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비장애형제자매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이 있어요.
부모님이 안 계시면, 내 형제자매는 어디에서 살게 될까?
저도 중증 발달장애 동생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 부분이 참 막막해요.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그룹홈을 운영하신다는 비장애 형제자매 '별⭐ '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총 3편의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비장애 형제자매로서 하는 고민 중 하나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들어가며 👋 Q1. 나와 가족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형제자매는 몇 살이고,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지내며, 요즘 하루를 어떻게 보내나요? 별 ⭐
저희 가족은 세 자매로, 저는 그중 막내이고 둘째 언니는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된 언니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열로 인한 뇌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뇌병변 1급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엄마께서 공동생활가정을 설립하시기 전까지 언니는 재활원과 관련 시설에서 생활했습니다. 현재는 엄마가 만드신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엄마, 그리고 다른 장애 가족 2명 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매일 활동보조 선생님이 방문해 드라이브나 장애인 활동 교실 같은 외부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집 안에서 태블릿 PC로 영상을 보거나 엄마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집 앞을 산책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Q2. 내 형제자매는 어떤 사람인가요? - ‘내 형제자매’를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먼저 떠오르나요? 별 ⭐
저희 언니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 너무 예쁜 아기가 태어났다며 소문이 나서 기분이 좋아지신 아빠가 간호사분들께 케이크를 돌리셨다고 합니다. 어릴 때 언니를 보는 사람마다 천사 같다며 칭찬해 줄 만큼, 활짝 웃는 모습이 참 예쁘고 언니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성격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지만 가족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크고, 웃음도 눈물도 많아서 감정 표현에 참 솔직한 편입니다.
자립이라는 말 🗝️ Q3. ‘자립’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별 ⭐
완벽하진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스스로 책임지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모습 이 그려집니다. 제가 상상하는 자립이란, 주거 공간에서는 혼자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꾸려가고, 사회생활을 할 때는 집단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Q4. 형제자매에게 자립이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별 ⭐
저희 언니는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지만 인지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의사를 표현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젓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고, 앉거나 서는 등 스스로 신체를 조절하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언니가 홀로 자립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5. ‘탈시설’이라는 말을 언제 처음 들으셨고, 그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별 ⭐
‘탈시설’이라는 단어는 이전에 스치듯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작년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공부하면서 그 구체적인 의미를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 가족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취지 자체는 매우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시설을 벗어나더라도 결국 일정 부분 타인의 도움이 필수적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인력 배치나 적절한 주거 공간 마련 등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이 아직은 많아 보였습니다.
어디에서 살게 될까? 🏠 Q6. 형제자매가 앞으로 어디에서 살지 구체적으로 그려 본 적이 있나요? - 어떤 선택지든 고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고 싶은가요? 별 ⭐
현재 언니가 엄마와 함께 공동생활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보니, 사실 추후 거취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의 환경에 변화가 생긴다면 시설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설을 이용하면 전문 사회복지 인력의 돌봄 속에서 언니가 안정된 생활 을 할 수 있고, 나머지 가족들 역시 기존의 일상을 큰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가족을 멀리 보낸다는 죄책감 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실감 은 크게 남을 것 같습니다.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깊은 고민이 남아 있습니다.
Q7. 형제자매 본인은 어디에서 살고 싶어 할까요? 물어본 적이 있나요? 별 ⭐
언니는 엄마가 그룹홈을 만들기 전까지 시설에서 단체 생활을 했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와서 지내다가 다시 돌아갈 때가 되면, 가기 싫다며 서럽게 울던 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언니는 그저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행복해하고, 엄마와 매일 함께 지내는 지금 훨씬 더 깊은 안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 시설에서의 생활을 물어보면 다양한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당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 때문인지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현재의 삶에 아주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8. 이용할 수 있는 제도나 서비스를 알고 계신가요? 어떤 경로로 알게 되셨나요? 별 ⭐
활동보조 서비스 는 엄마가 신청해 주셔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장애 가족들은 활동보조 선생님을 통해 주로 출퇴근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저희 언니는 식사와 배변, 목욕 수발을 비롯해 일상생활 전반과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9. 형제자매의 미래를 위해 가족이 지금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별 ⭐
첫째 언니는 엄마가 그룹홈을 시작하실 때 바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을 취득했고, 저 역시 얼마 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당장 시설을 이어받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추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것입니다.
아직은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이나 지식도 부족하고, 시설을 전부 맡아 운영할 만큼의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뚜렷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먼 훗날 언젠가 시설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를 생각하며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Q10. 부모님과 이 이야기를 나눠 보신 적이 있나요? 별 ⭐
엄마는 예전부터 언니나 제가 이 시설을 이어받길 내심 바라셨지만, 아직 저와 언니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사회복지 일을 시작할 계획이 없습니다. 엄마 역시 저희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해 주셔서, 추후 본인이 은퇴하실 때 시설을 맡아줄 적임자를 따로 찾고 계십니다. 다만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저나 언니가 맡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흐름에 맞춰 시설을 이어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