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자매 FAQ - 기타
작성자 레몬자몽
어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
비장애형제자매 FAQ - 기타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지난 주에는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한 인터뷰 글을 썼어요.
👉 https://brunch.co.kr/@lemon99/56
3주 동안 성장기, 진로와 직업,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한 4명의 비장애형제자매 이야기를 풀었어요. 오늘 글은 외전 느낌으로, 비장애형제자매들이 궁금해 할 만한 기타 질문 몇 가지를 담아 보았어요.
Q1.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미래(자립, 돌봄, 책임의 정도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요?
- 그 대화는 누가 먼저 시작했나요?
진주🦪 : 부모님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너는 너 인생 살라고 하셨고, 그래도 나중에 가끔 들여다봐달라고 하셨어요. 그러려면 네가 잘 살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고요. 저는 그냥 '너를 사랑해서 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시길 바랐는데… 근데 그것도 바라실 거예요. 다만 언니에 대해 걱정이 많으신 거겠죠.
새싹🌱 : 저희 아빠는 어려서부터 제가 동생을 책임져야 될 것을 가볍게, 여러 번, 많이 얘기하셨어요. 깊은 생각을 가지고 하셨던 것 같진 않지만, 저는 그 때마다 마음이 많이 눌렸어요. 엄마랑은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많이 어렵다'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엄마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고,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질 테니,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랑이🐯 : 30대 초반쯤 제가 먼저 엄마에게 이야기했어요. 저는 오빠에게 더 이상 어떠한 애정도 없고 혈연관계가 저에게 의미도 없으니, 앞으로 오빠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20대 후반쯤부터 보통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내 삶을 시작하는데, 저를 챙기기도 바빴거든요.
행복🌈 :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눈 적이 없어요. 지금은 아빠가 보고 계시지만, '언젠가 내가 케어해야 할 때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은 해요. 그리고 다운증후군의 노화 속도가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다 보니까, 지금도 신변 처리처럼 조금씩 걱정되는 부분이 보이기는 해요. 그런데 같이 산다고 하면, 저는 제 아이들을 보면서 언니도 봐야 하는데… 남편이나 아이들이 괜찮다고 해도,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기관이나 센터를 알아보기는 해야 하는데, 제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눈앞에 닥쳐야 계획을 하게 될 것 같아요.
Q2. 장애 형제자매로 인해 독립을 일찍 하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 : 20대 초반에 독립을 일찍 하고 싶었는데, 언니로 인해 엄마랑 갈등을 겪고 나서였어요. 당시엔 돈도 없고 상황도 안 되어서 이루진 못했지만요. 지금은 독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같이 살고 있어요. 언젠가는 집을 떠날 텐데 자주 볼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는 가끔 지금도 집을 나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평화로운 저녁 식사를 언니가 깨버릴 때나, 혼자 있고 싶은데 언니가 저한테 끊임없이 계속 말을 걸면 괜히 집에 일찍 들어왔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죠. 그래도 언니가 제 비타민을 매일 챙겨주거나,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아요.
🌱 : 동생의 방황으로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볼 때, '좀 자유롭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신만 장애가 있으니 가족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말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동생으로 인해 화도 나 계시고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집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어쩔 줄 몰라서 아파트 문 앞에서 서성이다 집에 들어가고 그랬어요.
Q3. 우리가 어릴 때에 비해 비장애형제자매 지원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끼나요?
- 더 있었으면 하는 지원이나 실효성이 있다고 느낀 지원은 무엇인가요?
