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보내기, 정의일까 마녀사냥일까?

나락 보내기, 정의일까 마녀사냥일까?

작성자 마음경작소

나락 보내기, 정의일까 마녀사냥일까?

마음경작소
마음경작소
@mindfarm
읽음 60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 뉴니커님들, 잘 지내셨나요? 마음경작소 에디터 이유경입니다!

요즘 뉴스 타임라인을 휩쓸고 있는, 누군가를 ‘나락’으로 보내버리는 모습, 자주 목격되지 않나요?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며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해 버리는 이 현상, 단순히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정의로운 행동일까요? 그 이면에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복잡한 심리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요?

오늘은 공인의 잘못에 대한 단죄를 넘어 나락 보내는 현상의 본질을 차분히 짚어보고,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함께 다루었어요.

누군가를 '나락' 보내는 현상 '캔슬 컬처(cancel culture)'

누군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사회적인 영향력을 없애려는 현상, 바로 '캔슬 컬처(Cancel Culture)'라고 해요. 다시 말해, 캔슬 컬처는 자신의 신념이나 사회적 규범을 위반한 공인이나 기업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를 철회하여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우려는 집단적인 행동을 뜻해요(Roldan et al., 2024).

이 용어의 뿌리는 2015년 무렵 '흑인 트위터(Black Twitter)' 사용자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당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대상을 향해 'Cancel(취소)!'라고 외치던 밈(meme)에서 처음 등장했어요.

캔슬 컬처는 처음에는 위반에 대한 도덕적 분노에서 정당한 책임을 묻는 행동에서 출발했지만, 때로는 대상에게 굴욕감을 주거나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한 공개적 망신주기와 평판 훼손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팔로우 취소나 방송 하차 요구, 불매운동과 같이 대상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가하는 사회적 처벌로 이어지기도 해요.

도덕적 분노가 캔슬링으로 이어지는 이유

그런데 왜 우리는 공인의 잘못을 목격했을 때, 단순히 그 행동만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못하는 걸까요? 왜 그 사람을 기어코 끌어내려 소위 '나락'으로 보내야만 적성이 풀리는 걸까요? 지금부터는 그 이면에 숨은 몇 가지 심리적 이유를 하나씩 살펴볼게요.

① 도덕적 분노가 원치않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캔슬 컬처의 시작점에는 분명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가 있어요. 이 분노는 사회의 잘못을 바로잡고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자극해요 (Greig & Hogg, 2025). 문제는 이 도덕적 판단이 특정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분노는 곧바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기 쉬워요. 그렇게 생긴 도덕적 분노는 상대방에 대한 단순한 혐오를 넘어, 대상의 평판을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하고 그 사람이 쌓아온 업적이나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를 파괴하는 폭력까지 정당화하게 됩니다 (Norris, 2021). 마치 21세기 디지털 마녀사냥처럼 말이죠.

② 소셜미디어가 분노를 확산시키고

소셜 미디어는 분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해요.

두 번째 이유는 소셜미디어라는 환경이 이 불길에 기름을 붓기 때문이에요. 디지털 공간 특유의 익명성은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공격적인 행동도 주저 없이 하게 만들어요. 더 큰 문제는 소셜미디어의 빠른 확산 속도가 우리가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기도 전에, 즉각적이고 ‘반사적인 판단(reactive perception)’을 내리도록 유도한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모인 섣부른 판단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디지털 군중’을 형성해,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을 마치 정의로운 심판처럼 느끼게 만들어요.

③ 도덕적 분노가 결국 실질적인 응징, 캔슬링 시작

세 번째 이유는 도덕적 분노가 결국 실질적인 ‘응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마음속에서 끓어오른 분노는 단순히 비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상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지지를 철회(withdrawal of support)’하는 행동, 즉 캔슬링(집단행동)으로 표출돼요(Roldan et al., 2024).

