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장서 길을 뚫은 사람
작성자 뉴닉
고슴이의 덧니
앞장서 길을 뚫은 사람
‘눈길을 걷는 오늘의 내 발자국이 뒤따르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한 분야에서 없던 길을 처음으로 만들어 묵묵히 걸어나간 사람을 ‘개척자(trailblazer)’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이런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 박윤형 순천향대 의대 석좌교수가 최근 69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그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새 길을 뚫은 인물로 꼽혀요. 응급의료체계의 기둥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거든요.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응급의학’이라는 학문이 아예 없었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회 도중 응급환자가 생길 경우 대비책이 없다”고 지적했을 정도였다고. 올림픽이 끝난 뒤인 1989년에야 ‘대한응급의학회’가 생겼고요.
고인은 다른 교수 2명과 함께 1991년 ‘응급실 운영지침’을 처음으로 만들어 전국 병원 응급실에 배포했어요. 미국·일본 법을 참고해 ‘응급의료법’ 초안을 만들고, 국회를 돌며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고. 이런 노력 덕분에 1994년 법이 만들어졌고, 대한의학회는 1995년 ‘응급의료과’를 전문과로 인정했어요. 그 후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확 발전할 수 있었고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여러 제도와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고인 같은 개척자들이 있었다는 사실, 기억해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