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권해효가 말하는 좋은 영화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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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갓캐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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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re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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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Q. 좋은 영화의 조건은 뭘까요?

권해효 A. 그건 너무 간단합니다. 10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요. 소위 말해서 연기자들의 의상이나 헤어조차 훗날에 종합예술로서 받아들여진다면 좋은 영화겠죠. 트렌드는 흔하지만 스타일은 귀하니까요. 특히 한국에서 스타일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게 잘 유지되면 제월이 지나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아요. 누가 <타짜>를 보면서 촌스럽다고 생각하나요?

💡 인사이트의 발견

촌스럽다는 것은 생활 행동 양식과 스타일의 구성, 레이아웃과 화법과 어법이 더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 이미 많이 소비되어서 더이상 소비 의사가 없다는 것. 낡아서 세련되지 않다는 것.

한번은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지만 두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 촌스럽다는 것은 비주얼 측면이나 의식적인 측면에서 모두 발동되는 것. 트렌드를 답습하거나 자기 체화 과정 없이 구현된 창작/지적 결과물이 도착하는 곳.

새로운 요소의 연결, 과감한 시도로의 결단, 사람과 사물에 내면에 접근하는 도킹 능력, 시대 흐름에 대한 고찰,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가치 기준, 확고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없다면 결국 '스타일의 영역'에 다다를 수 없다.

📎 권해효가 말하는 최고의 연기란?

가장 최고의 연기는 단순한 연기이고 그걸 해내려면 용기가 필요하죠.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기대부터 다 던져버려야 해요. 이자벨 위페르가 그런 순간을 많이 보여줘요. 어떤 연기를 해야겠다는 의식 없이 받아들인 일을 그저 해치워버리죠. 거기서 오는 단순함의 미학이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첫 소설을 쓰고 엉망이라 생각해서 다 폐기했다죠. 나중에 그 글을 영어로 번역하고 그걸 다시 일본어로 재번역하면서 문장의 단순함이 갖고 잇는 힘을 살렸고요. 스스로가 만족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2시간 짜리 연극을 한 달 동안 하다보면 저 자신이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몇 분 안돼요. 그런데 몸이 안 좋을 때 하는 공연들은 대부분 정말 좋아요. 그럴 땐 목표가 확실하거든요. 이 안 나오는 목소리를 쥐어짜 최선을 다해 들려주는 것.

내용, 이미지 모두 [하퍼스 바자 2024년 8월호] 중에서 / 에디터: 손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