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51호.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작성자 마디

요가레터 OLLY

51호.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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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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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몇 주 만에 인사드리네요! 따뜻한 봄날,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 휴재 동안 저는 남편을 간병하고 있었어요. 독일에서 꽤 큰 수술을 했거든요. 처음 해보는 환자 보호자의 생활이 어떨지 가늠이 되지 않아 바쁜 마음으로 발행하기보다는 과감히 쉬어가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러길 잘했어요, 체력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나날의 연속이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퇴원해서 잘 회복하고 있답니다 :)
다행히 지금은 퇴원해서 잘 회복하고 있답니다 :)

 

첫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이 무색하게 며칠 뒤 발견된 부작용. 정신없이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중환자실로 병동을 옮겨 재수술을 했어요. 그렇게 길어봐야 열흘로 예상했던 입원은 총 3주로 늘어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걸 보는 것 그리고 내 생활의 축을 온전히 환자에 맞춰 옮겨가는 것.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그 과정에서 요가를 알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요가레터는 간병에 도움이 됐던 요가적 실천과 정보를 한 데 담아 나눠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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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쯤 돌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한국 사회, 우리 중 2명 중 1명은 일생에 한 번 이상 간병인의 역할을 경험하게 된다고 하는데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전체 성인의 반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직접 간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중장년층 여성인 경우 그 비율이 60% 이상으로 올라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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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사고, 큰 수술이 필요한 발견, 그리고 노화로 인한 질병까지… 그 누구도 계획하지는 않지만, 어느 날 형광등 켜진 병원 복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을 직접 통과하면서 그동안 수련해 온 요가가 참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간병을 하다보면 이리저리 마음이 동요될 수밖에 없거든요. 

 

❤️‍🩹 간병이 힘든 이유

 

간병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라면 간병인이 손발이 되어줘야 하고, 때로는 행정 처리와 의료진과 소통까지 도맡게 되죠. 병원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경우, 환자 상태에 맞는 음식까지 만들어야 하고요. 

그러니 아침부터 밤까지 환자 스케줄과 상태에 맞춰 움직이는 24시간 대기조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다 보면 소중하게 가꿔온 내 일상의 평온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죠.

©️ Calmerry
©️ Calmerry

'만에 하나' 뭔가가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생활이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지쳐 잠든 환자 옆에서 느끼는 고립감,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의료 용어 앞에서 느껴지는 무력함, 보호자의 결정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는 부담감까지.

이 간병이 몇 주, 몇 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으로 길어지는 경우엔 간병인 역시 병을 얻거나 직장을 그만두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하지요.

©️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른바 간병 번아웃 (caregiving burnout) 을 겪다 간병 자살이나 간병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간병은 꽤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95%의 간병 가족은 불면증을 호소하고 50% 정도의 간병 가족은 피로를 호소한다. 간병의 부담 자체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은 마음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더 많아서 10명의 간병 가족 중 4명은 정서적인 문제를 호소한다. - 서울아산병원 / 간병하는 가족의 건강관리

☝️ 카르마 요가

 

카르마 요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박티, 즈냐나, 라자와 같이 고전 요가의 한 종류인데요. 

이 카르마 요가는 우리의 모든 행위가 결과를 낳는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성과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묵묵히 의무를 수행하는 헌신적 행동을 강조합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살피는 간병 자체가 정신적인 수련의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카르마 요가는 회복이나 호전 같은 '결과'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현재 순간에 머무르며 나의 의무를 다하라고 말하는데요. 여러 간병 에세이에도 나오지만, 이런 마인드셋은 특히나 만성 질환자를 장기간 돌볼 때 들기 쉬운 좌절감과 번아웃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현대의 카르마 요가란 이런 것이 아니겠냔 생각이 드는, 그런 분이 있어 잠시 소개하고 싶어요.

©️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by 펀자이씨툰 @punj_toon
©️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by 펀자이씨툰 @punj_toon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펀자이씨툰으로 유명한, 엄유진 작가님입니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어머니와 파킨슨병을 가진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라는 작업으로 담아내고 계시죠.

이 인스타툰은 아픈 부모님을 돌보고 있어 너무 기쁠 수도, 너무 슬플 수도 없는 일상을 재치 있게 포착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껴안으며 살아가는 가족이 눈물 나게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결국 그것이 우리 인생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 도움이 되는 요가적 실천

 

이제 간병인을 위한 조금 더 실질적인 요가적 실천을 공유해볼게요.

마인드셋-명상-호흡으로 이어지는 3가지 방법을 기억하세요. 

 

1. 아힘사를 기억하기

 

요가철학에서 '비폭력'으로 해석되는 아힘사는, 단순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친절하기를 주문합니다. 간병으로 바쁘다보면 나의 필요나 욕구는 일단 접어두기 마련인데요.

기내 위급상황에서도 보호자가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하듯, 힘들 때일수록 간병인 스스로를 먼저 챙겨야 해요. 부디, 아힘사를 기억하며 스스로 쉬는 시간을 확보하고, 경계를 정하세요. 

전문가들 역시 1) 혼자 있는 시간을 꼭 확보할 것 2) 교대할 것 3) 스트레스는 중화할 것을 강조한답니다. 간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가 지치거나 아프지 않는 게 중요하답니다. 내 상태를 무시하지 말고, 가능한 한 다른 가족과 업무를 분담하거나 간병인을 고용하시길 바라요.

