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만 있는 줄 알았죠? 📚

서울국제도서전만 있는 줄 알았죠? 📚

오블리크
@oblique_0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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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에게 6월은 꽤 특별합니다.

코엑스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이고, 커다란 가방에 책을 한 아름 담아 돌아오는 서울국제도서전 때문인데요. 올해도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습니다.

워낙 크고 유명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도서전? 그거 서울에서 1년에 한 번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면 풍경이 달라집니다.

제주에도, 전주에도, 부산에도 사람들이 책을 들고 모여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행사들이 단순한 ‘작은 서울국제도서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도시가 달라지면 모이는 책도, 사람도, 행사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책을 모아놓은 행사에도 각자의 얼굴이 있는 셈이죠. 👀

🔖 오늘은 책 한 권 대신, 책이 모이는 장소에 책갈피를 꽂아볼게요.


잠깐, 도서전이랑 북페어는 뭐가 달라요?

사실 이름만으로 둘을 깔끔하게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도서전’을 영어로 옮겨도 Book Fair이고, 국내에서도 ‘도서전’과 ‘북페어’라는 표현은 행사마다 꽤 자유롭게 사용되니까요.

다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처럼 큰 도서전에는 수많은 출판사와 출판 관계자가 모이고, 책 판매뿐 아니라 강연·전시·국제교류 같은 프로그램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독립출판과 아트북을 별도로 소개하는 ‘책마을’도 운영됐고요.

반면 우리가 흔히 ‘북페어’라고 부르는 작은 행사에 가면 조금 다른 풍경을 만나기 쉽습니다.

독립출판사나 작은 책방, 1인 창작자가 테이블 하나를 펼치고 직접 독자를 만나요.

책을 쓴 사람과 만든 사람, 파는 사람이 한 테이블 뒤에 같은 얼굴로 앉아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그곳에서는 책만 진열되는 게 아닙니다.

‘누가, 왜 이 책을 만들었는지’까지 함께 진열됩니다.

표지만 봤다면 지나쳤을 책인데 제작자의 설명을 몇 분 듣다 갑자기 사고 싶어지는 것.

북페어에서는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에요.


제주에서는 체육관이 거대한 서점이 됐어요 🌴

올해 3월 열린 제주북페어 2026에는 독립출판 제작자와 소규모 출판사, 동네책방 등 무려 204팀이 한라체육관에 모였습니다. 책을 사고파는 것뿐 아니라 제주4·3을 다룬 전시와 북토크, 세미나도 함께 열렸고요.

여기서 지역 북페어의 재미가 하나 보입니다.

책이 모이는 장소가 달라지면, 책을 둘러싼 이야기도 달라진다는 것.

서울에서 제주에 관한 책을 발견하는 것과, 제주에서 제주 이야기를 품은 책들 사이를 걷는 건 분명 조금 다른 경험일 테니까요.


전주에서는 북페어가 도시의 옛 기억을 꺼냅니다 📜

7월에 열린 〈전주책쾌〉도 재미있어요.

전국의 독립출판 창작자와 출판사, 책방 94팀이 참여해 책을 판매했고, 강연과 전시, 목판 인쇄 체험 같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옛 책 가게인 ‘서포’를 다룬 전시와 프로그램까지 마련됐어요.

그러니까 북페어에서 지역은 생각보다 의미가 큽니다.

어떤 도시에서는 그곳의 역사와 기억이 북페어의 성격 자체를 만들기도 해요.

그리고 이번 주에는 그 책들이 부산으로 모입니다.


이번 주말, 부산에 책 동네 하나가 생깁니다 🌊📚

제3회 북앤콘텐츠페어가 오는 8월 21일(금)부터 23일(일)까지 사흘 동안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립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예요.

이름도 조금 독특하죠.

‘북페어’가 아니라 북앤콘텐츠페어.

제3회 북앤콘텐츠페어

책을 하나의 완결된 물건으로만 바라보기보다, 그 주변에서 확장되는 여러 창작과 콘텐츠까지 함께 바라보겠다는 느낌이 이름부터 묻어납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책은 좀처럼 혼자 존재하지 않아요.

표지를 그리는 사람이 있고, 디자인하는 사람이 있고, 책에서 출발한 이미지와 굿즈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 이야기가 종이책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형식으로 뻗어나가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문득 궁금해집니다.

책은 어디까지가 책일까요?

아마 그래서 이런 행사의 재미는 ‘책이 몇 권이나 있느냐’를 세는 것보다, 책이라는 물건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지를 보는 데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번 북앤콘텐츠페어에 출판사 오블리크로 참여합니다.

직접 만든 책들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 사흘 동안 테이블 하나를 펼쳐놓을 예정이에요.


그런데 굳이 책을 사러 다른 도시까지 가야 할까요?

아주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책 한 권 사겠다고 KTX까지 타야 하나요? 😵‍💫

물론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북페어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어쩌면 책을 사는 것보다 책을 발견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면 우리는 보통 이미 알고 있는 제목을 검색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찾고, 관심 있는 장르를 누르고,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법한 다음 책을 보여주죠.

북페어에서는 순서가 조금 뒤집힙니다.

걷다가 이상한 표지 때문에 멈추고,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설명 때문에 책을 펼치고,
처음 듣는 출판사의 책을 손에 들게 됩니다.

검색해서 책을 찾는 게 아니라, 책에게 걸려드는 곳인 셈이에요.

이건 꽤 중요한 차이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검색한다’는 건 이미 그것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검색할 방법조차 모르는 책도 많습니다.

제목도 모르고, 작가도 모르고, 출판사도 모르는 책.

북페어는 그런 책과 우연히 마주칠 가능성을 조금 높여주는 장소입니다.


어쩌면 책에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여러 지역의 책 행사에 참여하다 보니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똑같은 책을 펼쳐놔도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책을 둘러싼 대화가 달라진다는 것.

생각해보면 책은 아주 혼자 있는 물건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책을 혼자 읽으니까요.

그런데 출판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읽는 사람.

그리고 가끔은 그 사람들이 실제로 얼굴을 마주할 장소도 필요하고요.

서울국제도서전이 아주 커다란 광장이라면,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북페어는 며칠 동안만 생겼다가 사라지는 작은 동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네에서는 평소라면 마주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책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잠깐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다시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죠.

그러니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놓쳤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책이 모이는 곳은 생각보다 훨씬 많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오래 기억하게 될 한 권은 가장 큰 도서전이 아니라,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