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사가 바라본 비장애형제자매 별님이⭐️

유아특수교사가 바라본 비장애형제자매 별님이⭐️

작성자 레몬자몽

어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

유아특수교사가 바라본 비장애형제자매 별님이⭐️

레몬자몽
레몬자몽
@lem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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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유아특수교사로서 현장에서 일하면, 특수 유아들도 많이 만나지만 그 형제자매들도 종종 만나요.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둔 이 아이들을 비공식적인 영어 표현으로는 ‘Glass Children’이라고 해요. 정말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비장애형제자매들은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도 쉽고, 내면이 상처받기도 쉽기 때문이에요. 오늘 글은 제가 유아특수교사로서 만났던 한 어린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예요.

이 글을 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를 모두 둔 보호자들이 볼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비장애 자녀가 어린 시절에 자신의 형제자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뭐라고 말하는지, 형제자매가 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주기 위한 글이기 때문이에요. 보호자들이 비장애 자녀의 입장을 헤아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발달지체 오빠가 있는 별님이 이야기 ⭐️

‘뭐 그런 걸로 우나?’ 싶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장애 형제자매 위주로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그래서 이미 보호자의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와, 그 욕구가 채워지지 못해 생기는 서운함이 한껏 가득 차 있어요. 아직 어리기에 그 부정적인 감정을 건강하게 배출하는 방법도 몰라요. 그 서운함이 조금만 건드려져도 금방 흘러넘치는 거예요.

유아기는 발달 특성상 자신의 필요에 가장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욕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비장애형제자매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형제자매의 필요’, ‘형제자매의 욕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어요.



부모의 눈에는 비장애 자녀가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아요. 그리고 나중에 그 부모가 그렇게 한 것을 후회할 거라는 것도 알아요.

‘이 아이한테도 똑같이 애정을 쏟아주었어야 하는데. 똑같이 시간을 할애했어야 하는데.’
몇 년 뒤에 고개를 돌려보면, 저만치 뒤에 남겨진 비장애 자녀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올 거예요.

하지만 그건 장애 자녀가 있는 모든 가족이 겪는 일이에요. 어쩔 수 없어요. 부모에게는 이미 시간과 노력이 몇 배로 들어가는 자녀 한 명이 있기에, 다른 자녀는 그만큼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거예요.

비장애형제자매들에게도 이른 시기부터 지원이 필요한 이유예요.


제가 유아특수교사 하기를 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어요. 특수 유아가 성장했을 때에도 뿌듯하고, 보호자들께서 연수가 유익했다고 말씀해 주실 때에도 뿌듯해요. 하지만 가장 뿌듯할 때는, 유아기 비장애형제자매들을 다독여 줄 수 있을 때예요.

👩‍🏫: 별님아, 오빠 때문에 속상한 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와서 다 얘기해.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별님이 편이야.

몇 번 이렇게 이야기한 뒤로, 별님이는 저만 보면 "김민아 선생님!" 하고 부르며 달려와서 폭 안겨요.

그리고 가끔, 오빠 때문에 서운하거나 속상했던 일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해요.

👩‍🏫: 그랬구나. 너무 속상했겠다. 선생님이 엄마한테, '별님이하고도 단둘이 많이 놀아주세요' 하고 얘기해 줄까?

그러면 별님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여요.

그리고는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놀잇감을 찾으러 가요.

마치 제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아요.
‘나도 어렸을 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늘 있나 봐요.
아니, 분명 있었겠지만 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어쩌면 제 안에 미처 자라지 못한 내면 아이를 스스로 다독이는 느낌이 나서 뿌듯해하는지도 몰라요.

지금 제가 만나는 이 아이들이라도, 비장애형제자매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혼란이나 외로움을 최대한 덜 겪게 하고 싶어요.
내 형제자매의 ‘다름’을 느끼면,
‘이해가 안 돼요. 내 형제자매는 왜 그래요? 설명해 주세요.’라고 쪼르르 와서 물어볼 사람이 있기를.
때로는 ‘왜 내가 양보해야 돼요?’라고 투정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기를.

그 사람이 제가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대표 이미지 출처: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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