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집은 어디인가요?: 서도호 전시 후기

여러분의 집은 어디인가요?: 서도호 전시 후기

작성자 라이아

여러분의 집은 어디인가요?: 서도호 전시 후기

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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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a_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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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집은 어디인가요?

앗! 저는 여러분의 거주지를 묻는 게 아닙니다.

'완벽한' 집은 무엇이고, 또 '어디'에 있을까요?

서도호 작가는 본인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집니다.

장소: 아트선재센터 전관

전시기간: 2024. 08. 17(토) ~ 11. 03(일)

관람시간 : 화 - 일요일 12:00 ~ 19:00

(매주 월요일, 추석연휴 휴관)

입장권 : 25-64세: 10,000원

19-24세: 7,000원

9-18세: 5,000원


저는 개인적으로 서도호 작가를 정말 좋아합니다. 학교에서 교양 수업을 들을 때 서도호 작가의 작품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어요. 이번 전시에서 제가 발표했던 공공미술 작품의 미니어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품고 전시장에 방문 했습니다.

서도호의 삶과 세상에 관한 성찰, 불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을 사유의 전략으로 삼아 작가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시간, 공간, 기억, 움직임의 주제를 재구성하며 대안 세계에서 가능한 것들을 탐구합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제 마음에 더 와닿았던 작품들 위주로 후기를 남겨보려해요.

완벽한 집 S.O.S.(Smallest Occupiable Shelter,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작은 대피소), 2024 프로토타입

구명복을 대피소라고 지칭하는 게 흥미롭지 않나요? 이 구명복은 일주일 간 북극해의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구명복의 형태를 구상했습니다.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고, 코오롱 스포츠의 라이프테크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안한 연구 과정의 일부라고 해요. 완성된 결과물은 내년에 선보인다고 합니다.

다리를 놓는 집, 리버풀, 2010
다리를 놓는 집: 모형 1(1/16 스케일), 2015

이전에 교양 수업에서 이 작품에 대해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미니어처로 접하니 새롭게 다가왔어요. 이 미니어처는 건물의 본래 색을 제거하고 백색으로 표현하며, 문화적 차이를 둘러싼 새로운 추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연결하는 집, 런던 (1/125 스케일), 2024

런던 시내 육교 위에 설치되었던 연결하는 집. 무채색의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색깔로 표현된 미니어처. 멀리서 봤을 때 건물 모형만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야만 육교 위 모형이 보이는 게 재미있었어요. 앞선 다리를 놓는 집처럼, 이 작품 역시 서도호 작가가 외국에 이주하며 느낀 다양한 감정을 담았습니다.

공인들(1/6 스케일), 2024
공인들(1/6 스케일), 2024

<공인들>은 서도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기념비의 인물을 끌어내려 좌대 밑에 위치시키고 한 명의 영웅이 아닌, 크기를 줄인 익명의 다수를 배치했습니다. 동상 없는 동상대라... 정말 참신한 것 같아요. 사람들 각각의 표정과 생김새가 달라서 신기했어요. 이 미니어처의 본 작품은 올해 5월부터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국립아시아미술관 앞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별똥별(1/23 스케일), 2024
별똥별(1/23 스케일), 2024

공공미술 과제를 위해 발표를 준비할 때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별똥별. 이 작품은 2012년도에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실제로 설치됐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 보이는 이 구조물은 내부 바닥은 공대 1빌딩 옥상의 지면으로부터 5도, 집 자체는 10도 기울여져 있습니다.

별똥별(1/23 스케일), 2024

단순히 집 모양을 흉내 낸 구조물이 아니고, 실제로 시속 100마하의 바람도 견딜 수 있으며 캘리포니아 주의 지진 건축 법규도 따랐다고 해요. 이 미니어처 바로 옆에서는 별똥별 관련 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준비 과정부터 설치까지 다룬 50분 가량의 영상입니다.

영상을 보고 공공미술 전시 비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공공미술 작품을 배우고 과제까지 하면서 왜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공공미술 설치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비밀의 정원, 2012
비밀의 정원, 2012

서도호는 별똥별 설치물이 실현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하여 '비밀의 정원'이라는 작품도 제안했습니다. 비밀의 정원은 서도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정원을 18륜 트럭의 화물칸에 실은 작품입니다.

비밀의 정원, 2012

이 트럭 위의 정원에는 실제 한국 자생 식물을 식재할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비밀의 정원, 2012

옵티머스 프라임을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미니어처가 정교해서 더욱 실감났어요.

나의 집/들 (1/30 스케일), 2024


이 두 설치물은 서도호가 이전에 살았던 모든 주거지와 스튜디오를 축소하여 건축 모형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색감을 정말 잘 쓰는 것 같아요. 건물의 색깔들이 정말 조화롭습니다. 두 작품을 합치면 딱 맞게 들어맞을지, 궁금해졌어요.

향수병(1/80 스케일), 2024
향수병(1/80 스케일), 2024

<향수병>은 폐허가 된 건물의 단면을 작은 3D 모형의 형태로 구현한 작품입니다. 유리 케이스가 계속 흔들리며, 물이 마치 파도 같이 움직입니다. 가구, 장난감 등이 작은 소품으로 만들어져서 떠다녀요. 폐허가 된 건물이 정말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강제로 바다를 건너야 하는 이들의 고통을 묘사했다고 해요. 떠밀려와서 부서진 것 같은 집에 아픈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 사진은 제가 직접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