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날이 생생해요."

"8살 때였어요. 어른들의 손에 붙잡혀 엄청난 피를 흘렸어요. 저는 울며 불며 아프다 소리 쳤고, 가족들은 '조금만 참으면 괜찮을거야.', '할머니가 이따가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잔뜩 해줄게.'라며 우는 저를 달랬어요. 지옥과도 같던 할례가 끝나고, 저는 그 후로 5일을 앓았어요. 부모님과 어른들은 아파 우는 제게 진정한 여자가 되었다며 축하했어요." - 여성할례 생존자 하디자 씨(영상으로 보기)

🔴여성 성기 절제술, 여성할례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는 의료적 목적 없이 여성의 생식기를 절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예요. 대부분 아이가 15세가 되기 전에, 마취제나 수술용 칼 등 제대로 된 의료 도구도 없이 행해져요. 여자 아이에 대한 끔찍한 인권 침해이자 명백한 학대 행위죠.

할례 시술 시 여자 아이는 엄청난 고통과 공포, 과다출혈, 쇼크, 감염, 심하면 사망에 이르러요. 할례 시술 후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불임, 출산 중 극심한 고통, 산과적 누공, 조산 등 다양한 산부인과적 합병증에 노출되고요.

할례를 당한 아이는 이제 '결혼할 수 있다'고 여겨져요. 실제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아 5명 중 1명이 아동결혼을 하는데, 할례를 받은 여자 아이는 곧 매매혼으로 나타나는 조혼에 노출되고, 이어 조기 출산과 가사 노동으로 인해 학교를 중퇴하게 돼요. 어릴적 강제로 받은 할례는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 ➡️ 이른 결혼과 출산 ➡️ 학업단절이라는 나비효과가 되죠.

👰🏽진정한 여성이 뭐길래...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할례는 불법이지만, 여전히 전세계 30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매년 400만 명의 소녀가 할례의 위험에 처해요. 대체 법을 어기면서까지 왜 여성할례를 하는 걸까요?

여성할례는 '진정한 여성'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와 같아요. 진정한 여성이 뭐냐고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순결한 존재여야 한다는 거예요. 성(性)의 즐거움을 몰라야, 결혼하기 전까지 자신의 '순결함'을 지킬 수 있고, 순결한 여성이라야 결혼할 수 있는 여성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아직 성에 대해 모르는 어린 여자 아이의 성감대를 잘라 버리는 거죠😠.

그럼...결혼을 안하면 되지 않냐고요? 비혼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신념만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예요.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은 교육의 기회를 얻기 어려워요. 실제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아의 무려 23%가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어요. 할례를 시킬 정도로 강한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교육 받지 못한 여성이 어떻게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슬프게도, 집안에서 딸은 적당한 때가 되면 시집을 보내 결혼 지참금을 벌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해요.

딸에게 할례를 시키는 또다른 이유도 있어요. 일부 지역에서 할례는 가족의 명예를 지켜준다고 믿어요. 딸을 할례 시키지 않으면, 가족까지 공동체에서 철저히 배척당하고, 무차별 폭행이나 팔과 다리를 자르는 등 가혹행위의 대상이 된 사례도 있을 정도죠. 자녀에게 할례를 시키지 않으면, 온 가족이 정든 고향을 영영 떠나야 할 수도 있어요.

​또, 할례는 은밀하게 벌어져요. 할례를 멈추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되려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할례가 더욱 음지에서 벌어진다는 거예요. 강제 시행이 용이하도록 아주 어릴 때(또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시술하는 경우가 많고, 알음알음 마을의 할례 시술자(주로 나이가 많은 여성)가 시술하기에, 할례는 '은밀'하게 '계속' 이뤄져요. '딸은 꼭 할례 시켜야 해!"란 생각이 법보다도 강한 거죠.

💪🏻할레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

여성할례 근절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거예요.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 '여자는 순결해야한다', '할례는 여자가 꼭 치뤄야 하는 통과 의례다' 등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할례를 신성시하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하죠.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오래 걸리지만, 한 번 바뀐 생각은 할례를 근절하는 큰 힘이 돼요.

국제개발협력 NGO 한국희망재단은 아프리카 여아를 위한 "걸스탠즈업 캠페인"을 통해, 2022년부터 탄자니아 엔데베시 마을에서 할례 근절 운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탄자니아 엔데베시 마을은 마사이 부족 850명이 사는 곳으로, 매년 30~50명의 여자 아이가 할례를 받아요. 아래 사진의 캡션을 눌러, 여자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걸스탠즈업(약칭 걸스업) 캠페인에 함께해보시지 않을래요?🫸🏾🙂

참고 문헌

Female genital mutilation (who.int)

What is female genital mutilation? | UNICEF

Girls’ Vision for the Future | UNICEF

International Day of the Girl Child | United Nations

Understanding the relationship between child marriage and female genital mutilation - UNICEF D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