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호. 지금, 요가롭게 드시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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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레터 OLLY
25호. 지금, 요가롭게 드시고 계신가요?
구독자님!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어요?
요즘 <저속노화> 가 장안의 화제죠.
그중에서도 단연 주목받는 건 저속노화 "식사법" 인데요. 이 식사법을 곰곰이 듣다 보니 요가지도자과정 중에 들었던 <요가와 음식> 수업이 생각났습니다. 요가에서는 어떤 것을 먹고, 먹지 말라고 하는지에 대한 얘기였는데, 저속노화 식단과 닮은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요가롭게 먹는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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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속노화 식단과 닮은 꼴
사트빅.
인도에서 채식을 다르게 이르는 말입니다. 인도는 채식 인구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예요. 무려 3-4억 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이 고기는 전혀 먹지 않고 약간의 유제품을 곁들인 이 '사트빅' 식단을 유지한다고 하죠. 한국어로 옮기면 "사트바스러운 식단"을 뜻합니다.
그럼 사트바스러운 것은 무엇일까요?
한국에서는 음양오행설을 믿듯, 인도 요가 전통에서는 만물에는 서로 다른 속성 3가지가 서로 다른 비율로 깃들어 있다고 믿어요. 바로 사트바 Sattva (선, 조화, 평안), 라자스 Rajas (열정, 활동, 움직임), 그리고 타마스 Tamas (무지, 태만, 관성)입니다.
음식에 적용시켜보면 아래와 같아요.
이 사트빅 식단, 저속노화 식단과 꽤 닮아있죠?
아래 이미지와 비교해보세요.
생선을 제외하면 더 먹을 것-덜 먹을 것이 사트바-타마스 식단과 매우 유사합니다. 또 정희원 교수님은 밥을 지을 때 백미 대신 렌틸, 귀리, 현미, 백미를 4:2:2:2로 혼합해 밥을 만들라고 추천하는데요. 렌틸, 귀리, 현미 역시 모두 사트바 음식이죠.
하지만 그 어떤 요가 경전도 선생님도 사트빅 음식'만' 먹으라고 하지 않아요.
대신 자신의 체질 (vikriti) 그리고 현재 상태 (prakriti) 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래서 라자스, 타마스 속성을 가진 음식도 우울하거나 아픈 사람들에게는 치유식으로 권장되기도 합니다.
🥕 요가로운 식생활 3가지 원칙
"요가롭게 먹는 것"의 원칙은 딱 세 가지, 1) 사트바 2) 아힘사 3) 사우차 입니다.
아힘사와 사우차는 각각 야마 그리고 니야마의 제일 첫번째 덕목이기도 하지요. 우리 식생활에 이 세 가지 원칙을 적용해 볼게요.
원칙 1: 사트바 Sattva
사트바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요가 수행을 통해 기르려는 '평정심'의 상태입니다. 이런 사트바적인 에너지는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음식에 많이 들어있어요.
우리나라 절기에 맞는 제철 음식을 위주로 식단을 짜고, 로컬푸드를 구매하면 이런 자연스러운 사트바 식재료를 구하기 쉬워요. 이건 저희 독일 할머니의 팁인데요. 매달 식재료를 챙기기 번거로우니 아예 제철 식재료가 함께 그려진 달력을 사서 부엌 가까이 걸어두는 거예요. 그럼 자연스럽게 그 재료가 포함된 요리를 하게 된다고 해요.
정원이나 작은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게 여의찮다면 작은 화분을 놓고 허브 종류부터 시작해 보세요. 협동조합, 농산물 직판장, 전통시장, 파머스 마켓을 나들이 삼아 가보는 것도 모두 사트바 음식을 구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살림, 두레생협, 농부시장 마르쉐, 어글리어스 등이 있지요.
원칙 2: 아힘사 Ahimsa
남에게도 나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는 '비폭력' 아힘사. 실제로 전 세계 장수식단을 조사해보았더니 95% 이상이 식물성 식품으로 채워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하니, 아힘사 실천은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다른 생명을 착취해서 얻는 고기나 유제품의 소비를 완전히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고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육류대체품을 선택합니다. 계란을 드실 땐 계란에 적힌 난각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보세요. 사육환경 번호는 1부터 4까지 나뉘는데요, 껍데기에 새겨진 숫자 중 맨 끝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1이 가장 좋은 환경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기 전에 5초만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세요. 신앙이 있다면 그 신에게, 없다면 대자연과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든 생명에게요. 먹는 것은 언제나 사랑과 감사의 행위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마인드풀 이팅을 실천해 보는 겁니다. 소화가 더 잘될 거예요.
원칙 3: 사우차 Saucha
우리의 음식, 얼마나 깨끗할까요?
우리가 구매하는 많은 식재료가 생산, 유통 과정을 거치며 오염되곤 하는데요.
미국의 환경단체 EWG는 매년 세척 후 농산물의 농약 잔류량을 조사해 "깨끗한 15 더러운 12" 농산물 순위를 발표하고 있을 정도예요. '더러운 12'에 오른 12개의 농산물 (딸기, 시금치, 케일/청갓, 포도, 복숭아, 배, 천도복숭아, 사과, 파프리카, 고추, 체리, 블루베리, 그린빈) 은 특히나 유기농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하죠.
