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SNS, 물건을 팔지 않아야 팔립니다.

작성자 르코

3세대 SNS, 물건을 팔지 않아야 팔립니다.

르코
르코
@lecor
읽음 202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1. 지하철 1호선을 타면 목적지까지 가려는 분들 사이에 어김없이 큰 목소리로 물건을 파는 분들이 계십니다. 시장이 아닌 이유로 장사 행위에 눈살이 찌푸려 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러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종이를 무릎 위에 던져두고 선의에 호소를 시작합니다. 생계와 법규의 힘겨루기가 한창인 지하철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2. SNS에서 활동하는 CEO, 지식인,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는 종종 자신의 제품을 게시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곤 합니다. 수위는 제 각각입니다. 대놓고 사진과 구매링크를 올리기도 하고 눈치껏 퍼널을 만들어 구매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문제없습니다. 선택이죠. 근데 잘 팔리나요?

3. SNS는 지하철 1호선입니다. 제각각의 목적을 가진 51억 명이 하루 평균 2시간 반 탑승한 채 도파민 주행을 합니다. SNS는 20년 전 1)양뱡향 소통의 도구로 시작했지만 트래픽이 커지자 2)기업의 광고판이 되었고 3)24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일방향의 콘텐츠 미디어로 자리매김한 모양새입니다. 릴스는 7초짜리 넷플릭스, 스레드는 30초짜리 자기계발서, 링크드인은 1분짜리 비즈니스 뉴스페이퍼죠.

4. 그러니까 3세대 SNS는 콘텐츠 시대를 의미합니다. 플레이어는 좋은 콘텐츠를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영향력을 자본삼아 수익창출과 자아실현으로 나아갑니다. 3세대 SNS 게임의 룰은 이것, “물건을 팔지 않아야 팔린다”.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명제 하나를 제안해 보겠습니다.

5. “제품(또는 브랜드)은 주체가 아니라 매체다.”

6. 집안을 둘러보세요. 필요한 건 다 있습니다. 오늘날 기업은, 없는 쓸모를 만들기 위해 분주하거나 아주 조금 더 편한 제품을 팔기 위해 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필요Needs의 시대에는 제품이 주체입니다. 컴퓨터를 사고 핸드폰을 사야 사회 생활을 할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새로나온 아이폰 16을 사지 않아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습니다. 오늘날 고객은 의미소비로 돌아섰습니다. 내 소비의 총합이 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가치관인 것이죠.

7. 저는 최재천 교수님을 좋아합니다. 유튜브 애청자로서 무료로 풀리는 그의 지식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따금 나오는 책이나 강의를 구매하지만 늘 아쉽습니다. 더 많은 가치(제품)를 팔았으면 좋겠는데 비즈니스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셔서 속상할 정도입니다. 저는 그를 통해 진화생물학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최근에 제시한 인간 사회의 비전인 “호모 심비우스”에 크게 공감하여 내 삶의 철학에 녹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8. "최재천"은 나와 목표 사이를 잇기 위해 선택한 매체입니다. 저는 이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하려고 구독/좋아요/알림/시청/구매를 잊지 않습니다. 이처럼 SNS나 온라인에서는 더이상 물건을 파는 대신 고객이 목적지로 나아가는데 기여할 매체를 팔아야 합니다. 그래야 물건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9. 팔리는 매체는 3가지를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서사Narrative입니다. 남들과 구별되는가? 그리고 매력적인가? 이 두가지 질문에 답을 제시하세요. 둘째, 권위Authority입니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에 답을 제시하세요. 셋째, 비전Vision입니다. 공감할수 있는가?에 답을 제시하세요.

10. 서사는 당신(매체)이 발견되도록 할 것이고, 권위는 가치를 만들 것이고, 비전은 연결되도록 할 것입니다. 구체성을 더해볼까요. 발견은 보게Views 하고, 가치는 좋아하게Likes 하고, 비전은 따르게Follow 합니다. 최재천 교수의 구별되는 매력적 서사를 발견했고 그의 통섭적 지식이 가진 권위(전문성)를 좋아하며 호모심비우스의 비전에 공감하여 지속적으로 팔로우합니다. 제품 구매는 그의 활동이 부디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자 응원일 뿐입니다.

11. 자 이제, 노션을 펼쳐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됐는지(서사),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권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지(비전)에 대해 5,000 자 내외의 롱폼 아티클 세 편을 작성해 보세요. 서사편, 권위편, 비전편으로 나눠도 좋고 세 가지가 적절히 믹스된 글을 3가지 주제로 적어도 좋습니다. 이것이 구글 검색에 평생 걸리게 될 “당신이라는 매체의 상세페이지”입니다. 그리고 이 1만 5천 자 기반에서 모든 콘텐츠와 제품이 출발합니다.

12. 급하더라도 물건 팔지말고 서사, 권위, 비전을 먼저 빌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