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자매 FAQ - 성장기(어릴 때 경험)

비장애형제자매 FAQ - 성장기(어릴 때 경험)

작성자 레몬자몽

어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

비장애형제자매 FAQ - 성장기(어릴 때 경험)

레몬자몽
레몬자몽
@lem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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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작년 10월, <발달장애인 비장애형제자매를 위한 장애 설명하기 가이드북>을 쓴 적이 있어요.

👉 https://brunch.co.kr/@lemon99/60

위 가이드북을 쓰면서, 비장애형제자매라면 궁금해 할 만한 FAQ 형식의 글을 더 자세하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 주부터 4주 간 성장기, 진로와 직업, 연애와 결혼, 기타의 4가지 주제로 '비장애형제자매 FAQ' 글을 연재하려고 해요. 이를 위해 4명의 비장애형제자매들을 익명으로 인터뷰했어요. 나이대도 다양하고, 결혼 여부, 자녀의 유무도 다양해요. 내 상황에 가장 잘 맞는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요.


Q1.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요.

진주🦪: 제 가족은 엄마, 아빠, 언니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식구예요. 언니는 지적 장애가 있는데 심하지는 않고, 대중교통 이용이나 일상 생활을 잘 해내는 편이에요. 저는 어릴 때 언니와 같은 학교를 다녔어요. 제가 언니한테 책임감을 많이 느껴서인지, 언니를 살펴보러 반에 찾아가기도 했어요. '내가 언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다른 언니, 오빠들이 우리 언니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어요.

새싹🌱: 저는 첫째이고, 남동생이 두 명 있어요. 바로 밑에 있는 동생은 청각 장애가 있고, 저와 막내 동생은 건청인*이에요. 저는 결혼을 해서 남편이랑 아기랑 살고 있고, 남동생 2명은 부모님하고 같이 살고 있어요. 제 동생은 어렸을 때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청력을 잃게 되었어요. 인공와우** 수술을 했지만 현재 기기는 차고 있지 않아서,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해요. 동생은 농학교***를 졸업했고 친구들과는 수어를 사용하지만 직장과 가정에서는 구어와 필담을 사용하고 있어요. 소리를 듣지 못하다 보니 발음 명료도는 많이 낮아요. 소통의 어려움이 제일 큰 편이에요.-

*건청인: 청각 장애가 없는 사람. 소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

**인공와우: 고도 이상의 청각 장애가 있을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

***농학교: 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운영되는 특수학교.

랑이🐯: 아버지, 어머니, 연년생인 오빠, 저. 이렇게 4명의 가족으로 20여 년간을 지냈어요. 저는 20대 초반부터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지내는 상황이에요. 학창 시절 오빠와 갈등도 많아서 저도 힘들었고, 부모님도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10여 년 전 돌아가신 후로는 어머니가 혼자 오빠를 돌보고 있습니다.

행복🌈: 엄마, 아빠, 다운증후군이 있는 언니, 남동생. 엄마는 몇 년 전 암 투병으로 임종하셨고, 저는 10년 전 결혼해서 두 남매의 엄마로 지내고 있어요. 언니는 지적 장애 2급이고, 아빠랑 남동생이랑 생활하면서 장애인 복지관에 다니고 있습니다.


Q2. 어릴 때 형제자매와 관련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이 있나요?

- 아직도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있나요?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나요?

🦪: 방금 가족을 소개하면서 언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살짝 죄책감이 들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에게 언니 이야기를 할 때, 언니가 장애가 있다는 걸 알리면 언니에게 편견이 생길까봐 걱정이 돼요. 언니를 장애로만 설명할 수 없고, 언니에게는 여러 가지 장점과 특징이 있는데 그런 점도 같이 말하려고 하고 있어요. 언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노래도 잘 불러요. 또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꾸준히 해 주는 사람이에요.

🌱: 동생이 청각 장애가 있다 보니까, 동생이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다른 목소리가 나요. 동생이 말을 하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어서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요. 동생은 소리를 못 듣다 보니까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사람들이 힐끗 쳐다볼 때가 있어서 부끄러웠어요.

