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포에버

작성자 햄최몇

하루종일 먹을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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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jonghy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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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최몇. 햄버거를 최대 몇개 먹을 수 있냐는 질문의 밈이 생각난다. 햄버거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햄버거다. 누구는 컵라면이나 김밥 같은 분식류를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나는 은근히 건강과 영양소의 균형을 생각하는 편이다. 나 같은 건강파에게 가장 적절한 혼밥 메뉴는 햄버거가 맞다. 탄단지의 균형이 가장 완벽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문장에 대한 답을 하고 넘어가야 겠다. 나는 롯데리아 기준으로 4개 까지는 먹을 수 있다. ​

햄버거가 건강한 음식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 햄버거가 패스트푸드 카테고리에 있어서 그렇지 따지고 보면 정말 균형있고 건강한 한 끼가 맞다. 하지만 햄버거와 곁들여 먹는 프렌치 프라이 때문에 햄버거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프렌치 프라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닌다. 햄버거를 먹는데 프렌치 프라이를 먹지 않는 것은 쌀국수에 고수가 없는 것과 같고 얼음 없는 콜라를 마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햄버거가 아닌 프렌치 프라이에 대해 말하고 싶다. 아니 사실은 프렌치 프라이 맛을 완성시키는 케첩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햄버거는 프렌치 프라이가 완성시키지만 프렌치 프라이는 케첩이 완성시킨다. 케첩 없는 프렌치 프라이는 정말 상상할 수 도 없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한국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들 마다 케첩 맛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케첩 맛이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 하는 의문도 생겼다. 그래서 직접 비교해보기로 했다. 대표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 롯데리아, 맘스터치, 버거킹의 케첩들을 말이다.

오래 전 부터 나는 버거킹의 케첩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가 느낀 그 감정을 한번 심도있게 분석해보기로 했다. 네 브랜드의 케첩을 모은다는 핑계로 일주일 동안 햄버거를 많이도 먹었다. 꽤 나쁘지 않은 날들이었다. 그렇게 모든 케첩을 모으고 보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케첩의 제조원이 오뚜기 였던 것이다. 결국 오뚜기가 만들어 놓은 토마토 원액을 가지고 각자의 레시피로 다르게 케첩을 만든것 이었다. 그렇다면 원액을 제공하는 오뚜기 케첩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서 나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본 오뚜기 케첩까지 참전 시켜 케첩 대전의 대진을 완성 시켰다.

모든 케첩을 모아 비교를 시작했다. 케첩을 각 그릇에 짜놓고 보니 생각보다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우선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농도였다. 버거킹의 경우는 케첩을 짤 때 부터 약간 묽은 느낌이 났는데 다른 케첩들과 비교해 보니 여김없이 가장 묽은게 느껴졌다. 반면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케첩은 생각보다 그 농도가 짙었다. 나는 농도의 묽은 정도가 당연히 맛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단지 맛의 비교 보다는 좀 더 정확하고 분석적인 비교를 원했기에 각 케첩의 농도는 중요한 체크 포인트였다.

그리고 각 케첩마다 그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케첩을 단독으로 먹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 아무것도 찍지 않은 케첩 본연의 맛을 느꼈다. 그리고 햄버거 케첩의 본연의 목적은 프렌치 프라이의 맛을 완성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프렌치 프라이를 찍어서 그 맛을 느끼기도 했다. 실험 대상이 된 프렌치 프라이는 맥도날드의 것 이었다. 프렌치 프라이는 맥도날드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험 없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케첩의 맛을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했다. 가장 대표적인 맛은 토마토 맛, 그리고 단맛, 신맛 이렇게 세가지다. 이 외에 여러 맛이 당연히 있겠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인 내가 느낄 수 있는 맛은 이 세 개뿐이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케첩은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닌 나 같은 일반인들을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맛으로 이 세 가지를 꼽은 것에 아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케첩을 비교할 수 있는 분석의 척도는 총 4개로 구성된다. 농도, 토마토맛, 단맛, 신맛. 그리고 나는 그 정도를 상대적으로 평가해 1부터 5까지의 정도로 비교했다. 그리고 아래는 그 분석 결과이다.

