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뉴닉 인터뷰 ② “우리도 당당한 손님이다멍! 🐶”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금배네민박’ 🏡🐾
작성자 뉴닉
월간뉴닉
월간뉴닉 인터뷰 ② “우리도 당당한 손님이다멍! 🐶” 모두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금배네민박’ 🏡🐾
그것이 누구든, 모두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
반려동물 가족이 있다면, 유기견이나 구조견에도 관심이 있는 뉴니커가 많을 텐데요. 그렇다면 몇 년 전 유기견 아이돌 ‘제주탠져린즈’의 화려한 데뷔 소식도 아마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한라봉·천혜향·풋귤·금귤 같은 이름을 가진 연습생(구조견)들이 최종 데뷔(입양 가족찾기)에 나서기까지의 여정을 KPOP 아이돌 콘셉트로 소화해 화제가 됐거든요.
귤엔터는 ‘시골 잡종’ ‘떠돌이 들개’ ‘마당견’이라는 이름으로만 불리던 유기견을 품어 세상에 알리고(= a.k.a 팬미팅) 평생 가족을 찾는 활동을 이어왔는데요. 그랬던 이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차별 없는 일상은 무엇보다 중요한 경험으로 다가왔다고.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배리어프리 라이프에 진심인 귤엔터가 올해 3월 제주 구좌읍 월정리에 반려동물 동반 숙소인 ‘금배네민박’을 오픈했다는 거예요.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진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당탕탕 힘써온 귤엔터. 이곳의 구낙현, 김윤영 대표와 금배 이사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는 방법, 배리어프리 숙소를 오픈하며 겪은 고충과 사연까지 모두 물어봤어요.

Q. 안녕하세요, 귤엔터 여러분. 귤엔터를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소개와 설명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국내 최초 세계 최초 유기견 아이돌 데뷔 명가 ‘귤엔터’의 구낙현, 김윤영이라고 해요. 사실 진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아니고, 제주도 쓰레기 더미 마당에서 구조한 시골잡종개 18명을 ‘반려견 연습생’이라는 콘셉트로 입양 보낸 사람들이에요. 18마리의 멤버 모두 반려견 데뷔에 화려하게 성공하여 제주와 육지, 미국에서 안방 대스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금배는 황금빛 물결 같은 털을 가진 저희 반려견인데요. 직함은 이사고, 귤엔터의 정신적 지주이자 연습생들의 트레이닝을 담당해 왔어요.
Q. 제주에 계시면서 반려동물 가족이 휴가를 즐기러 놀러 오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그만큼 반려동물 가족에게 아쉬운 상황도 자주 겪거나 보셨을 것 같아요.
저희는 금배와 함께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고 싶어서 제주에 오게 되었는데요. 금배와 함께 제주에서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숙소나 식당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크기나 품종에 따라서 입장이 아예 안 되는 곳도 많고요. 반려견 동반된다고 해서 갔다가 금배 크기 보고 ‘입뺀’ 당한 경험도 많죠.
민박 손님 중에도 ‘진돗개인데 정말 동반되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여러 번의 문전박대 경험에서 묻어난 질문이라 속상해요. 진돗개가 사납다는 편견은 대부분 방치돼서 묶여있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어떤 개가 무슨 품종이니까 온순하다, 똑똑하다’고 말하는 건 ‘아시아인이 수학을 잘한다’ 같은 말처럼 실제로 현실에서는 큰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꼭 반려동물이 아니어도 유아를 동반한 가족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어린아이들이랑 여행 온 가족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물어보는 거예요. “혹시 아이들이랑 같이 먹어도 되나요?” 다행히 식당에서는 괜찮다고 했어요. 자리에 앉은 가족들이 또 물어보더라고요. “아이가 음식을 하나 다 먹지 못하는데 요리 하나 따로 시켜야 할까요?” 유아 동반 여행객들이 매번 이런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Q. 얼마 전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 공간이자 반려동물 동반숙소인 금배네민박을 오픈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저희가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저희가 가고 싶은 숙소를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 같은 게 있는 상태였어요. (웃음)
제주도에 멋진 숙소는 아주 많고, 반려동물 동반이 되는 숙소도 많지만, 대부분 무게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 밖에도 반려인 가족들도 다양한 가족 형태가 있는데, 어린이나 나이 많은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오는 분들까지 찾아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고요.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든, 문턱을 낮추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강아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여행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왕이면 꿈은 클수록 좋으니까 미래엔 나이와 장애, 인종과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안전할 수 있는 여행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소망하고 있어요.
Q. 무장애 공간을 준비하면서 “장애인·노약자·어린이·반려동물 가족들이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렇게까지 배리어프리를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귤엔터로 유기견 관련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이 있어요. 우리나라 유기견의 대부분은 밭이나 마당에 쉽게 묶어 키우는 개들이 관리를 잘 받지 못해 생기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보자!”라는 방향보다 “우선 잡고 보자”라는 포획·안락사의 방향으로 흘러가 무척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이런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방식이랑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도 사회의 큰 구성원이지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배제당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이런 구성원도 당연히 관광객이나 손님이 될 수 있다”고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차별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대상을 배제하게 되는 거죠. 환영하고 싶더라도 방법을 알기도 어렵고요.