집 주변에서 친구랑 있다가 동생을 마주쳤는데, 동생이 말을 할까봐 모른 척하고 지나간 적이 있어요. 그게 지금도 죄책감으로 남아 있어요. 또 동생이 특수학교에 다녔는데, 친구들이 동생에 대해 물어볼까봐 동생 얘기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동생의 존재를 숨긴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요. 지금도 동생이랑 다닐 때 동생이 말을 하면,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고 신경이 곤두서는데 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노력해요. 일부러 수어를 더 사용하기도 해요.

🐯: 가족들은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오빠가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해요. 출산을 하러 엄마가 자리를 비운 상황을 극도로 불안해 했다고 했고, 제가 태어나자 오빠는 유독 다른 아기들보다도 동생에 대한 질투심이 심했다고 했어요. 오빠는 항상 "네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내가 태어나서 오빠가 이상해졌을까? 지금이라도 내가 죽으면 괜찮을까? 대체 난 왜 태어났을까?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것도 어린 마음에 죄책감이라면 죄책감이었을까요. 어린 시절에는 죄책감이 분명히 있었어요.

지금은 (죄책감이) 전혀 없어요. 같이 살지 않은 세월이 길어서 그런지… 죄책감은 사람과 사람 간에 최소한의 애정이나, 그조차도 없다면 딱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도 있어야 성립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제가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그런 마음이 차차 사라졌어요.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 언니가 여러 번 갑자기 없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언니를) 잘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속상했었습니다. 죄책감보다는 항상 언니를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경찰하고 연락해서 어찌저찌 언니를 잘 찾았던 기억이 나요.


Q3. 어릴 때 집에 있으면 형제자매로 인해 방해를 받았던 적은 없나요?

-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에 대해서요.

🦪: 요즘은 집에서 쉬고 싶을 때 방해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밖에서 소리가 나서 시끄러울 때도 있고요. 또 언니는 하고 싶은 게 되게 뚜렷해요. 제가 쓰려고 둔 물건이 거슬려서, (언니가) 물어보지 않고 버린 적이 종종 있어요. 집에 언니 방이 따로 없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아빠 방, 제 방, 그리고 엄마랑 언니가 같이 쓰는 방 이렇게 세 개거든요.

🌱: 동생은 장애로 인해서 방황을 많이 했었거든요. 사춘기 시절에는 동생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특히 더 힘들어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속으로 많이 삭히고 지나갔는데,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제 안에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상담을 몇 회기 받았어요.

🐯: 오빠는 항상 사람과 대화해야 하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그 대화는 일반적인 사람들끼리의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주고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대화였어요. 마치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처럼요. 그 대화의 주제도 일반적인 범주의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힘들었어요. 대화하다가 (오빠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둘렀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불안하고 불편했어요.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질 않았고, 가출을 한 경험도 몇 번 있어요. 지금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좋아합니다.

🌈: 학창 시절 언니가 제 물건을 만져서 과제나 준비물이 없어지는 일이 종종 있어서 화를 많이 냈어요. 아빠가 언니를 많이 나무랐어요. 엄마는 아빠가 너무 불같이 화를 내니까, 언니도 안쓰러우면서도 제 편을 많이 들어 주셨어요. 지나고 생각해 보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인데, 제가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것 같기도 해요.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화를 냈다기보다는, 제 성향 자체가 제 물건을 만지고 제자리에 두지 않는 것에 예민했어요. 특히 중고등학생 때요.


Q4. 형제자매와 집에서 놀이를 할 때의 전반적인 경험이 궁금해요.

- 부모님께서 형제자매와 놀아주라고 할 때는 없었나요?

