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장애 진단을 받는 것은 암 진단을 받는 것만큼의 심리적 충격을 유발한다고 해요. 특히 어린 자녀가 장애로 진단을 받았거나 장애가 의심된다면, '부정'의 단계는 더욱 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가족으로서, 특수교사로서 깨달은 바는, 가족의 행복은 장애를 '온전히 수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는 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비장애형제자매의 시선에서 바라본 장애의 수용에 대한 인터뷰 글 을 가져와 봤어요.
Q1. 내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돌고래 🐬 : 저는 부모님 두 분과 여동생 한 명, 남동생 한 명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Q2. 처음 느꼈던 '형제자매의 다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돌고래 🐬 : 말을 하지 못하고 배변을 가리지 못하는 점 때문에 또래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수영장에서 기저귀를 벗고 수영장 물에 소변을 본다거나, 집에서도 바닥에 대변을 본 다음 그 대변으로 가지고 노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서 다르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Q3. 형제자매는 자신의 장애를 스스로 인지하고 수용하나요? - 인지한다면 어떠한 형태나 말로 나타나나요?
돌고래 🐬 : 본인이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이를 스스로 개선하기 위해 언어치료를 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발음이 어눌하고 말을 더듬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숙제를 치료실에서 내주셨는데, 방에서 스스로 몇 시간씩 그 숙제를 하기도 합니다. “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도 하는 등 자신이 일반적으로 살아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수용의 지연에 대하여 ⏳Q4. 장애 등록이 늦어지며 발생한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돌고래 🐬 : 장애 등록이 늦어지며 장애를 증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자폐범주성장애의 경우 발달 초기부터 증상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는데, 의료기록이 모두 폐기되어 힘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아 시절 미국에서 작성했던 IFSP와 한국에 와서 어린이집 시절부터 작성했던 IEP 등이 증빙자료로 인정되어 무사히 장애를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장애를 보다 일찍 수용했더라면 동생이 겪었던 스트레스와 혼란이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부모님께서 동생에게 “친구 좀 사귀라”고 얘기하시던 것도 동생에겐 스트레스였을 것 같고, 실제로 동생도 “난 왜 친구가 없을까”, “난 왜 다를까”라는 얘기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Q4-1. 부모님의 장애 수용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기억나는 특정 말이나 행동이 있나요?
돌고래 🐬 : “○○이는 장애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아?”, “○○이는 장애인은 아니지 않아?”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실 때나, 저에게 이야기하실 때요. 또래와 다르다는 건 인식하세요. 특히 아빠는 “남자는 군대에 가야지.”라고 자주 이야기하셨어요. 군대에 가면 딱 봐도 힘들어할 기질의 아이인데, 굳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5. 반대로, 가족이 장애를 일찍 수용했을 때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무엇일까요? 돌고래 🐬 : 가족이 장애를 일찍 수용하게 되면, 보다 오늘에 집중하게 되며 지금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장애 등록은 늦게 했지만, 동생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에 가족끼리 보다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만약 늦게 수용했다면 매일 동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갈등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Q6. 부모님과 자녀 세대 간의 장애 수용 속도 차이를 어떻게 느끼셨나요? 돌고래 🐬 : 확실히 부모님 세대와 자녀 세대 간에 수용 속도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속도 자체의 차이보다는, ‘눈에 보이는 장애를 수용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 세대의 경우 발달 장애에 대한 수용이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자폐성 장애와 같이 신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학업 수행은 가능하며 사회성에만 결함이 있는 경우에는 더요. 반면 자녀 세대의 경우 잘은 몰라도 자폐라는 장애를 어렸을 때부터 접해왔기 때문에 부모 세대보다 친숙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Q6-1. 무엇 때문에 차이가 난다고 느끼시나요?
-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변화, 또는 교육에서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돌고래 🐬 : ADHD, 자폐성 장애, 경계성 장애처럼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장애’들의 개념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올라간 게 한몫을 한 것 같아요. 장애의 개념이 다양해지고, 그게 대중에게 친숙해졌어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라는 캐릭터도,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이 연기한 캐릭터도요. 여러 미디어에서 자폐를 긍정적으로 그려준 영향도 있어요.