또, 우리가 껍질째 먹는 과일과 채소는 특히 잘 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척법을 잘 숙지하고 있으면 좋습니다. 농약이 대부분 수용성이기 때문에 과일은 물에 푹 담갔다가 헹궈내고, 채소의 경우 겉잎은 떼어내면 된다고 해요.
일상적으로 쓰는 식기도 깨끗하게 바꿀 수 있어요. 플라스틱보다는 유리 그릇, 코팅 프라이팬보다는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해 보세요.
또, 플라스틱 생수를 주문해 먹기보다는 수돗물을 마시는 방법도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마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고 계신다면 아리수 음용 추천 드려요. 예전에 해외 공무원들 모시고 서울물연구원에 다녀오고 정말 놀랐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깨끗한 수돗물이 있는 곳이 서울이었더라구요. 집 수도관이 영 찜찜하신 분들은 다산콜에 전화해서 수도관 점검과 수질검사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으니 꼭 깨끗한 물의 권리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 수련 후에 먹기 좋은 음식들
요가는 공복에 하는 게 좋죠.
아무리 늦어도 수련 1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는 게 좋은데요. 그런데 출근 전/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운동하러 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식사 시간 맞추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끼니때를 놓쳐 오히려 수련 후에 과식하거나 불균형한 식사를 하기도 쉽고요.
그래서 아침/저녁 수련 후에 먹으면 좋은 메뉴를 몇 가지 정리해 봤어요.
출근 전 아침에 수련한다면
1) 오버나이트 오트밀 🫐
씹는 맛이 있는 오나오, 취향대로 만들어 보세요.
재료: 귀리 1/2컵, 아몬드/귀리/코코넛 우유 또는 두유 1컵, 치아씨드, 바나나 1/2개, 베리류 또는 제철 과일 한 줌, 견과류나 그래놀라 약간, 소금 약간, 꿀 1작은술
수련 전날 밤, 뚜껑이 있는 용기에 귀리, 치아씨드, 두유를 모두 붓고 4시간 이상 냉장고에 둡니다. 아침에 바나나, 과일, 견과류, 소금과 꿀을 토핑으로 얹으면 끝! 뚜껑을 닫고 작은 스푼을 챙겨 수련 후에 먹어요.
2) 프로틴 녹차 라떼 to go 🍵
가벼우면서도 포만감을 주고, 약간의 카페인이 있어 커피를 대신해요.
재료: 말차/녹차 가루 1작은술 (3g~7g), 따뜻한 물 1/4컵, 아몬드/귀리/코코넛우유 또는 두유 1~1.5컵, 식물성 프로틴 1/2 스쿱, 텀블러
입구가 넓은 용기에 작은 체를 올리고 말차/녹차 가루를 내려줍니다. 끓는 물을 한 김 식힌 후 (80도) 1/4컵을 부어준 후 M자를 그리며 작은 기포가 보일 때까지 잘 섞어줍니다. 텀블러에 프로틴 파우더를 넣고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부어줍니다. 그 위에 잘 풀어준 말차를 부어주면 끝! 약간의 단맛을 원하는 분들은 비정제 원당이나 알룰로스를 넣고 잘 저어주세요.
퇴근 후 저녁에 수련한다면
대용량으로 미리 만들어두고 얼려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데워먹어요.
재료: 단호박 1kg, 당근 1-2개, 잣, 불린 렌틸콩 또는 병아리콩, 올리브유, 소금, 파슬리 가루
단호박과 당근을 통째로 쪄줍니다. 잘 익으면 한 김 식힌 후 씨앗과 껍질을 발라내고 단호박, 당근, 잣, 병아리콩을 믹서기에 모두 넣고 갈아줍니다. 두유나 아몬드 우유를 넣어서 농도를 조절한 뒤 다시 한번 곱게 갈아줍니다. 단호박의 단맛을 살리기 위해 소금을 약간 넣고, 그릇으로 옮겨 올리브유를 두르고 파슬리 가루, 잣을 약간 올려줍니다.
2) 된장 야채구이 🍆
복잡한 재료 필요 없이 냉털에 딱...!
재료: 파프리카, 당근, 버섯, 가지 등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채소, 된장소스(된장 3큰술+다진마늘 1큰술 + 매실청 1큰술), 물 1/2컵, 깨
야채를 먹기 좋게 자른 후 올리브유로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된장소스는 소스팬에 모두 넣고 물을 조금씩 더해가며 졸여줍니다. 그릇으로 야채를 모두 옮겨 소스와 깨를 뿌리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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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레터 요약 & 마디의 한 마디
독일어로 달콤한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을 '간식 먹는 고양이' 나쉬카체라고 부르는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나쉬카체입니다. 술은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초콜릿 케익은 참기 어렵거든요.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점이 하나씩 있죠.
그래서 위의 아힘사 원칙에 포함하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어요. 사트빅 식단 저속노화 식단, 중요하긴 하지만 이것에 너무 집착하는 마음은 내려놓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쉬카체'의 순간이 있잖아요.
식이에 관한 강박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본인의 식단이든, 타인의 식단에 대해서 너무 가혹하게 엄격해서 먹는 즐거움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식단은 결국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요.
이번 주도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음식 드시고 힘내셔서 즐거운 수련 하시길 바랍니다 🙏
🧘🏻 이 글은 [요가레터 OLLY] 에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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