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호. 디지털 시대의 현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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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레터 OLLY
42호. 디지털 시대의 현존법

"아, 나 방금 뭐 하려고 했더라?"
뉴니커님, 이런 경험 있으시죠. 뭔가 하려고 스마트폰을 열었다가 한참 다른 것에 빠져 원래 하려던 걸 깜빡하는 거요.
파탄잘리는 "요가는 의식 작용의 지멸"이라 했지만, 지멸은커녕 나의 의식은 점점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TV, PC, 태블릿, 그리고 폰까지 - 바야흐로 멀티 디바이스 & 멀티 스크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오늘은 뉴니커님과 함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요가수련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될테니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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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어쩜 다 서마터폰 중독
뉴니커님, 하루에 스마트폰 몇 시간 사용하시나요?
휴대폰 설정에 들어가서 한 번 스크린 타임을 확인해 보세요. 처음 보신다면, 아마 꽤 놀라실 거예요.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4시간 37분이라는데요.
스마트폰 과의존, 혹은 중독 현상은 지금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리서치 기관마다 숫자가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볼게요.
사무직 기준 평균 스크린 타임: 10시간 이상
2011년 vs 2024년 평균 휴대폰 확인횟수: 34회/1일 → 205회/1일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 1위 국가: 필리핀 (하루 5시간 20분)
한국인 역시 평균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씁니다. 이전 세대보다는 MZ세대의 의존도가, MZ세대 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의 의존도가 더 높고요. 청소년은 더 심각하고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함께한 지도 어언 15년, 이렇게 국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이 과의존 상태를 용인해주고 있는데요.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는 이대로 계속 가기엔 괜찮지 않은 것 같아요.
🐢몸에 새겨지는 스마트폰의 흔적
미국의 중독치료 전문가 애나 렘키는 말합니다. 끊임없는 쾌락 추구 끝에 남는 건 고통이라고.
말 그대로요. 쉼 없이 스크롤, 숏폼, 쇼핑, 게임을 소비하며 쾌락을 좇는 동안 우리의 눈은 점점 말라가고, 목은 굽어졌습니다. VDT 증후군, 거북목 증후군을 겪는 환자는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했죠.
스마트폰, 그리고 그 안에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수많은 앱은 신체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 스마트폰이 끼칠 수 있는 악영향
신체적 영향: 얕은 호흡, VDT 증후군, 거북목 증후군, 척추 질환, 수면 장애, 생체리듬 교란, 섭식 장애, 신체 이미지 문제 등
정신적 영향: 주의력 결핍 장애, 분노조절장애, 자제력/집중력 저하, 노모포비아, 브레인포그, 디지털 치매, 불안, 우울, FOMO 증후군 등
사회적 영향: 고독 및 고립감, 공감 능력 감소, 관계의 피상화, 대면 소통 능력 저하 등
카지노의 슬롯머신 같은 가장 강력한 중독 장치가 포진해있는 SNS는 두말하면 입 아프죠.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저자 칼 뉴포트 박사는 인간이라면 '본질적으로 느끼는 공허함'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잠시 가릴 뿐이라며, 그 뒤에는 더 커다란 공허감이 찾아오며 우리는 이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말합니다.
본디 인간의 편리와 연결을 위해 태어난 기계들이 되려 인간의 몸과 정신을 속박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 퇴화하는 영성
지금쯤 '글이 왜 이리 길어, 그래서 어떡하라고?' 싶으시겠지만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갈게요. 이번 조사에서 새로 알게된 점을 나누고 싶거든요.