🦪 : 조금은 늘어난 것 같아요. 그래도 장애형제자매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이 더 필요해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부모님도 똑같이 말씀하셨어요. 오은영 선생님 같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엄마랑 저는 언니가 무슨 행동을 하면, 그 심리를 알려주는 전문가가 필요했어요. 특히 도전행동과 관련해서요. 엄마는 그걸 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받아들였는데, 제가 보기에는 혼날까 봐 걱정하는 두려움에 기반한 것 같거든요. 전문가들이 보고 해석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가정을 주 1회 방문하거나, 녹화해 둔 영상을 같이 보면서 말이에요. 지금은 어디서 상담을 한다고 해서 대부분 '힘들었겠다'하는 위로만 받을 수 있거든요. 또 장애형제자매의 자립 훈련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장애형제자매와 비장애형제자매 모두를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 저는 비장애형제자매를 위한 지원이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고, 확실히 인식은 높아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비장애형제자매'라는 용어를 알게 됐을 때 제 정체성을 확립한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20살 때 우연히 책을 통해서 비장애형제자매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저를 설명하는 다른 단어가 있다는 것에 많이 놀랐어요. 또 저 자신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장애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 생애 주기별로 책을 보내주면 어떨까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비장애형제자매가 나오는 동화책, 청소년기에는 형제자매를 이해할 수 있는 조금 심화된 책들. 그런 책 한 권만 읽어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 형제자매 지원이 더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가정마다 다 상황이 다른데, 제가 느끼기로는 일정 시간 형제자매와 분리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형제자매 따라서 치료실을 가도 놀잇감을 가지고 놀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정서적인 부분을 케어해 주면 좋겠어요. 비장애형제자매는 방치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아요. '너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하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관심과 지원은 다 장애형제자매 쪽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마음의 병이 생기기 쉬운데, 그냥 그런 채로 성인이 되는 거예요. 그렇지만 장애인 당사자는 아니니까 지원은 받기 어렵죠. 또 많은 비장애형제자매들은 장애형제자매가 있는 가족 환경이 아니었다면, 더 활달하고 사교성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집에 친구를 거리낌없이 초대하거나, 가정 내에서 형제자매랑 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그런 부분들에서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동 상담을 받게 하는 것처럼, 뭔가 도움이 있으면 좋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부모를 교육하는 거예요. '이 아이에게서 얻지 못하는 것을 다른 아이에게 기대하면 안 된다.'
🌈 : 제가 어릴 땐 상담 같은 심리 지원이나 여가 지원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받아본 적이 없는데, 잘 몰랐을 수도 있고요. 그런 지원을 받아봤다면 저도 10대, 20대 때 가족 내에서 눈치 보거나 스트레스받는 걸 더 잘 풀고,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것 말고도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네트워킹과 관련된 지원 같은 부분이요.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하고, 서로 공감하고 유대를 맺을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Q4. 비장애형제자매로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거나 생각했던 한 가지가 있다면요?
🦪 : 한동안 제 성격과 불안과 우울이 언니로 인해 온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지 궁금했었어요. 제가 예민한 것, 기억력이 좋고 눈치가 빠른 것,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는 것과 같은 부분이요. '언니가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그런데 이젠 뭐 어떻든지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도 저를 이룬 한 부분이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이에요. 바라는 게 있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 '무엇이 나를 위한 선택이면서 우리 가족을 위한 선택일까?' 그걸 아는 거예요. 저는 이 험한 세상에서 언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그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제 감정이나 마음은 돌보지 못한 채 살았던 것 같아요. 비장애형제자매는 가족을 아예 외면하거나, 반대로 가족을 챙기느라 나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꼭 그러지는 않길 바라요. 장애형제자매만큼, 우리도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그걸 가족들이 잊는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에요.
지금은 저를 잘 돌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가장 어려운 건 '제 감정을 인식하는 것'과 '제가 필요한 것을 남에게 요청하는 것'인데, 노력하고 있어요. 대학교 3학년쯤부터 그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상담 선생님도, 저는 부모가 아니라 동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비장애형제자매 자조 모임에 나가면서, 연애를 하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게 됐어요.
🌱 : 동생과 저를 분리하는 것이요. 저는 동생에 대한 마음이 크고, 동생의 진로나 결혼, 앞으로의 삶 등 생각이 많은 편인데요. 혼자 있다가도 문득 '동생이 돈 관리는 잘하고 있으려나?'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많은 정보에서 동생이 소외되어 있는 것도 속상하고, 다 챙겨 주기는 어려우니까 혼자 답답할 때가 많아요.
🐯 : '오빠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하는 고민을 해요. 오빠는 다른 사람을 때려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거든요. 수년 전에 인터넷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한 자폐아가 어린 아기를 죽인 사건이었는데, 기사의 댓글에 '자폐아의 가족들도 똑같은 범죄자다. 똑같이 죄를 물어야 한다. 왜 저런 애를 방치해서 나돌아 다니게 만드느냐?' 그런 종류의 댓글이었어요. 물리적으로 실체도 없는 댓글들이 제 목을 죄어 오는 것 같았고, 저에게 죄를 묻는 것 같았어요. 연좌제처럼요. 어쩌면 오빠가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는 자폐였다면, 혹은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오빠에게 가족으로서의 애정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모든 것을 폭력으로 해결하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오빠가, 사회에 어떻게 통합될 수 있는 건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해요.
🌈 : 언니를 창피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생각하는 나의 마음과, 부모님 임종 후에 돌봄과 관련된 부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4주 간의 FAQ 글을 쓰면서, 비장애형제자매들이 더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남기는 글들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발자취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