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월 1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것"

고정비, 저축을 제외하고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 월 10만 원.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었던 건 아니었지만 월 80만 원에서 월 10만 원까지 줄여가며 당연하게도 제가 저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었습니다. 저 역시 이런 기간을 평생 이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전편에서 저의 짠테크 시기를 응원해 주시는 인생 선배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인생을 살면서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하다. 응원한다!'

많은 위로가 되면서도 나는 언제쯤 이 시기를 지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튼 절약을 한다는 것, 그러면서 나의 자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절약을 하면서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여기저기 전파하고 다니는 저지만 이것도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맞는 소리일 수 있고 이상한 소리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죠.

"극단적 절약을 해보니 느끼는 한계"

극단적 절약, 지금은 월 10만 원이지만 저도 나름 월 30만 원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 후로 20만 원, 15만 원, 12만 원, 10만 원까지 줄여 왔습니다. 개인 생활비 자체가 월 15만 원으로 내려갔을 때부터 약간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1. 취미, 취향이 사라져 간다.

당연하게도 취미, 취향에 쓸 돈이 줄어드니 그 자체가 없어져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옷도 좋아하고 향기 나는 제품들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매월 옷도 사고 향수, 바디로션, 바디미스트 등을 사면서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구나 하며 내 스타일을 가꾸어나갔었죠. 그런데 그렇게 쓰는 돈을 차단해 버리니 옷은 기본템이 국룰, 향기는 사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걸 깨달은 순간은 아주 조금 슬펐습니다..?

2. 사람 챙기기에 인색해진다.

원래도 주변사람들을 잘 챙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생활비를 줄인 후로는 스스로가 더 인색해짐이 느껴졌습니다. 가벼운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지인들의 생일을 챙길 때 보내던 소소한 기프티콘도 자연스레 줄어들었어요. 기프티콘 10,000원 보내면 내 생활비의 1/10을 쓰는 것이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망설여질 때 스스로 별로라고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3. 인맥이 줄어든다.

돈을 안 쓰다 보니 포기하는 게 많아졌습니다. 특히 모임에 쓰는 비용, 절약을 시작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임들을 거의 없앴습니다. 분기별로 만나는 소중한 친구들 모임 3개를 제외하고 다른 것들은 굳이 만들지도 않았고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인맥이 줄어들고 새로운 인맥 역시 잘 생기지 않았어요.

이렇게만 보면 제가 굉장히 불쌍해 보이는데요.. 절약을 통해 이런 부분들을 잃게 된 건 참 아쉽지만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는 법입니다. 

새로운 옷, 향수 등을 사지 않게 되면서 기존에 있던 것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했습니다. 기본템을 중요시하고 옷 하나를 살 때도 '과연 내가 오래도록 입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며 사니 가성비템을 사더라도 굉장히 뽕을 뽑을 수 있게 되었어요.

사람 챙기기에 인색해졌지만 내가 신경 써야 할 사람들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가족, 친구들에게 지금 당장 엄청 좋은 선물을 해줄 순 없었지만 그때만큼은 인색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니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독서, 글쓰기, 부수입창출 등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에 이런 시기가 있다는 것"

남편이랑 1,500원 피자 발견했던 날

절약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 역시 평생 이렇게 극단적인 절약을 하며 살진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제 인생에 이런 시기가 있다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없었겠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절약에 감사하며 오늘도 쪼들리는 재미에 살고 있습니다. 저의 절약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 저희 각자의 돈 목표 꼭 이루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