이 과정은 팔로우를 취소하거나 관련 제품을 불매하는 것에서 시작해, 방송 하차를 요구하며 대상을 ‘플랫폼에서 퇴출(deplatforming)’시키려는 적극적인 시도까지 나아가죠. 결국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끊고 소위 ‘나락’으로 보내는 가혹한 처벌 행위로 귀결되는 것이랍니다 (Norris, 2021).

⚖️ 캔슬 컬처에 휩쓸리지 않는 3가지 방법

그렇다면, 누군가의 잘못을 묻는 과정이 한 사람을 완전히 파괴하는 폭력이 아니라, 진정한 ‘정의’로 남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를 섣불리 ‘나락’으로 밀어 넣기 전, 우리가 잠시 멈춰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소개할게요.

① 사건의 전체 맥락 찾아보기

명확해 보였던 사건도, 맥락을 보면 다를 수 있어요.

틱톡이나 릴스 같은 1분짜리 영상이나 자극적인 기사는 복잡한 맥락이 제거된, '한 입 크기(bite-sized)' 정보로 사건을 너무 단순하게 보여줘요. 이런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수록, 뉘앙스를 놓치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 쉬워져요(Roldan et al., 2024).

논란이 된 단편적인 정보를 접했다면, 바로 판단하기보다는 '이 짧은 영상이 사건의 전말을 다 보여주고 있을까?', '이 사건의 앞뒤에는 어떤일이 있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 질문이, 불필요한 도덕적 분노를 가라앉는데 도움을 줄거예요.

② '인격'이 아닌 '행동'에 집중하기

캔슬 컬처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잘못된 행동 하나로 그 사람의 존재 전체를 부정하고, 사회적 처벌(social punishment)을 가하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특히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온라인 공간의 분노는 종종 통제 불가능한 '마녀사냥'으로 치닫곤 해요.

따라서, 비판의 대상을 명확히 분리해야 해요. "저 사람은 원래 구제불능이었어!"라며 인격 자체를 모독하는 대신, "저 사람의 특정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처럼 행동에 집중해야 해요. 이는 공인에게 회복 불가능한 굴욕을 주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묻는 성숙한 태도이며 상대를 나락으로 보내는 것이 아닌, 도덕적 개선을 이끄는 최선의 방법이랍니다(Campbell, 2023).

③ '내 감정'과 '군중심리' 구분하기

내 주관대로 행동할 용기를 가져 보아요.

온라인 공간이 누군가에 대한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될 때, 그런 장면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 대열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왜 그럴까요? 연구에 따르면, 첫째는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면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고 둘째는 침묵하기보다 비판에 동참함으로써 내가 도덕적이고 '깨어있는 시민'임을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남들이 욕하니까 나도 욕하는’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느끼는 분노가 정말 나의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린 것인지를 구별해야 해요(Adelbrant Höglund et al., 2025). 아래 질문을 통해, 내 마음의 주관을 찾아보세요.

  • 지금 내가 화가 난 이유는 정확히 무엇인가?

    (저 사람의 행동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면 다들 화를 내는 분위기 때문인가)

  • 혹시 ‘개념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비난에 동참하고 있진 않나?

  • 이 비난이 사회를 더 발전시키는 데 정말 도움이 되는 방식일까?

◽◽◽◽◽◽◽◽◽

도덕적 위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캔슬'만 외치는 사회 분위기는 결국 우리 모두를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하는 ‘창살 없는 감옥(Digital Panopticon)’에 가두는 결과를 낳아요. 언제든 비난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우리에게 ‘완벽한 행동에 대한 압박’을 심어주고, 결국 마음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들거든요.

따라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옛말처럼, 분노의 끝이 누군가를 영원히 배제하려는 '나락 보내기'가 되어서는 안돼요. 대신 실수를 배움과 성장의 기회로 삼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관용을 지금부터 베풀어 보는 건 어떨까요?

✏️ 마음경작소 에디터 : 이유경 드림

🍒인스타그램 @mindcoordinator

📖 마당매거진 구독하기: https://mindfarm.stibee.com/

(이 글에 사용된 참고문헌 목록은 마당매거진에서 상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