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왜 반대하는 걸까?
작성자 라라스윗
시사 Re:BOOT
늘봄학교, 왜 반대하는 걸까?
늘봄학교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
늘봄학교에 대한 비판 의견을 단순화하면 ‘교사에게 돌봄을 떠넘긴다’라는 거예요. 찬성 의견은 ‘학교가 맡아주지 않으면 (맞벌이 등 때문에)아이 낳기도, 키우기도 힘들다’는 거고요.
🙅 반대측 입장
비판 의견은 주로 교원단체나 노동단체들이 내요. (1) 돌봄 인력도 확보해주지 않고 (2) 교내에 공간도 추가 확보하기 어렵고 (3) 돌봄 과정의 책임은 학교에 전가되고 (4) 교육에 필요한 예산이 돌봄에 나뉘어 쓰이고 (5) 그럼에도 정부는 선심쓰듯 정책만 밀어붙인다는 이유를 들어요. (반대측 입장의 칼럼)
🙆 찬성측 입장
찬성 의견을 내는 쪽은 특정하기 어려워요. 다만 육아하는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1) 요즘 시대 맞벌이 아니면 키우기도 힘든데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고 (2) 그래서 유아기부터 어린이집, 태권도장 등 결국 자녀를 돌봐주는 형태의 산업이 만들어져 있어 엄청난 ‘돈’이 든다는 이유가 있고요.
🇰🇷 정부의 입장
저출생을 타파하고픈 정부는 아이가 있는 가정들을 보며 이런 고민을 하게 돼요. ‘이렇게 시간과 돈이 없어서 아이를 안 낳으면 어떡해?’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요. 그중 교육계에 한정해 최근 굵직했던 정책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정부는 왜 늘봄학교를 확대할까?
학제개편 👶 = 학령기 연령을 6세에서 5세로 낮춰서 아이를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시키자(2022)
늘봄학교 👨🏫 = 학교에서 아이를 늦게까지 맡아주는 걸 확대하자(현재)
뜬금없지만 학제 개편부터 볼까요? 학제개편은 (1) 교육 격차 해소 (2) 청년층이 노동 시장 진입하는 나이를 앞당기기 (3) 영유아 단계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구간을 늘리자는 목적으로 발표됐어요. 결과는 참담했어요. 학부모와 교사를 막론하고 엄청난 여론 반발로 무산됐거든요. 결국 교육부장관(겸 사회부총리)이 사퇴할 정도였고요. (학제개편 관련 칼럼)
여기선 교사의 반대 입장을 이해하긴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학부모들은 왜 반대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소위 ‘학원 뺑뺑이’로 불리는 사교육을 더 일찍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주 이유였어요. 돌봄이 필요한 저학년 초등생의 방과 후 코스를 간추리면 '돌봄교실 -> 방과후학교 -> 학원'으로 볼 수 있는데요. 앞선 두 프로그램도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가 우선이라 신청도 경쟁이었기 때문.
결국 아이들은(그리고 학부모들은) 1년 빨리 사교육으로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큰데요. 돈은 돈대로 들고, 교육 격차 해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거죠. 게다가 돌봄교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조사가 있는 반면, 막상 공교육에 기대하는 바가 낮아 교육 현장에선 외면받는 정책(링크 내 4-2 '수요의 문제' 참조)이었다는 견해도 있었어요. (🤦: 아이들의 발달 형성에도 안좋다고..)
정부는 다시 생각에 잠겨요.
😉: OK, 우린 일단 저출생이 시급하니 학부모의 어려움을 해결해 보자!
그렇게 대두된 해결책이 늘봄학교예요. 늘봄학교는 기존 프로그램인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단일 프로그램이에요. 게다가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를 우선하지 않고 희망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됐어요. 학부모 측의 페인 포인트를 해소했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교사, 학교 입장은 잘 고려되지 않았어요. 정책 시행을 위해 제대로된 지원도 없고, 많은 부분을 현장에 의존한다는 게 교원단체들의 반응이에요. 현장에선 인력과 여건 때문에 고민에 빠져있는데 정부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돌봄(그리고 노동) 문제를 대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저출생과 학제개편, 사교육 시장을 엮어 보니 늘봄학교가 어떤 맥락에서 갈등을 빚는지 조금 더 잘 보일 거예요. 결국 본질은 ‘학령기 아이에 대한 돌봄의 영역은 어디고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의 문제인 것. 더 크게 넓히면 우리 사회에 돌봄이 필요한 이들(앞으로 더 늘어날 고령자 등)에 대한 문제랑도 연결되어 있고요.
돌봄에 관해 생각해야 할 때
교사가 아닌 대중은 이렇게 생각하기 쉬울 것 같아요.
🤨: “교사가 돼갖고 말야, 책임감 없이 반대하는 게 말이 돼?”
(🫨: 저도 교사 아니에요! 자녀도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돌보느냐 만큼 ‘누가’ 돌보느냐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어요. 위에서 계속 한 말 같은데 뭐가 다른지 얘기해 보자면, 두구두구...
결국 돌봄 노동의 본질을 이야기해야 해요. 돌봄은 사회 유지, 다소 학술적 용어로는 ‘재생산’을 위해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이에요. 그런데 그간 돌봄은 제대로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마치 주부의 가사노동처럼요.
즉 보육, 간호・간병, 요양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노동자성이 부여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도 지급되지 못했다는 진보적 견해가 있어요. (1) 비숙련직이라는 사회적 인식 (2) 열악한 처우와 환경 때문에 사실상 이 분야의 주 종사자는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 저소득층이었어요. 관점에 따라서는 이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지만 값을 잘 쳐주지 않는 일을 사회적 약자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교사면 당연히 해야 해’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려워요. 모든 정책이 그렇지만 돌봄 노동 역시 이해관계의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고, 때에 따라선 근본적 변화를 추구해야 할 수도 있죠.
게다가 늘봄교실의 확대가 정부의 의도처럼 (1) 정말로 학부모의 육아 부담을 줄여 (2) 저출생 해결에 기여하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어요. ‘육아 휴직을 정확히 보장하고 확대하는 방안’이나, '주 4일제' 같은 정책이 더 뾰족한 대안이 될 수도 있죠. 그것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국가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면 적어도 경쟁적 사회 분위기라도 누그러뜨리는 게 본질적인 접근일 수도 있고요.
정답은 아직 없어요 찾아야 해요
이런 경구가 있죠.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학령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사회의 역할이자 국가적 과제예요. 차별적인 노동 시장 구조를 타파하는 것도 국가적 과제고요. 한편 ‘유보통합(=보육과 교육을 합치는 일)’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이슈도 국가가 해결할 중요한 과제예요. 지난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어떤 정부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이 요원해 보이기만 하는 일이에요.
하지만 모든 사회 갈등이 그렇듯, 일단은 논의의 장으로 끌고 나오는 게 첫 번째인 것 같아요. 꼭 학부모 vs. 교사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볼 필요도 없고요. 위에 언급했듯 이것은 '온 마을의 일'이니까요. 이해당사자든 아니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갖고, 뉴닉에서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라요! 🙏
+ 돌봄 문제나 늘봄학교에 관심이 생겼다면 유보통합에 대해서도 꼭 찾아보길 바라요. 연금개혁, 노동개혁과 함께 우리나라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문제예요. 나중에 다뤄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