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호. 요가에서 바라본 죽음
작성자 마디
요가레터 OLLY
14호. 요가에서 바라본 죽음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디예요.
저는 지금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독일 시할아버지 장례식에 가는 길이거든요. 지난 몇 달 간 심장이 안좋으셔서 얼마 전에 뵈었을 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할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아드렸는데, 정말 그것이 마지막이 되어버렸습니다.
죽음, 요가레터에서 언젠가 다루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그 시간이 찾아온 것 같아요.
요가 철학에서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까요? 요가를 수련하는 우리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죽음을 어떻게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 죽음을 기억하라
구독자 님은 죽음을 자주 생각하시나요? 죽음이 두렵나요, 아니면 여한이 없이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나요?
저는 인구가 아주 적은 독일 시골에 산 적이 있어요.
그 때 저는 장을 보러 마을교회 옆의 공동묘지를 자주 지나 다녔습니다. 그 길이 슈퍼에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는데 정원처럼 예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무섭지는 않았지만, 매일 묘지를 지나며 비석 속에 새겨진 죽은 사람의 이름과 생몰년도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와 제 가족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 시골 묘지는 나의 삶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삶도 언젠가 다 끝난다는 것을, 태어난 순서대로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주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사촌오빠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는데 떠내려가는 아기튜브를 건지려다 사고가 났다고요. 오빠를 마지막으로 본 건 불과 몇 개월전, 저희 집까지 데려다주며 차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마흔도 채 되지 않은 오빠의 죽음으로 저는 불안함, 조급함, 허무함, 미안함, 그리고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애도 과정에서 아침마다 매트에 서는 습관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아사나와 프라나야마를 집중적으로 수련하면서 저는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혔어요. 그저 이 찰나 같은 삶을 하루 더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고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지요. 매일 죽음을 생각하다보니 역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사는 것 뿐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눈을 더 자주 더 오래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었어요.
죽음이라는 닻을 제 안에 깊이 내릴 수록 저는 더욱 생생하게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요가 철학에서는 육체와 영혼을 개별적으로 봅니다. 우리의 육체는 물질적인 존재라 죽고 부패하지만, 진정한 본질인 영혼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생각하지요. 죽으면 영혼은 몸을 떠나 다음 집과 다음 모험을 찾습니다. 몸은 물질로서 분해되어 지구에서 재활용됩니다.
요가 철학에서 영혼은 생과 생 사이, 즉 삼사라 속에서 계속 존재합니다. 요가에서 죽음은 아주 중요한 주제로, 죽음에 대한 이 인식이 제대로 닦이지 않으면 다른 모든 수행은 쓸모가 없다고 말할 정도예요.
삼사라라는 말은 '흐르다'라는 뜻으로 한 순간에서 다음 생애로, 한 생애에서 다음 생애로 의식의 흐름이 '흐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요기의 목표는 윤회와 업보가 계속되는 이 순환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나 해탈(Moksha, 불교에서는 Nirvana)이나 깨달음(Samadhi)에 도달하는 것이예요. 왜냐하면 이 순환 속에 갇힌 이상 모든 인간은 질병, 늙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해 계속 고통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요기들은 이렇게 영혼의 불멸을 달성하기 위해 요가 수련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해탈에 이르른 영혼은 다시는 물리적인 형태를 취하지 않고, 세상 모든 존재에 스며들어 편재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나마스떼- 당신 안의 신성에 인사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거쳐 간 모든 사람의 영혼은 항상 우리의 일부로 남아 있으니깐 말이죠.
🙏 사랑하는 사람을 잘 보내주는 방법
요기들은 윤회를 통해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너무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막상 죽음이 닥쳐오면 슬퍼하지 않기란 정말 힘든데요.
아엥가 요가를 창시한 B.K.S 아엥가 역시 평생을 함께 한 아내 라마나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삿구루는 우리가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주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해요.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누군가의 몸이 구원받을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면, 그들이 우아하게 죽을 수 있게 보내주어야 한다고 말하지요.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지구에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지만, 일단 그 생명이 떠나기로 결정한 후에는 그것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라고요.
이는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 순간에도 해당되지만 우리 스스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존엄한 마음으로 탄생, 졸업, 결혼 등을 축하하듯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 나의 무덤을 위한 연습
요가를 수련하는 것은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안 슬픔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나의 죽음을 위한 훈련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요가 철학의 가르침을 일상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1. 프라나야마
고대 인도인들은 기원전 12세기 무렵에 호흡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 '프라나 prana' 를 인지했다고 합니다. 호흡한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지요. 아사나 수련 앞뒤로 프라나야마 수련을 더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들숨과 날숨의 흐름, 복부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생명의 에너지, 지금 살아있음을 느껴보세요. 이렇게 의식적인 호흡 실천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일어나는 일을 감정의 동요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2. 죽음을 준비하기
저는 매일 눈 뜨면 죽음을 떠올립니다. 글로 적고보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확히는 '(자는 동안 안 죽고) 오늘이 또 주어졌네' 하고 감사하게 된 것이에요. 햇빛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생명을 인지하고 감사하려고 노력해요.
매일 죽음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감사하는 연습을 해 보세요. 저는 이 과정에서 제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날지에 대해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죠. "생명=시간=가치" 라는 생각이 깊게 박히니, 돈 역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치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현명하게 다루게 되었구요.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일에 감정을 100% 다 쏟기 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하고 지나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됩니다.
미리 유언장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웰다잉 전문가들에 의하면 장례식은 어떻게 치렀으면 좋겠는지, 연명치료, 장기기증, 유산 처리에 관한 나의 생각을 미리 문서화해두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준비는 삿구루가 말하는 '우아한 죽음을 존중'하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3. 시체 자세 사바사나 수련하기
사바사나는 이 글을 읽고 계신 구독자 님을 포함한 아마 모든 요기가 좋아하는 자세일텐데요. 길든 짧든 아사나를 끝내고 몸의 모든 긴장을 풀며 숨을 내쉬는 이 사바사나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이름 그대로 죽음을 떠올리며 수련해보세요. 이 자세는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수련 후 몸에서 분리 된 우리 영혼의 존재를 느껴보려고 하는거죠.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어깨를 열고 심장과 폐를 위한 공간을 만듭니다. 눈은 감고 턱은 살짝 내리세요. 얼굴에 남아있는 긴장도 모두 풀어냅니다.
발톱 끝에서부터 정수리 끝까지 구석구석 내 몸을 가만히 훑어보는 바디스캔 연습을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마치며
우리는 조금 이상한 시대를 살고 있어요.
죽은 자의 몸은 빠르게 수습되어 눈에 안보이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지고, 장례는 눈코뜰새 없이 빠르게 치러지죠. 대도시에서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애도하는 마음은 오갈 데 없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렇지만 죽음은 우리 모두가 맞이할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요가 철학은 우리가 이 인생의 마지막 챕터를 조금 덜 힘들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를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제가 좋아하는 한 작가님께서도 이번 주에 할아버지를 하늘로 보내시고 죽음에 대한 글을 쓰셨더군요. 그의 글을 공유하며 오늘 요가레터를 마무리해 봅니다.
구독자님, 오늘도 계신 곳에서 삶을 만끽하며 사랑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