‘장애인을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도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람들이 진정으로 똑같이 대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요. 옛날에는 차별적인 말을 하는 게 유머로 여겨졌다면, 요즘은 사람들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옛날 같은 분위기라면 내 자녀가 장애가 있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Q7. 부모로서의 수용과 형제자매로서의 수용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돌고래 🐬 : 이건 저의 추측이지만, 부모님께서 형제자매보다 늦게 수용하게 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작동했을 것 같아요. 관련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엄마가 노산이어서 동생이 그렇게 태어났다.”, “엄마가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반면 형제자매는 형제자매의 장애를 수용한다고 해도 나의 탓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다 보니, 부모보다는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마주하는 '장애의 수용' 🌱Q8. 수용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유아기 장애 자녀 보호자들의 수용을 돕기 위해 시도해 본(혹은 해보고 싶은) 방법이 있나요? 돌고래 🐬 : 자녀의 강점을 찾도록 돕거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특성을 강점으로 생각하실 수 있도록 생각의 전환을 돕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는 상담할 때 말씀드리는 정도의 노력을 했는데, 다가오는 신학기에는 주기적으로 관찰 및 기록을 부모님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또 자녀와 긍정적인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유아의 놀이를 기록해 보려고 해요. 보호자와 자녀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는 방법도 시도했습니다.
Q8-1. 보호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있으면 장애를 조금 더 일찍 수용할 수 있을까요?
-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원 등 모든 측면에서요.
돌고래 🐬 : 제도적 측면을 이야기해 보자면, 상담 지원이 의무화되어야 해요. 상담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자녀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어요. 교사도 노력하겠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말씀 드리면 더 잘 들릴 수 있으니까요. 만약 자녀의 특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더라도, 보호자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기르면 수용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걸 위해서 행동 중재 교육을 많이 알려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보호자 분들이 행동 중재를 많이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하지만 행동주의는 그 원리가 아주 단순해요. 그런데 유튜브나 책으로 보호자 분들이 너무 방대한 양을 접하시니까, 이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보호자 분들이 스스로 어렵게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쉽게 알려주면 좋겠어요.
Q9. 이제 막 자녀의 장애를 마주하고 수용 단계에 계신 보호자 분들에게 꼭 해 드리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돌고래 🐬 : 당신의 잘못도,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시선을 두시면 좋겠습니다. 힘드시고 막막하시겠지만, 오늘 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살아진 나날들을 돌아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저희 가족도 먼 미래를 생각하면 여전히 아득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중을 걱정하며, 이미 벌어진 일들을 한탄하며 오늘 하루를 보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아이와 1분이라도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10. 내가 정의하는 장애 '수용'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돌고래 🐬 : 지금 이 순간, 지금 이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지 않고,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함께 있는 그 아이가 잘하는 것을 인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하루하루 노력하고 그 노력이 쌓이면, 분명 온전히 우리 가족끼리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시리라 믿습니다.
맺음말 ☀️Q11. 부모님의 불수용을 곁에서 지켜보는 비장애 형제자매들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가 있을까요? 돌고래 🐬 : 답답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님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어요. 내 부모님을 내가 이해해 주지 못하면 결국 힘든 건 나고, 멀어지는 건 우리 사이니까요. 그리고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 언젠가 수용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믿고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저도 부모님께 동생의 장애를) 애써 수용시키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는데, 결국 부모님과 싸우고 멀어져서 힘들어지는 건 저더라고요. 이 인터뷰를 읽으실 분들도 부모님의 소중한 자녀이니, 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즐거운 하루하루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Q12. '장애 가족의 수용'에 대해 독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돌고래 🐬 : 부모님께서는 비장애 자녀가 겪는 어려움을 이해해 주세요. 비장애형제자매라면, 답답할 수도 있는 부모님의 속도를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온 가족이 행복하신 걸 최우선으로 매일을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부모님도 수용하시고, 잘 살아온 우리 가족을 돌아보실 수 있을 거예요.
힘든 걸 알지만, 장애를 일찍 수용할수록 가족에게는 더 큰 안정과 여유가 찾아와요. 장애의 수용은 전등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단번에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가족들이 이 인터뷰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읽어보면 좋은, '수용'과 관련된 워크숍 후기를 첨부 해요.)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