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당신이 몰랐던 요기: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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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당신이 몰랐던 요기: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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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Steve Jobs
세기의 천재, 혁신의 아이콘, 난폭한 리더, 희대의 경영자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그는 ‘요가를 평생 수련한 인물’ 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왠 요가냐구요? 오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아마 그가 좀 다르게 보일 겁니다.
"50년대생이 온다" 히피 스티브
1972년 열아홉 잡스가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한 리드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미국엔 히피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었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때라, 젊은이들이 요란한 옷을 걸치고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LSD와 같은 환각제를 통한 정신 개조를 권장하며 (약을 통해) “turn on, tune in, drop out 흥분하라, 주파수를 맞춰라, 빠져 나오라” 라는 수위 높은 구호가 횡행하는 가운데, 기존 체제에 무조건 반항적인 것이 쿨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반항심으로 가득찬 고등학생 잡스는 한 학년 아래의 여자친구와 뜬금없이 산 속 오두막에 들어가 동거를 하는가 하면, 대학교에 가는 날 고향 샌프란시스코에서 포틀랜드까지 차로 열 시간 넘게 운전해 데려다 준 부모님께 인사도 하지 않고 교문으로 쌩 들어가버리죠.
명상과 영적 탐구로 청춘을 가득 채우다
대학생이 된 잡스는 학교 근처 선불교 센터와 힌두교 사원에 자주 걸음하며 당시 히피 사이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던 동양 사상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탐독하는가하면 친구 집 다락에 인도 그림과 초, 향, 방석으로 꾸민 명상실도 마련했죠.
잘 알려져있듯 대학 과정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잡스는 대학교를 중퇴합니다. 이후 부모님 댁으로 돌아와 한 게임회사에서 시급 5달러짜리 야간직원으로 일하며 돈을 모았어요.
구루 마하라즈 지*를 만나러 인도로 가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하라즈지 Maharaj Ji: 힌두교의 구루. 실명은 님 카롤리 바바 Neem Karoli Baba. 마하라즈 지는 사랑과 헌신이라는 박티요가적 메세지를 전하며 1960년대 히피들에게 구루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잡스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침실에 마하라즈 지와 아인슈타인의 액자 사진을 자신의 침실에 두고 매일 보았다. 지는 이름 뒤에 붙어 존경하는 스승을 일컫는다.
잡스는 드디어 1974년에 유럽을 거쳐 인도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마하라즈 지가 사는 히말라야 기슭의 마을에 도착하고서야 그가 이미 1년 전에 소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대신, 잡스는 아주 특별한 책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됩니다.
아이패드에 저장된 단 한 권의 책
잡스가 미국과 인도에서 반복해서 읽은 이 책 『어느 요가 수행자의 자서전』은 지금으로부터 약 80년 전 출간되었습니다. 한국어로는 <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있죠.
제목 그대로 요가난다라는 1893년생 인도의 수도승이 쓴 자전적인 글입니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지만 신비로운 문체로 쓰인 요가난다의 글은 지금 읽어도 매혹적인데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좀 의아해지기도 합니다. 힌두교의 성자인 크리슈나, 예수 그리스도, 부처, 알라가 함께 등장하거든요. 인도 고대문헌과 성경 구절이 교차하며 인용되기도 하구요.
요가난다는 종교를 초월한 진리의 보편성을 설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학을 배척하는 일부 종교인들과 달리, 신이 인류의 진보를 돕기 위해 과학자들에게 되려 힌트를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런 그의 융합적인 사상은 서양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졌고 비틀즈 멤버 조지 해리슨, 엘비스 프레슬리 등 내로라 하는 유명인사들이 그를 찾아오게 했습니다.
동양사상과 서양의 기술을 깊게 탐구하던 잡스의 귀에 요가난다의 가르침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렸을 겁니다. 그렇게 『어느 요가 수행자의 자서전』 은 잡스의 아이패드에 저장된 단 한 권의 책이 됩니다.
크리야 요가: 자신을 실현하라
요가난다는 크리야 요가* 수련을 통해, 개개인이 보다 고차원적인 “인생의 목적”을 깨닫고 자신을 실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요가는 신체를 우선적으로 수련하는 '바디 요가'와 정신적 수련을 우선시하는 '마인드 요가'를 모두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몸을 움직이는 요가는 전자, 여기서 말하는 크리야 요가는 후자에 속한다.
잡스가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아직 그 일을 못 찾았다면 계속 찾아보고, 안주하지 마세요 Keep Looking, Don't Settle.” 라고 힘주어 말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크리야 요가는 라자 요가, 또는 왕의 요가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요. 주의를 한 데 집중하거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라보는 명상법과는 달리, 마음의 활동들이 점차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명상법입니다. 잡스는 본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생애 전반을 관통하는 메세지
잡스의 인도행 그리고 동양사상 탐닉은 20대의 치기어린 행동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기의 목소리를 일찍이 분명하게 듣고, 죽을 때까지 그것을 실현하고 지속하려 애썼죠. 특히 잡스는 인도에서 배운 '직관'의 힘을 생애 전반에 걸쳐 강조했습니다.
잡스는 돈에 대해서도 크게 탐닉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연봉을 1달러만 받은 일화는 유명하죠.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 500만 주도 팔지 않았구요. 물론 그도 한 인간이었기에 말을 바꾸기도 하고, 종종 이중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나 물질적 소유가 삶을 풍성하게 하기보다는 방해한다고 믿고 가족과 소탈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서 어떤 '초월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점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조문객에게 건네진 갈색 상자
2011년 가을, 잡스는 그를 몇 년 간 괴롭히던 희귀병으로 인해 56세에 사망합니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장례식 이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마지막 길마저도 그다웠다고 말합니다. 그가 생전 사랑하던 음악과 유머가 추도사와 잘 섞여 있었거든요.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추도식을 마치고 300여 명의 조문객들은 나가는 길에 뜻밖의 상자를 건네 받게 됩니다. 조심스레 열어본 상자 안에는, 바로 '그 책'이 들어있었죠.
맺는 말
요가를 수련하는 솔로프리너인 제게 <우리 사랑의 언어, 요가> 1호로 스티브잡스라는 인물보다 더 좋은 주제는 없었습니다.
오늘도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인의 직관을 믿어보세요.
놀라운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