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 잃어버린 ‘푸른’ 세계를 찾아서
작성자 신록
이야기는 위대하다📖
<지구 끝의 온실> | 잃어버린 ‘푸른’ 세계를 찾아서
뉴니커는 ‘가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단풍, 은행, 독서? 저는 높고 푸른 하늘이 떠올라요.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이 전만큼 쉽지 않죠. 그래서 저는 유난히 깨끗한 하늘이 드리운 날이면 하늘멍(?)으로 시간을 보내며 평소의 하늘이 얼마나 먼지로 뒤덮여 있었는지를 절감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져서 더 이상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는, 마스크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오면 어떻게 될까?“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이야기로 제시하고 있어요.
*유튜버 for reading club 님의 ‘playlist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_
디스토피아(Dystopia)🌫️ :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허구로 그려 냄으로써 현실을 비판하는 문학 작품을 뜻합니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더스트’라는 붉은 먼지가 지구를 황폐화시킨 상황을 가정해요.
(↔️유토피아(Utopia):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
SF(Science Fiction)장르🦾: 과학적 사실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문학 장르인 과학 소설을 의미합니다. 김초엽 작가는 감성적인 SF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주 소재로 사이보그, 드론, 호버카 등의 다양한 요소가 등장해요.
과거의 진실을 찾아서📜: 소설 상 현재(2129년)의 생물학자 아영이 과거(2055년)의 더스트 폴 당시를 탐구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영의 입장에서 단서를 얻고 증언을 듣는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내용 톺아보기
📌모스바나, 빛이 나는 식물
헤데라 트리피두스(Hedera trifidus). 보편적으로 알려진 영어 명칭은 모스바나. 송악속의 상록성 덩굴식물로 흔히 키우는 관상용 담쟁의 근연종이다.
책에서는 이렇게 언급되고 현실에는 없는 식물입니다. 독성이 있는데도, 더스트 때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쓰였다는 소문이 돌고, 발광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 기이한 존재였어요. 아영은 이 생물을 분석하며 어릴 적 자신이 보았던 정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요.
발광 식물이라는 점은 저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던 부분이자, 이 소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검색해보니 요즘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발광 식물을 ‘개발’한다고 하더라고요.
일례로 기업 라이트바이오(Lightbio)의 반딧불이 피튜니아가 있습니다. 발광 독버섯인 네오토파누스 남비(Neonothopanus nambi)의 발광 유전자를 피튜니아라는 꽃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죠.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된 식물은 줄기, 뿌리, 잎 등 모든 부분에서 녹색 빛을 발산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판매되면서(29달러=한화 약 3만 8000원) 나중에는 발광 식물이 가로등을 대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기도 했어요.
📌대의 vs 소수의 권리
아영은 홀로 진실을 파헤치던 중 더스트 시대 생존자인 나오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나오미와 아마라 자매는 유전적으로 더스트를 견딜 수 있는 ‘내성종’이었는데요. 돔 내부의 마을에서는 내성종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도망쳤고 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전설 속의 마을, ’프림 빌리지‘로 향한 것이었죠.
이 책에서 나타나는 실험 조직과 실험 대상자들의 대립 구도는 SF나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이야기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저는 제임스 대시너의 소설 <메이즈 러너> 시리즈가 생각이 났어요.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계에서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면역인들에게 가혹한 시련을 가하는 조직과, 그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면역인들의 사투가 주제이죠. 그리고 생존 본능이 앞선 사람들의 협력과 배신, 의견 차이로 인한 치열한 갈등도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다들 비슷한 내용의 책이나 영화를 한 번쯤은 접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사소한 설정들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 ‘ 라는 질문을 던지죠. 우리가 이와 같은 일종의 클리셰를 담은 이야기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기꺼이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영화에서와 같은 재난이 현실에서 발생한다면, 이런 상황이 우리가 가장 맞닥뜨릴 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의롭지 않은 구원자
프림 빌리지가 다른 마을과 달리 돔 없이도 더스트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연구를 통해 개량한 더스트 내성 식물들 때문이었습니다. 모스바나도 레이첼이 개발한 더스트를 억제하는 기능을 지닌 식물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모스바나를 개발함으로써 재앙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여기서 약간의 반전이 있습니다. 사실 레이첼에게는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나 정의감 따위는 없었다는 거예요. 신체의 70%가 기계인 사이보그인데다가 무뚝뚝한 성격, 연구 말고는 다른 것에는 관심도 없는 너드 기질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웅의 이미지와 상반됩니다. 그 점이 이 이야기의 독특한 매력인 것 같아요. (참고_유튜버 미리보기 님의 ‘레이첼’ 컨셉 아트)
저는 무엇보다 레이첼이 ‘식물‘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지구를 구원할 만큼의 능력을 지녔지만 연구에만 몰두하는 레이첼과, 온 지구를 초록으로 물들일 힘을 지닌 식물은 사실 자신의 증식에 힘쓴 것일 뿐이라는 것. 둘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던 것 같아요. 프림 빌리지가 기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레이첼로 표상되는 식물과 지수와 마을 사람들로 표상되는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작가가 창조한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이 SF 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겠죠. <지구 끝의 온실>을 읽는 내내 김초엽 작가님만의 고유한 ‘몽환의 아름다움과 현실의 비극이 조화된 세계’ 속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관을 이루는 신비로운 설정들이 읽는 재미를 더 크게 만들기도 했고요.
또한, ‘더스트’라는 인재로부터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다름 아닌 식물이었다는 사실은 지구를 변화시킬만큼의 힘을 지닌 생물이 인간만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가 망가져간다는 것을 하루하루 체감하는 요즘, 인간은 행성을 독점이 아니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던 것 같네요.😌
그럼 오늘의 기록은 이만 마무리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