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4일 동안 기다린 순간
작성자 뉴닉
고슴이의 덧니
1844일 동안 기다린 순간
2018년 5월 5일 어린이날. 서울 잠실에서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어요. 두산의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준은 상대 팀에게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승리를 따냈어요. 2004년 데뷔한 이래 129번째 승리를 거둔 것.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10명밖에 이루지 못한 130승이라는 고지는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가파른 내리막길이 시작됐어요. 부상과 수술 등이 이어지면서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장꾸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투수로 꾸준히 활약한 그였기에, 이런 모습은 모두에게 낯설기만 했다고. 최고의 투수에서 은퇴 위기에 처한 베테랑으로 처지가 바뀐 거예요.
그는 오랜 시행착오 끝에 길을 찾았어요. 예전의 폼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대신,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달라진 몸 상태에 맞춰 공 던지는 폼을 바꾼 것. 그랬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타났어요. 마침내 지난 23일, 1844일 만에 승리를 따내며 약 5년 만에 130승을 이뤄낸 것. 전성기는 저물었지만, 어쩌면 그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