요한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볼까요? 잠에서 부드럽게 깨어났다면 다음 3가지 순서를 따라해보세요.
요가로운 모닝루틴 3단계
1) 디톡스와 클렌징 (약 5분)
브라마 무후르타 시간에 맞게 일어났다면 주방으로 가서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마십니다. 자연스럽게 배설이 촉진되거든요.
그 후 양치하고 혀 클리너로 혀도 깨끗이 긁어냅니다.
아유르베다 학자들은 코코넛오일 같은 식물성기름을 한 스푼 머금고 오일풀링을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또, 오일을 몸 곳곳에 부드럽게 바르며 마사지하거나 브러시로 쓰다듬으며 몸을 깨우는 것도 좋다고 해요.
2) 아사나 - 호흡 - 명상 (약 30분)
환기를 하고 마당이 있다면 마당에 나가서, 아니라면 탁 트인 공간에 매트를 깔고 요가를 수련합니다. 긴 시퀀스가 아니라 몇 번의 태양경배자세 (수리야 나마스카라) 반복으로도 충분해요.
아사나를 마쳤다면 아침에 잘 어울리는 나디 쇼다나, 카팔라바티, 우짜이 같은 호흡을 수련합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마지막 새벽빛 속에 앉아 명상한 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합니다.
3) 저널링과 공부 (약 15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에너지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이제 이 브라마 무흐르타가 선사하는 지혜의 세례를 받을 시간이예요. 뇌가 아직 완전히 ‘외부 세계’로 열리기 전이기 때문에, 이전 호에서 말씀 드렸던 모닝페이지 작성이나 지적인 사유, 신성한 책을 읽기에 아주 적합하거든요.
왜 많은 성직자들이 이 때 일어나 경전을 읽고, 성공한 CEO들 역시 새벽 시간을 활용해 공부한다고 하는지 이제 이해가 가지요.
♻️ 3가지 도샤 시간대
구독자님, 아침 후의 나머지 일상도 어떻게 요가롭게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아유르베다에서는 하루를 크게 3가지 도샤 (바타/카파/피타) 의 순환으로 보는데요. 앞서 소개한 3개 루틴을 포함해 이 도샤적 순환에 맞는 루틴을 디나차리아 Dinacharya 라고 부른답니다.
Ⓒ Ayurveda Practice
도샤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세 가지 기본 에너지로, 아유르베다의 5대 원소(에테르, 공기, 불, 물, 흙)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있어요.
해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의 생체리듬처럼, 아유르베다에서는 하루에도 특정 시간마다 우세한 도샤 에너지가 있다고 봐요.
🌬️ 바타 Vata: 공기 + 에테르 (가볍고, 차갑고, 빠름)
💧 카파 Kapha: 물 + 흙 (무겁고, 차분하고, 느림)
🔥 피타 Pitta : 불 + 물 (뜨겁고, 날카롭고, 강함)
밤 10시에 자러 가는 것만큼, 먹는 시간대도 중요한데요. 디나차리아에서는 점심을 가장 무겁게 먹고, 저녁 식사는 오후 7시 30분 전에 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봅니다.
디나차리아, 서캐디언 리듬, 생체리듬 - 모두 이름만 다를 뿐 말하는 내용은 동떨어져있지 않습니다.
핵심은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게, 자연스럽게" 인 것 같아요. 꼭 새벽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현재 시간에 어떤 기운이 흐르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겠지요?
🕰️ 아침의 신성함 & 아힘사
이 레터를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면서, 그동안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있었던 생체리듬과 모닝루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어요.
구독자님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코로나 즈음에 미라클모닝 광풍이 분 적 있잖아요, 그 땐 야근이 엄청 많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잠을 줄여가며 그런 루틴을 따라하려고 애썼던 적이 있어요. 힘들어서 금방 그만뒀고 루틴은 지속적이지 못했죠.
이제 이런 지식들을 알게 됐으니 아침의 신성함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조금 더 내 몸에 친절하게, 내가 살아가는 장소와 시간과 계절에 맞게 주기를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팟캐스트 말미에서 홈즈 박사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파악하고, 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삶을, 당신의 하루를 설정하세요."
한 해의 절반을 넘어가는 지금, 다시 한번 점검해보면 좋을만한 이야기라 나누고 싶었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남은 몇 달은 어떤 루틴으로 보내고 싶으신지요? 다이어리에 적든, 소셜 미디어에 선언하든, 아니면 이 글에 피드백을 남겨주시든 — 기록을 남겨보세요. 그럴수록 실현 가능성이 더 높아질테니 말예요 :)
🧘🏾♂️ 명상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가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전반적인 웰니스 사업에 대한 흐름을 받아볼 수 있어 감사합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웰니스 비즈니스를 조명해볼게요! 궁금한 비즈니스가 있다면 언제든 제보해주세요 :-)
🧘🏼 차크라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테스트도 재밌었구요, 전사자세도 따라해보았는데요, 해당 차크라를 깨울 수 있는 요가시퀀스를 더 디테일하게 담아주셨어도 바로 바로 활용하기에 좋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테스트는 처음 소개해봤는데, 소중한 피드백 감사합니다! 시퀀스 관련해 더 자세한 흐름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콘텐츠도 고민해 볼게요. 다음 편도 기대된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 어디선가 들어본 주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왜 차크라가 중요한지 마음으로 느끼게 됐어요.
차크라는 단순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구독자님 말씀처럼 몸으로 움직여보고 마음으로 직접 느껴볼 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요가로운 일상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