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니커님, 제가 독일에 머문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됐습니다. 주로 뮌헨에서 지내다 이제 요양차 시골의 작은 온천 도시로 옮겨온 참이에요.
그간 다양한 요가원에서 수련을 이어가면서 "독일... 요가 여행지로써 꽤 매력적인데?"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독일은 이탈리아, 프랑스에 비해 여행지로써 인기가 덜하긴 하지만, 안 들리기엔 너무 아까운 나라예요. 요가 수련자라면 더욱요! 여행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영어 요가 수업 비중도 높고, 여름엔 푸른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요가 이벤트가 많거든요.
🇩🇪 네, 오늘은 뉴니커님께 독일의 요가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 100년 전 요가원
뉴니커님, 독일이란 나라를 떠올리면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자동차, 맥주, 축구, 조용함, 검소함, 중소기업, 탄탄한 경제...? 전 이제 그 리스트에 '요가 선진국'이라는 키워드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독일에서 요가는 아주 오래된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의 일부거든요.
전에 소개했던 프랑스와 비슷하게 독일에서도 요가는 '철학'으로 먼저 소개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요가를 구루나 스승 없이는 배울 수 없다고 믿습니다. 아마도 서양인이 요가의 가장 낮은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 구루를 만난 적도 없고,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한 적도 없습니다만, 저는 경험을 통해 집중력과 내면의 평화를 얻는 데 가장 큰 외부적 도움은 실제로 호흡 수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나의 믿음』 (1957)
독일의 명문대 베를린 훔볼트대학을 설립한 교육자 빌헬름 폰 훔볼트도 <바가바드 기타>를 읽고 매료되어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고, 우리가 아는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헤르만 헤세 같은 내로라하는 독일의 학자들이 요가를 비롯한 인도 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어요.
아사나를 함께 수련하는 하타요가는 독일에서 약 192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의사이자 요기였던 스와미 시바난다 (1887-1963) 전세계의 시바난다 요가센터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현대의 요가지도자과정을 탄생시킨 주인공 스와미 시바난다 스와라티는 1938년에 책을 한 권 출판했는데요. 이 <Practical Lessons in Yoga> 라는 책에 독일 최초의 요가학교를 세운 남자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물자의 이동과 통신이 어렵던 당시, 인도에 있는 시바난다 선생님으로부터 "우편"으로 가르침을 전달 받은보리스 자하로프라는 남자가 베를린에 독일 최초의 요가학교를 설립했다고요.1921년(또는1937년)에 처음 세워져 전쟁으로 파괴되었다가 전후 재건된 그의 학교를 통해 요가는 독일의 예술가, 학자, 치유자들 사이 입소문을 타며 퍼져나갔습니다.
보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에도 불구하고 약 50개의 독일 도시에서 온 요가 수련생들을 직접 또는 우편으로 지도했다. 그는 또 『인도 신체 수련(하타 요가)』이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연재하기도 했다.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에 능통했던 보리스 사하로프는 베를린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학자였습니다. 그래서 문·이과의 다름도, 동서양의 차이도 잘 이해하고 있었죠.
그는 인도의 원본 문헌과 인도 선생님들의 글을 바탕으로 본인 같은 서양인이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의 언어로 요가를 설명했어요. 이런 보리스의 접근 방법은 독일인들이 요가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영성이나 신비주의를 박해했던 나치의 눈을 피해 가게 도와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 평화를 위한 요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 독일은 세계대전 패망, 1945년부터 1990년까지 동서로 분단된 역사가 있지요. 나치 하의 학살과 전쟁, 그리고 분단을 거치며 동양에서 온 철학 요가는 잠시 잊혀졌습니다.
전쟁으로부터 경제를 어느 정도 재건하고, 평화가 다시금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70년대가 되서야, 요가는 서독에서부터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었죠.
경비행기를 몰고 동베를린으로 '평화 비행'을 감행한 스와미 비슈누 데바난다
공영채널에서는 '모두를 위한 요가'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시작했습니다.
70년대 서독 사람들은 집에서 TV를 보며 요가를 따라했고, 그 때 서구권에 유행하던 히피문화 덕에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어요. 독일에 요가협회가 설립되어 요가지도자가 정규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한 것도, 명상이 인기를 얻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시민들이 평화를 갈망하는 분위기 속에서 1989년 드디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지금 베를린은 명실상부한 유럽 요가의 수도가 됐습니다.
독일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 알프스, 남유럽 리트릿도 자주 개최된다
2018년 발행된 논문에 의하면, 정기적 & 비정기적 수련자를 모두 포함한 독일 요가인구는 약 1600만명.
이렇게 요가를 즐기는 인구가 많은만큼, 요가를 즐길 수 있는 제도도 참 잘 되어있습니다.
독일의 법정 건강보험은 예방의학 차원에서 자격을 갖춘 선생님의 요가 수업료 최대 80%까지 환급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요. 독일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마음에 드는 요가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플랫폼 사용권을 복지로 제공하기도 한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 예후디 메뉴인은 유명한 요가애호가였다
요가원도 참 많습니다.
수도 베를린엔 300곳 이상, 150만명 남짓 사는 뮌헨에 200곳 이상의 요가원이 있을 정도죠. 우리에게 익숙한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 인 외에도 아헹가, 쿤달리니, 지바묵티 요가 등 다양한 요가가 고루 인기 있는 편입니다. 김영호 선생님이 만든 인사이드플로우도, 독일에서 태어나 전세계로 퍼진 요가 장르고요.
꽤 많은 요가원에서 무료 요가, 명상 세션을 열어 지역주민을 환대하기도 합니다.
요가를 즐긴 역사가 오래된만큼 수련자의 성별,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고 요가의 영적인 부분도 전반적으로 더 편하게 수용되는 분위기라고 느꼈습니다.
🕶️ 독일 여름? 요가+축제
독일 요가,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면 축제가 유독 많다는 건데요.
여름 내내 빽빽한 축제 일정을 보면, 한 줌의 햇살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독일 요기들의 결심이 보이는 것 같아요.
보통 이런 축제는 도시를 벗어나 숲이나 호수 근방에서 캠핑을 하며, 음악, 유기농/비건 음식과 함께 요가를 즐기는 방식인데요. 요가음악 플레이리스트편에서 소개한 뮤지션들도 공연을 하러 독일로 날아오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온 가족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랍니다.
뉴니커님께 독일은 어떤 이미지인지, 오늘 레터를 통해 흥미로운 해외 요가 여행지가 한 곳 더 추가되었을지 궁금합니다. :) 다음 편에서는 독일에서 처음 시도해 본 요가 타입을 소개해 볼게요. 그럼 우린 새로운 달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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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알프스, 대자연 그 자체인 키르기스스탄은 승마와 트레킹, 온천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어드벤처 여행지로 꼽힌다는데요. 말을 타고 해발고도 3500m 높이의 산에 올라 천장 없는 노천 온천과 웰니스 코치와 함께하는 요가도 즐겨보세요! 거대한 산맥과 호수로 둘러싸인 힐링 여행지 키르키스스탄에서의 오롯한 고요로, 요가레터 구독자 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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