바로 스마트폰은 인류의 영적 퇴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특히 소셜미디어는 인류가 전통적으로 해왔던 다양한 영적 수행을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거나 줄어들게 했거든요. 다양한 영적 의식을 통해 신성함을 공유하고, 자기초월적이고 경외감을 느끼는 경험과 전통을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또, 소셜 미디어는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 자비, 연민보다는 알고리즘이 첫 화면으로 배달해 준 소식을 보고 빠르게 분노하고 비난하라고 부추기지요.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소셜 미디어는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라고 우리를 훈련시킨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비판하려는 사람들의 인간성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말고, 그들이 행동한 맥락도 알려고 하지말고, 우리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바로 그 행동을 우리 자신도 자주 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공개 심판을 하라고 장려한다.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프라티야하라 Pratyahara
이쯤에서 오늘의 본론, 파탄잘리 요가수트라의 8가지 행법 중 그 다섯 번째를 소개해 봅니다. "거두어들인다"는 뜻의 Prati, "음식"을 뜻하는 Ahara. 여기서 "음식"은 우리의 주의력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외부의 자극을 뜻해요.
외부 자극으로부터 영향받는 우리의 오감을 제어하고, 주의를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과정인 프라티야하라. 현대의 요가수련자에게 프라티야하라 수련은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프라티야하라에 초점을 맞춰 소개해 볼게요.
📵 디지털 프라티야하라
0. 중독 인정과 분석 🙆
모든 중독 치료의 시작은 인정이죠.
스크린타임을 확인해 내가 몇 시간이나 디지털 기기를 쓰는지 정확히 직시합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로 가서, 계속 이렇게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인생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크린을 보며 보내게 되는지 계산해보세요. (계산하고 다시 돌아오는 걸 잊지 마시고요!)
놀랍지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게 됐다면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뉴니커님은 어떤 앱에, 그리고 왜 그것에 그렇게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지를요.
제 경우엔 인스타그램입니다. 10년 전, 해외 생활을 시작하며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어요. 친구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포스팅하기 시작했는데, 무한 스크롤에 중독이 되어버린거죠. 제겐 "해외살이의 외로움"이 스마트폰 과의존을 불러온 트리거였어요.
1. 지루함과 고통을 선택하기 🫣
책 <도파민 디톡스> 은 호르메시스 Hormesis 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생명체는 미량의 독소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을 증가시킨다는 건데요.
인간에겐 운동, 얼음 목욕, 간헐적 단식이 이에 해당해요. 명상과 같은 인지적 도전, 불편한 대화를 감내할 때의 감정적 고통, 몰입해 작품을 만들어낼 때 느끼는 창의적 고통도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과학에 근거해 선택할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즐겁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쁜 스마트폰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끝난 뒤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요.
중독을 인정했고, 잠깐의 고통도 마주할 준비가 됐다면 실질적으로 행동을 바꿔볼 시간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의 유익을 여전히 가져가면서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디톡스 솔루션과 제가 효과를 봤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2. 제한하고 잠그고 끄기 🔒
스크린타임 관리앱 사용: Opal (iOS), 포레스트, Digital Detox (안드로이드)
아이폰 내장 스크린타임 기능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저는 Opal 이라는 어플을 사용해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을 정해두고 있어요. 모든 SNS를 합쳐 하루 45분만 허용해 뒀습니다. 아침 3시간 & 수면 전 1시간은 금지시간으로 설정해뒀는데, 효과가 정말 뛰어나요. 무료 버전도 충분히 좋고요. 올 연말에는 하루 평균 스크린타임을 총 2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앱 삭제, 알림 끄고 무음 설정:
데스크톱 버전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모바일 앱은 삭제합니다. SNS는 모바일 버전이 훨씬 강력한 중독성을 갖고 있거든요. 시도 때도 울리는 푸쉬 알림, 채팅방 알림도 끕니다. 가능하다면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하고 뉴니커님이 꼭 필요할 때만 확인해 보세요.
디지털 안식일: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를 정해 휴대폰을 완전히 끄는 방법도 좋아요.
3. 정체성과 환경설정 🏠
정체성으로 삼기: '밥 먹을 때 유튜브 보지 않기' 보다는 '뉴니커, 나는 밥 먹을 땐 밥만 먹는 사람, 걸을 때 휴대폰 보는거 싫어하는 사람' 이라고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올라갑니다.
침실 = 디톡스존: 침실 그리고 집중이 필요한 공간을 스마트폰이 절대 들어올 수 없는 디지털 디톡스존으로 설정합니다. 충전기를 거실이나 화장실에 두고 디톡스존에는 절대 들이지 않는 거죠.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 역시 방지할 수 있어요.