🦪: 같이 있으라고 한 적은 있는데, 놀아주라고 하신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기억나는 것 중 가장 어렸을 때는 고등학생 때예요. 부모님 두 분이 친척 장례식에 가야 했을 때인데, 같이 있으라고 한 건 언니 혼자 두고 가기 걱정되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 교회에서 선생님이 반 친구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많이 다녀주셨어요. 제가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항상 동생을 끼워서 같이 보냈던 기억이 나요. 부모님께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내 동생의 장애를 어떻게 볼까?'하고 엄청 신경 썼어요. 불편한 마음이지만 겉으로는 씩씩한 척 동생을 챙기는 착한 누나의 모습으로 소풍에 갔어요.

🐯: 상호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가 아니라, 그냥 항상 해 달라는 대로 맞춰주는 일방적인 것들이었어요. 제가 중학생이 돼도 초등학생 수준인 오빠 수준에 맞춰줘야 했어요.

🌈: 부모님은 "언니를 돌봐줘. 네가 돌봐야 한다."라는 말씀은 거의 안 하셨어요. 오히려 엄마가 저나 남동생이 언니를 신경 쓰지 않게 더 챙겼던 것 같아요. 특별히 부탁받지 않아도 어릴 때는 자연스럽게 놀이터에서 놀거나 집에서 함께 TV를 보면서 놀았어요.


Q5. 형제자매가 밖에서 조금 다르게 행동할 때, 창피하거나 당황했던 적 있었나요?

🦪: 창피하지는 않은데 좀 고민이 많이 돼요. 대중교통을 탈 때 사람들이 많이 급하게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언니는 상황인지가 떨어져서, 언니가 천천히 움직이거나 자리를 비키지 못하면 사람들이 언니에게 소리를 많이 질러요. 한 번은 식당에 갔는데, 자리가 부족해서 합석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건너편에 앉은 사람이 언니한테 갑자기 화를 내는 거예요. 언니가 그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눈치를 줬다고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언니가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해요. 언니도 듣고 있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기도 하니까요.

🌱: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동생이 말하면 조금 다른 소리가 나는 것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든 적이 있었어요.

🐯: 마트를 가도 음식점을 가도, 갑자기 언제 난동을 부릴지 몰라서 조마조마했습니다. 한 음식점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메뉴가 없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서, 음식값만 치르고 그냥 나온 적도 있어요.

🌈: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언니가 혼자 제가 다니는 학교를 온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언니가 특수학교를 다녔고, 이후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복지관을 다녔어요. 갑작스러운 (언니와의) 대면에 많이 당황하고 창피해서, 그냥 피했던 기억이 나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 (지금도) 함께 외출했을 때 과한 행동을 하면 주의를 시켜요.


Q6. 그럴 때 부모님이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나나요?

- 또 자신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했는지도 궁금해요.

🦪: 부모님이 없었던 적도 많았고, 있더라도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잘 모르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눈치채고 부모님께 말하면 부모님이 그제야 아셨지만 언니한테 화내던 사람은 이미 갔다거나, 상황이 어느 정도 이미 발생한 뒤였어요. 언니가 좀 다르게 행동했을 때 어떻게 하기로 부모님이랑 미리 정했던 적이 없어서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당황한 언니를 달래기도 했어요. 또 언니한테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 화를 내기도 했어요.

🌱: 부모님은 동생을 아무렇지 않게 대해 주셨고 동생의 말을 잘 들어주셨어요. 저는 동생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부모님께 들키지 않기 위해 많이 애썼던 것 같아요.

🐯: 엄마는 유한 성격이어서 오빠를 훈육하지 않고 달래기에 바빴고, 항상 오빠의 기분을 맞춰주며 저에게도 같은 행동을 원했어요. 오빠의 비위를 맞춰줘야 상황의 끝이 보였으니까요. 오빠는 이기적이고 자기만 아는,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으로 자랐어요. 엄마가 어린 시절부터 오빠를 강하게 훈육했다면 지금과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지는 미지수예요.

🌈: 부모님께는 그런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없지만, 알고 계셨을 것 같아요. 일이 생기면 이해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강요보다는 미안해했어요. 당시에는 부모님 감정을 들여다보고 헤아리지는 못했어요. 제 편을 들어주는 게 당연한 건 아니지만, '언니를 더 챙겼다면 내 물건을 안 만지지 않았을까?'하는 이기적인 마음?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포용하고 감싸주고 이해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부모님도 중간에서 중재하는 게 어려웠겠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해요. 언니를 좀 더 이해해 줄 수도 있었을 텐데.


