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 형이 있는 비장애형제자매 하늘이 이야기
작성자 레몬자몽
어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
자폐성 장애 형이 있는 비장애형제자매 하늘이 이야기
지난 글에서, 비장애 자녀에게는 어릴 때부터 형제자매의 ‘장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지요. 비장애 자녀는 이미 일찍부터 형제자매의 ‘다름’을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이에요. 오늘 글은 제가 유아특수교사로서 일하면서 만났던 또 다른 비장애형제자매 어린이와의 대화예요. 이 대화를 보면,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얼마나 일찍부터 형제자매의 ‘다름’을 인지하는지, 어떤 방어기제를 사용해서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려고 애쓰는지, 그래서 왜 이 아이들에게 형제자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하늘이의 형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교사로 일하면서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이기도 해요. 하늘이가 형의 어떤 부분이 '이상하다'고 말하는지, 저는 정확히 알고 있어요. 자폐성 장애 유아들의 특징인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흥미 패턴'으로 인해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똑같은 로봇 댄스 계속 추기),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의 결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놀잇감을 갑작스럽게 빼앗는 행동을, 6살 어린이가 이해하기 쉬울 리가 없어요.
하늘이의 마음속에 궁금증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일부러 하늘이에게 형 이야기를 물어봐요. 먼저 하늘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하늘이의 마음을 읽어줘요. 그리고 하늘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형의 행동을 설명해줘요. 짧은 시간이라도 이렇게 해주는 게, 하늘이가 건강한 정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많은 유아기 비장애형제자매들은 또래보다 성숙하고, 이타적인 기질이 강한 것처럼 보여요. '애어른 같다'는 말을 많이 듣지요. 유치원에서는 무탈하게 잘 지내니 이름 불릴 일도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의 깊은 무의식에는 이미, '우리 집에는 이미 힘든 문제가 하나 있어. 그러니까 나는 이 집안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돼.'라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그래서 형제자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생겨도 '괜찮은 척', 즉 회피적 대처를 하게 돼요.
하늘이가 놀잇감을 빼앗겨도 "전 화 안 나요. 안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것도, 감정 자체를 부정(denial)하는 방어 기제를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오히려 실제 감정과는 반대로, 괜찮은 척 웃는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의 방어 기제를 내보일 수도 있어요. 6살 어린이가 놀잇감을 빼앗겼는데, 어떻게 화가 나지 않고 속상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감정을 회피하고, 괜찮은 척을 하는 게 6살 어린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각해 낸 가장 좋은 방법인 거지요.
그래서 비장애 자녀들에게는 이른 시기부터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요. 그리고 형제자매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수용해 주고, 그 감정에 대한 설명을 해 줄 사람도 필요해요. 그 역할을 바로 엄마, 아빠 같은 보호자들이 해 주어야 해요.
오늘은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어린 시기부터 형제자매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떤 정서를 가지게 되는지, 그래서 형제자매에 대한 설명이 왜 이른 시기부터 필요한지를 다뤄 보았어요. 하지만 많은 보호자 분들은 "선생님, 그래서 어떻게 설명해 주어야 하나요? 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걸, 아이한테는 뭐라고 설명을 하지요?"라고 물으세요. 다음 주에는, '비장애 자녀에게 장애 설명하기'를 주제로 조금 더 심화된 내용을 들고 올게요.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