Q. 배리어프리 숙소를 짓는 과정에 신경을 쓴 부분이 정말 많아보여요. 금배네민박을 구상할 때 진정한 무장애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숙소를 막 짓기 시작할 때 이야긴데요. 도움을 받을 곳을 찾으려다가 지방자치단체 여기저기에 전화했던 적이 있어요. 배리어프리 인증 담당자와 겨우 연결이 되었는데 ‘의무 사항도 아닌데 왜 하려고 하세요? 그냥 하지 마세요. 일반인은 못해요.’ 이런 답변을 주시더라고요. 배리어프리 건축은 공공기관이나 큰 규모의 건물에만 의무 사항으로 돼있거든요. 조언이나 응원은커녕 저런 말을 들으니 힘이 빠지다가도 더 투지가 불타올랐어요. (웃음) 우여곡절 끝에 한국유니버설디자인협회 등 몇몇 전문가분들의 조언 덕분에 완성해 나갈 수 있었고요.
금배네민박에선 어떤 사람이건 편안하게 머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저는 사실 성인 ADHD와 감각 처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신경다양인이기도 하거든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괜찮아 보이는 조명이 저에게는 깜빡거리는 것처럼 보여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숙소 구석구석의 요소들을 경험하며 다른 존재와 공존하는 방법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길 바라요. 높낮이가 조절되는 거울과 널찍한 문을 보며 키가 아주 작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을 떠올려도 좋고, 큰 글씨 사이즈로 붙여놓은 안내문을 보면서 어르신이나 시각장애인, 번역기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떠올려도 좋고요.
Q. 금배네민박은 19세 이하 투숙객에 대해서는 숙박 요금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나요?
우리나라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이나 어린이는 경제적 주체로 여겨지지 않잖아요. 유아나 청소년 동반 보호자들이 환영받는 기분을 느끼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쉬었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그렇게 같이 온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환영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들의 여행과 쉼을 응원하고 싶기도 했고요.

Q. 숙소를 찾은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금배네민박을 찾은 가족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한 젊은 손님이 본인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나이든 강아지와 함께 오셨었는데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숙소를 최우선 기준으로 찾아보다가 저희 민박을 발견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숙소가 너무 편하고 세심하다고 많이 칭찬을 해주셨었어요. 특히 할머니께서 신발 신고 벗을 때 턱이 없고 벤치가 있어서 편해하셨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내가 특별히 할머니를 위해 찾은 숙소’라며 어깨를 잔뜩 세울 수 있었다고 뿌듯해하시더라고요. 저희도 너무 뿌듯했어요.
Q. 귤엔터 활동에만 집중할 때와 달리, 숙소를 오픈하시고 새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지자체와 사회 인식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나요?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무장애나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방향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희 같은 개인이 배리어프리를 시도해 보려고 할 때에는 도움을 받을 방법이 많이 없더라고요. 꼭 완벽한 배리어프리가 아니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안내되고 권장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금배네민박 동네에 여행을 온 장애인들과 노인들, 반려동물과 어린이들이 가득한 상상을 해보곤 해요. 문턱 없는 숙소, 배리어프리 여행 문화가 제주와 전국으로 유행처럼 퍼지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를 바꾸는 일은 개인이 하기에는 어렵잖아요. 이런 이야기가 널리 퍼져서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활발해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 쉼에는 차별이 없어야 하니까요.

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여름 나들이를 안전하고, 차별 없이, 즐겁게 보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반려동물 가족이 많이 찾게 되는 식당·카페·해수욕장 등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 (1) 주의해야 할 점이나 (2) 지켜야 할 매너도 자세히 알려주세요!
보통 여행지에선 낯선 사람이랑 인사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외향적인 사람일지 내향적인 사람일지 모르니까 조금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되잖아요.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그렇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반려견과의 인사란, 동물의 성향이나 그때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러니 보호자에게 먼저 인사를 나눠도 좋을지 확인하고 다가가면 좋을 것 같아요. 동물도 사람처럼 모두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목줄, 하네스를 착용하거나 실내 공간에서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목줄을 짧게 줄이는 건 기본적인 펫티켓일 테고요.
제주도가 넓고 한적한 곳이 많다 보니, 반려견 줄을 풀어두고 산책하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최근 동네 산책을 하다가 그런 개들한테 물리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다른 사람과 자신의 반려견의 안전까지도 위협하는 일이 자유로운 모습처럼 이야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참고로 저희 귤멍멍이 연습생들이 혈기 왕성한 나이일 때에는 꼭 밖에서 충분히 산책을 한 뒤에 실내 공간에 들어가곤 했어요. 잘 엎드려서 쉬거나 기다려주면 간식도 주면서, 사람과 함께 잘 지내기 위해 실내에선 편안하게 쉬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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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귤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