Q7. 형제자매와 싸운 적이 있었나요?

- 있었다면 부모님이 어떻게 갈등을 중재하셨나요?

🦪: 부모님이 갈등을 중재하신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부모님이 언니한테 잘하라고 저한테 얘기하신 적은 있었어요. 더 친절하게 대하라고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언니가 장애 판정을 받은 건 성인기 때예요. 부모님의 주장으로 일반 학교를 다녔고, 사건이 많았어요. 특히 아버지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셨어요. 저도 언니가 평범하다고 믿고 싶었고, 일반적인 자매처럼 툴툴대고 틱틱대면서 지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제가 언니에게 유치원 교사처럼 대해 주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어머니도 그렇게 하기 어려운데 말이에요. 그때 어머니가 저에게 "내가 죽고 난 뒤에 상황이 너무 걱정된다."라고 하셨는데, 제가 언니에게 잘해주지 못하니 걱정된다는 뉘앙스여서 무척 상처를 받았어요. 부모님 사후 문제는 안 그래도 부담이고 걱정인데 그걸 자발적으로 맡게 된 건 아니잖아요. 거기다가 잘하지 못할 거란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어요. 그 뒤로 감정이 틀어져서 1년 정도 많이 싸웠어요.

🌱: 초등학생 때,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가 기억나요. 저도 사춘기였을 때 동생하고 치고 받고 싸웠는데, 아빠가 등짝을 때렸던 것 같아요. (웃음) 동생은 한 대 맞았다면 저는 두 대 맞았어요. 누나여서 더 맞았던 것 같아요.

🐯: 제가 일방적으로 맞았고, 또 제가 일방적으로 사과를 해야 상황이 얼추 끝났어요. 모든 순간마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건 오롯이 제 몫이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그렇게 중재하셨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가 빨리 사과해야 집안 물건이 하나라도 덜 부서졌거든요.

🌈: (앞서 말한 것처럼) 주로 제 물건을 건드려서 일이 생겼어요. 아빠가 언니를 혼내고 엄마는 그런 언니를 다독였어요. 언니는 그냥 예쁘거나 궁금해서 물건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고, 지금도 똑같은 물건을 수십 개씩 가지고 있어요. 어른이 되면서 빈도가 많이 줄기는 했어요. 지금은 그냥 언니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8. 부모님이 형제자매를 돌보는 걸 부탁하신 적이 있나요?

- 있다면 어떤 상황이었고, 그 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얘기해 주세요.

🦪: 부모님이 자리를 비우실 때 제게 집에 일찍 들어와달라고 하셨어요. 언니를 혼자 집에 두는 걸 걱정하시고 둘이 같이 있으라고 하신 거죠. 저는 이런 식으로 약속을 취소했던 적도 있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더 하고 집에 오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집에 왔던 적도 있었어요. 아쉬웠어요. 근데 어쩔 수 없단 생각도 들었고요.

🌱: 저는 너무 어려서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이 청각 장애 진단을 받고 나서 엄마가 동생을 학교나 치료실에 데리고 다녀야 해서 운전 면허를 따려고 도로 주행 연수를 받으셨어요. 그 때 저도 세네 살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집에 저를 놓아 두고 아침에 운전 면허 연수를 받으러 가셨대요. 돌아오면 둘 다 울고 있고 동생은 똥 싸고 있고 그랬다고 하네요. 현재 제 동생은 청각 장애만 있고, 또 독립적이기 때문에 제가 돌봐야 할 상황은 아니에요.