산책은 휴대폰 없이: 다른 자극 없이 걷기에만 집중하면 우리가 원래 갖고 있는 공간지각감각을 되살리고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도움이 돼요. 휴대폰이 없으면 무척 초조해지거나 심지어 화가 나는 노모포비아를 극복하는데도 좋고요.
4. 수련하고 연결되기 🧘🏻
터치 전에 들숨: 폰을 열기 전, 잠시 숨을 들이쉬고 '지금 꼭 확인해야하는가?'를 생각해보세요. 무한 스크롤링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앱을 끕니다. 의식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는 연습입니다.
아사나와 프라나야마: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 본 날엔 견상자세, 고양이 기지개 자세처럼 목과 척추의 피로를 풀어주는 아사나를 더해도 좋지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되찾고 싶다면 콧구멍을 교차하며 숨쉬는 나디쇼다나 또는 브라마리 프라나야마를 수련해보세요.
요가원으로 나가기: 영상 가이드를 보고들으며 하는 홈수련도 좋지만 요가원에 나가서 수련하는 빈도를 조금씩 늘려보세요. 오고가는 길에 매일 다른 날씨도 피부로 느껴보고요. 도반들과 함께 선생님의 애정어린 시퀀스를 따라가다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마지막으로 뉴니커님,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스마트폰을 잊게 되거든요. 가족과 친구 앞에서, 또는 저에게 여러분의 디지털 디톡스 목표를 선언하세요! 집에서 혼자 일한다면,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에 들어가도 좋아요. 새해니까 정기적인 오프라인 취미나 아웃도어 활동을 새로 시작해 달력에 적어두는 것도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훌륭한 환경 설정이 될 거예요.
올해는 스마트폰을 진짜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레터에서 언급한 솔루션들을 오늘 바로 실천해 보시길 바랄게요 🙏
새해의 첫 요가레터는 상칼파를 다뤘습니다. 피상적인 계획이 아니라 본질적인 의도부터 세워보는 건데요. 1월의 딱 중간을 지나는 지금, 뉴니커님이 야심차게 세운 새해계획이 지금 뭔가 흐지부지해졌다고 느낀다면 워크숍에 참여해보세요.
반복되지만 지킬 수 없었던 목표 속에 숨은 욕망을 파악하고, 상칼파를 찾아 구체적인 행동계획까지 세워봅니다.
🌀 일시: 1/20 월요일 저녁 8시 - 10시 (KST) (1/18 신청 마감)
🌀 참여방식: 온라인. 하루 전날 기입해주신 이메일로 참여링크와 템플릿이 전송됩니다
🐶 스마트폰 때문에 피곤한 눈, 어깨, 척추에 모두 좋은 자세 견상자세를 소개합니다!
다운독 / Adho Mukha Svanasana / Downward Facing Dog
Ahdo 아래로 + Mukha 얼굴 + Svana 개 + Asana 자세
전신의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어깨, 팔, 다리, 근육을 강화하고 척추를 풀어줍니다.
손가락은 쫙 펼치고, 두 팔은 어깨너비로 벌려 팔꿈치 안쪽이 서로 마주보게 합니다. 다리는 골반 너비로 벌리고 엉덩이를 들어올려 자연스러운 역삼각형 자세를 만들어주세요.
척추가 바르게 펴지는 것이 중요하니 뻣뻣하게 느껴진다면 무릎은 살짝 굽혀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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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치앙마이에 와서 조용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제가 어떤걸 좋아하고 또 어떨때 행복해 하는지 몰랐던 저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어요. 내 본성에 귀기울이며 상칼파를 찾아볼게요.
🧘🏻♀️ 요가지도자과정을 공부하며 요가철학도 배웠었는데... 요가레터를 통해 다시금 과거에 배웠던 것들을 떠올려봅니다. 동시에 여유롭게 현재의 나에게 적용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 2025년을 맞이해 상칼파에 대한 내용과 긍정적인 메세지 덕분에 더 응원받는 듯한 요가레터였어요. 항상 흥미로운 주제와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