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승부의 세계
작성자 뉴닉
고슴이의 덧니
다정한 승부의 세계
뉴니커, 흔히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고 말하곤 하잖아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와는 별개로 승자는 가려지기 마련이고, 패자는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진리를 강조하는 말일 텐데요. 승부의 세계가 늘 냉정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지난 2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벌어진 이 사건처럼요 🏟️.
케이티 문(미국)과 니나 케네디(호주)는 모두 4m90을 3차 시기에 넘었어요. 승부를 가리기 위해 두 선수는 4m95에 도전했는데요. 두 선수 모두 나란히 3번 연속으로 실패했다고. 이럴 경우, 보통은 ‘점프 오프’로 승부를 가리게 돼요. 높이를 낮춰가며 한 명이 탈락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것. 하지만 문은 케네디에게 공동 금메달을 제안했어요. 점프 오프는 규정상 의무가 아니라, 두 선수가 모두 동의하면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거든요 🥇.
냉정하게 말하면, 문이 점프 오프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았어요. 문은 2021년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세계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 케네디는 이미 자신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인생 최고의 경기를 펼쳤지만 다리에 경련이 온 상황이었고요. 문은 공동 금메달을 제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어요 🗣️: “저는 이미 우승한 적이 있지만, 케네디는 금메달을 바랄 것 같았어요. 저도 지쳐서 더 뛰고 싶지 않았고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최초의 공동 금메달이 나온 이 순간, 스포츠 팬들의 가슴 속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 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