🐯: 가끔 엄마가 바쁘면 밥을 차려주거나 씻는 걸 도와주는 일을 했어요. 오빠는 소근육 발달이 남들보다 둔해요. 디테일하고 섬세한 작업들은 어려워해요. 당시 저는 제가 돕는 일들은 동생이 있는 친구들하고 비슷하고 생각해서, 그냥 집에 돌봐야 할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하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저를 엄마의 분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오빠 밥 차려줘라.', '씻기는 것 도와줘라.' 어릴 때는 당연하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해요. 엄마한테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말해 본 적이 있어요. 엄마가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도 너무 어렸다고. 엄마도 그때 너무 힘들어서, 가족 구성원 말고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던 거죠. 다시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오빠와 저를 최대한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을 것 같아요.

🌈: 그런 기억은 없지만, 부모님이 말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돌볼 상황이 안 되면 제가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10대 때는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했어요. 20대에는 그걸 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돼서, 연애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도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나만 뭔가를 누리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항상 있었어요. 결혼에 대한 부담도 마찬가지고요. 자연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Q9. 부모님께 형제자매에 관해 이런 설명을 들었다면 좋았겠다, 싶을 때 있어요?

- 어떤 설명을 들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 언니 때문에 사건이 벌어져서 제가 놀랐을 때, 저를 진정시켜 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괜찮아.'라고 하시면서 절 안아주기만 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언니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저희 부모님은 언니의 장애를 늦게 받아들이셔서, 그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장애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고 정의한다면, 아버지는 아직도 술을 드시고 언니가 '부끄럽다'라고 말씀하세요. 어머니는 좀 더 일찍 받아들이셨지만, 아버지가 싫어하셔서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하셨어요. 어머니가 예전에 언니에게 대해 저에게 이야기해 주셨던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제가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없어요. 제가 자란 후에도, 저를 상담사 대하듯 하시면서 고민을 많이 털어놓으세요.

🌱: 주변 사람들이 동생에 대해 물어보거나 동생을 쳐다볼 때 제가 어떻게 해야 될지, 동생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알려주셨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감정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거라는 걸 말씀해 주셨으면 제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아요. 저는 동생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힘들고, 또 동생을 당당하게 여기지 못하는 모습에 죄책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 글쎄요.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들었어도 기억도 나지 않아요. '오빠는 자폐증이 있어서, 영원히 어린 아이야. 그래서 네가 잘 보살펴 줘야 해. 우리가 같이 이 어려움을 분담해야 해.'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어떤 설명을 해줬어도 근본적으로 제 마음 깊은 곳의 의문점과 우울감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오빠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언니의 장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언니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도움을 주고, 우리 가족이 함께해 가야 할 구체적인 부분이요. 장애를 수용한 시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아빠는 언니가 진단받은 당시에 주변에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하셨어요. 부모님이 받아들이기까지도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저도 언제라고 기억은 안 나지만, 초등학교 때 언니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Q10. 형제자매와 관련해서 부모님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나 감정이 있었나요?

- 누구에게 털어놓았나요?

🦪: 저는 사촌 언니한테 털어놨어요. 어릴 때는 왕래가 별로 없었는데, 저 대학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종종 연락을 해요. 사촌 언니는 제 언니를 봐서 알고 있고, 제 가족을 아니까 설명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어요.

🌱: 그게 제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저는 말할 사람이 정말 없었어요. 동생으로 인해 받는 시선이 부끄러운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제 모습이 못나 보이고 혼자 삭히느라 속병이 많이 들었어요. 커서 다른 비장애형제자매들을 알게 되었고 제 이런 감정을 나눌 수 있었어요.

🐯: 현재는 딱히 새로운 이슈가 없어서 이야기할 일이 없지만, 스무 살 이전에는 집에서 겪는 일들이 너무 힘들 때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얘기했었어요. 사람은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은 절대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어요. 남의 불행을 자신의 기쁨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남들에게 제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아요.

🌈: 언니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과, 일반적인 가정을 부러워했던 마음이 있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주변에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는 가끔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서, 비장애형제자매들은 공통적으로 형제자매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대체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고,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을 승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어요. '나만 그렇지 않다'는 이 인터뷰 내용이, 어떤 비장애형제자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다음 주에는 '진로와 직업'을 주제로 한 인터뷰 내용을 가져올 예정이에요.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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