도움이 필요한 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간병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입니다. 저 역시 다른 가족과 교대하는 시간을 가지며 요가원과 미술관에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숨통이 확 트이더라고요. 

 

2. 명상 가이드 활용하기

 

요가레터 MBSR편에서 다뤘던 것처럼, 요가와 명상은 질병을 치유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나 바디스캔을 포함한 요가니드라 명상은 환자에게는 자연 치유력을 향상시키고 수술과 마취 성공률을 높이며, 보호자에게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큰 역할을 하거든요. 

©️ EBS
©️ EBS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니, 수술 전후로 반복해서 들으면서 가이드를 틀어놓고 명상해 보세요. 분명,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 MBSR 바디스캔 가이드 (국문)

🎧 수술 또는 시술 전 명상 가이드 (국문)

🎧 수술 전 명상 가이드 (영문)

🎧 마음을 가라앉히는 요가 니드라 가이드 (영문)

 

3. 완전호흡

 

병원에 앉아 불안과 짜증이 몰려올 땐,  배 -> 가슴 -> 쇄골 순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쉬고 내쉬는 완전호흡을 연습해보세요. 요기의 호흡, 또는 디르가 프라나야마라고도 불리는 이 완전호흡은 프라나야마를 주제로 한 지난 48호에서도 다뤘듯, 즉각적으로 신경계를 안정시켜준답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요가에 익숙하지 않은 분과도 함께하기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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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등을 곧게 펴고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시작해요.

  2. 먼저 배 → 가슴 → 쇄골 순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셔요.

  3. 내쉴 때는 반대로 쇄골 → 가슴 → 배 순서로 천천히 내쉽니다.

  4. 5분~10분 정도 반복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함께 수련해보세요.

 

🫶🏻 말보단 행동으로 

 

마지막으로, 마디님의 친구나 가족이 지금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면 기억해 주세요. “힘내", "필요하면 말해”라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요. 

그 어떤 물질적 지원보다도 정서적 지지와 시간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걱정하는 마음으로 진척을 묻는 메시지는 보내기 쉽지만, 보호자 입장에서 일일이 업데이트를 전하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지치는 일이거든요. 병원에서의 상황은 자꾸 변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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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중환자실로 병상을 옮겨야 했던 날, 친구가 보낸 '많이 놀랐겠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옆에 같이 앉아 있어 줘도 될까?' 라는 메세지가 큰 힘이 됐습니다. 또 다른 친구들은 제가 지칠까 대신 운전해 주고, 방을 내어주고 아침밥을 든든히 준비해 주기도 했죠. 돌이켜보면 그 정성스러운 마음들 덕분에 그 시간을 잘 견뎠어요.

이렇게 간병인에게는 외로움과 수고를 덜 수 있는 도움이 절실하니,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해보세요. 

 

서점에서 간병에 관한 다양한 에세이와 실용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점에서 간병에 관한 다양한 에세이와 실용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일생에 한 번쯤은 간병하게 되는 시대입니다.

사적이고도 무거운 이야기라 발행을 고민했지만, 분명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분들이 계실 거라는 생각으로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간병은 분명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니까요. 지자체에서도 여러 가지 간병 관련 도움을 제공한다고 하니, 꼭 찾아보시고요. 미리 간병에 대해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혹시 마디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도움 되었던 것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다음 주 요가레터 피드백을 통해서 공유할게요 ❤️‍🩹

 

이 사회 곳곳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돌보는 사람이라는 역할로 들어간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돌보는 형태가 가장 많지만, 돌봄을 주고받지 않고 진공 상태로 존재하는 이는 거의 없다. 돌봄 - 옆에서 존재함, 마음 열기, 경청, 실천, 인내, 사람과 추억을 소중히 하기 - 은 가족과 친구, 동료와 지역사회에 잔물결처럼 퍼진다. 

아서 클라인먼 『케어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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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하루 끝, 스트레칭할 여력도 없다고 느껴질 때 간단히 할 수 있는 자세를 소개합니다.

누운 나비 자세 / Supta Baddha Konasana

Reclined Butterfly Pose

©️ The Sleep Company
©️ The Sleep Company

🦋 Supta 누운 + Baddha 묶은, 잡은 + Kona 각 + Asana 자세

  •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효과적인 누운 나비 자세는, 누운 상태에서 양 발바닥을 붙이면 완성됩니다. 등과 허리가 뜨지 않도록 푹신한 볼스터나 베개로 지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팔을 살짝 벌린 후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무릎이나 사타구니에 통증이 있다면 그 아래에도 쿠션이나 블럭을 사용해서 높이를 조절해주세요.

  • 눈은 편안하게 감거나 정면을 응시해요. 골반과 엉덩이의 긴장을 풀고, 독소와 노폐물을 빼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자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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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크라를 자애명상과 연결하여 수련해 볼 수 있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 하나의 주제로 재미있는 내용으로 알아가니 너무 좋아요, 다음 주제도 기대됩니다.

🧘🏻‍♀️ 초록의 아나하타 차크라를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봄과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어서 이번 호도 참 좋았어요 :)

이 글은 [요가레터 OLLY]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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