1) 맥도날드 : 신맛 3점 / 단맛 1점 / 토마토맛 4점 / 농도 4점

2) 버거킹 : 신맛 1점 / 단맛 5점 / 토마토맛 2점 / 농도 1점

3) 롯데리아 : 신맛 3점 / 단맛 3점 / 토마토맛 3점 / 농도 5점

4) 맘스터치 : 신맛 4점 / 단맛 4점 / 토마토맛 3점 / 농도 3점

5) 오뚜기 케첩 : 신맛 2점 / 단맛 4점 / 토마토맛 3점 / 농도 2점

이렇게 점수로만 보면 어떤 케첩이 가장 맛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왜 버거킹의 케첩이 가장 맛있다고 느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가장 달았기 때문이다. 버거킹의 점수를 보면 다른 것들에 비해 유독 단맛의 점수가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맘스터치와 오리지널 오뚜기 케첩의 단맛도 꽤 높은 편이긴 하지만 다른 맛들과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어 '달다' 라는 생각이 확 오지는 않았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의 경우는 모든 척도가 균형을 지키고 있지만 가장 두드러 지는 특징은 토마토맛이 깊고 농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농도와 토마토맛이 왜 비례할까? 제품의 성분표를 보니 쉽게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농도의 차이는 곧 토마토 페이스토의 함량 차이 였다. 맥도날드는 35%, 버거킹은 27%, 롯데리아는 43.8%, 그리고 맘스터치는 35%였다. 토마토 페이스토의 함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원액의 양이 많다는 소리이고 더욱 진한 토마토 맛이 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마토 페이스토의 함량이 높을수록 케첩에서 토마토 맛은 많이 났다. 농도도 더욱 짙어지고. 그런데 토마토 케첩이 당연히 토마토 맛이 많이 나야 맛있는 것이 아닌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근데 왜 단 맛이 나는 버거킹이 더 맛있게 느꼈을까.  

이유는 하나다. 햄버거 케첩의 용도는 프렌치 프라이를 찍어먹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케첩을 그냥 생으로 먹었을 때보다 프렌치 프라이를 찍어서 먹었을 때 그 맛의 차이는 확연히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프렌치 프라이는 살짝 짜다. 감자를 아무 간도 없이 그냥 튀기기만 한다면 간도 되어 있지 않아 먹기 곤욕스럽고 퍽퍽해서 많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좀 짜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단 케첩을 만났을 때 그 맛의 조합이 훨씬 좋게 느껴지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단짠 단짠의 조합이라고 해야할까?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 오뚜기 케첩은 좀 더 범용에 가까운 케첩 맛이다. 당연히 프렌치 프라이와의 조합에서는 큰 시너지를 발현하지 못한다. 그런 맥락에서 버거킹의 단 케첩이 가장 맛있었다.

그리고 프렌치 프라이와의 조합에서 케첩의 농도가 굉장히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도가 짙을수록 프렌치 프라이를 찍을 때 고루 묻지 않고 내가 찍은 방향으로만 많이 묻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서 농도가 꽤 묽은 버거킹의 케첩은 생각보다 고루 묻었다. 왜냐면 그 케첩은 거의 물처럼 무르기 때문이다. 고루 묻은 케첩은 프렌치 프라이의 맛을 해치지 않고 알맞게 조화 된다. 농도를 따져봐도 버거킹의 무른 케첩이 가장 맛있다는 결론이었다.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던 단순한 생각이 어느정도 분석적인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되는 것 같았다. 이걸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이라고 하는 것일까. 역시 돼지의 혀는 감이 좋은 법이다.

버거킹의 케첩이 가장 맛있다는 것으로 이 실험의 결론을 낸다. 하지만 이는 오직 프렌치 프라이를 위한 용도로 한정한다. 사실 햄버거 케첩을 그 외의 다른 용도로 쓰지는 않으니 가장 맛있는 케첩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각자의 취향은 당연히 있겠으나 여러 맥락으로 따져 보았을 때 내 결론은 그렇다. 하지만 혹시 누가 이런 실험을 또 하겠다고 한다면 먼저 한 사람으로써 뜯어 말리고 싶다. 왜냐하면 케첩 때문에 맥도날드의 상하이 스파이스 버거나 롯데리아의 새우버거, 맘스터치의 싸이버거를 안 먹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햄버거는 맛있다. 케첩의 끝에서 외친다. 햄버거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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