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자≠리더’를 뜻하는 옛말은?
작성자 리더스포텐
리더다움이 필요한 리더
‘고성과자≠리더’를 뜻하는 옛말은?

고성과자가 반드시 유능한 리더가 되지 않는다.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하소연 중 상당수는 인간관계와 관련 있습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일보다 사람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자연현상을 지혜롭게 다스려달라고 맡기는 직책이 ‘리더’입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로 잘 나가던 사람, 마케터로 날리던 사람 등 유능한 사람이라면 리더가 되어서도 당연히 잘할 것이라고 믿는 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불과할 뿐입니다. 리더가 다스려야 하는 인간적 자연현상은 그들에게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총체적 난국’이 될 겁니다. 100이면 99는요.
옛사람들은 리더의 자질은 고성과자의 자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즐겨 쓰게 된 말이 바로 ‘재승박덕(才勝薄德)’입니다. 재주[才]는 뛰어나나[勝] 덕[德]이 엷다[薄], 덕이 얄팍하다는 뜻이죠. 검색해 보면 덕을 ‘인품’이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 물론 인품도 어느 정도 포함됩니다만, 인품이 좋아 보이는 사람 즉 ‘착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꼭 잘하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덕은 인품이라기보다는 리더다움을 가리킵니다. 리더십과 동의어로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인품에서 결격사유가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단순히 인품이라고 퉁치기에는 부족한 더 구체적인 능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덕’이 있게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공(公)’과 ‘관(寬)’입니다.
선공후사(先公後私)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의 능력
공은 사사로운 이해관계보다 공적인 문제와 책무를 늘 우선하는 자세입니다. 여기서 리더의 실무는 결국 공사(公私)구별 문제로 귀결됩니다. 팀원들은 모두 다 자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어하며 손해 보기를 싫어합니다. 그러나 조직 전체 관점으로 봤을 때, 누군가는 양보하고 희생하고 참고 기다려 주어야 할 일이 늘 생기게 마련이죠. 이럴 때 구성원들이 기꺼이 선공후사(先公後私), ‘공’을 먼저 하고 ‘사’를 나중에 하는 분위기가 되도록 이끌 수 있는가가 바로 리더의 능력입니다.
자신이 먼저 공사구별에 철저해야 하고, 이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원칙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MZ세대 상징어가 되어버린 “이걸요?”, “제가요?”, “왜요?”가 어디선가 터져 나올 때마다 ‘원래 이기적이고 무개념한 MZ니까’ 그러려니 하고 체념 상태에 빠질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터에서 ‘공’이란 무엇인지, ‘공’을 위해서 어떻게 협력하고 함께 맞추어 가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소통을 쉬지 않고 노력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회사의 목표와 그에 따른 팀의 목표가 ‘공’이니 그와 배치되는 ‘사’는 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오류는 없어야겠죠. 원래 모든 인간은 ‘사’가 디폴트입니다. ‘사’가 없다는 사람이 정말로 있다면 위선이지요. ‘사’를 중요하게 돌보고 앞세워도 될 때가 있고 그러면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기준을 받아들여 남들이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지킬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 기준과 원칙의 수호자이자 모범이 되어야 하는 존재는 단연 리더입니다. 리더가 여기서 허점을 보이면 조직은 보이지 않게 스멀스멀 점차 무너지고 기강을 잃게 됩니다. 실망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사’를 찾아 마음도 떠나고 몸도 떠나게 될 테니까요.
밑에서 일하기 편한 리더
‘공’과 함께 꼭 필요한 것이 ‘관’입니다. 공자는 이것이 없으면 리더로서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단언했을 정도로 ‘관’을 중시했습니다. ‘관’은 그릇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릇이 클수록, 더 많이 담을 수 있습니다. 사람을 그만큼 많이 얻는다, 사람 마음이 그만큼 그에게 쏠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공자는 그런 리더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게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묘사합니다. 각자 자기 그릇에 맞는 일을 하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적재적소’입니다. 각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직에서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도록 인사(人事)를 다루는 리더가 바로 ‘한 사람에게 모든 게 갖추어져 있기를 요구하지 않는’ 리더입니다. 그런 리더 밑에서는 일을 하기가 편합니다.
이와 반대인 리더를 공자는 ‘구비(求備)’라고 표현했는데요, 한 사람에게 모든 게 완비되기를 요구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리더는 기본적으로 그릇 자체가 작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릇이 작으니, 마음이 맞는 소수하고만 일하게 되고, 이게 곧 패거리가 됩니다. 줄 잘 서서 행복한 것도 잠시입니다. 갖고 있는 인재풀이 적으니, 그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일을 처리하다 보면 한 사람이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 무척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게 바로 한 사람에게 다양한 능력이 완비되어야 하는 상황이죠.
오래가는 조직을 만드는 군자형 리더
‘공’과 ‘관’이 없거나 희미한 경우, 사내 정치가 생겨나고 권모술수가 통하는 조직문화가 되어버릴 위험이 큽니다. 조직이 누군가에게 사유화되어 그들의 생존과 이익만을 위해 돌아가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괜찮은 인재들은 떠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게 됩니다. 특히 상위 리더십으로 갈수록 ‘사’보다 ‘공’을 우선하고 ‘관’이 뛰어난 ‘군자’형 리더가 포진하고 있어야만 이런 총체적 난국을 예방하는 게 가능합니다.
공자는 ‘공’과 ‘관’이 뛰어난 군자형 리더는 ‘화이부동(和而不同)’, 화합하지만 같아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면 양보하고 배려하며 화합합니다. 그러나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동조하면서 편들며 휩쓸리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 반대는 ‘동이불화(同而不和·똑같이 굴면서 화합하지는 않는다)’임은 쉽게 알 수 있지요. 소인형 리더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100% 만족하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각자 불만스럽게 여기는 지점도 다를 겁니다. 그런 불균형이 원래 있는 자연현상이나 마찬가지임을 받아들이고, 구성원들이 ‘공’을 향해 열정을 느끼고 함께 성과를 만들어 가는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려면, 리더에게는 ‘공’과 ‘관’이 기본 탑재되어 있어야 하고 항상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메시지로, 실제 변화가 체감되는 인사로, 평가와 보상 원칙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