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거절했던 고객이 먼저 연락해왔다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미팅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7) 거절했던 고객이 먼저 연락해왔다

영화 〈Door to Door〉의 주인공 빌 포터는 방문판매 영업사원입니다. 수없이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같은 집을 다시 찾아갑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는 한결같았습니다. 그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고객에게도 새로운 제품이 생기면 다시 노크를 했고, 그 반복 속에서 결국 고객이 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장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거절당한 고객을 다시 찾아간다는 것이 오히려 부담을 주는 행동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2B 영업을 하다 보면 그 장면이 점점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거절은 끝이 아니라 시점의 문제다
실제로 많은 딜은 "이번에는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정리됩니다. 조건이 맞지 않거나, 예산이 없거나, 타이밍이 어긋난 경우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순간 관계도 함께 정리해버립니다. 추가 연락을 하지 않거나, 괜히 불편해질까 봐 거리를 두게 됩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거절은 '결정'이라기보다 '시점'에 가까운 판단이라는 것입니다. 그때는 맞지 않았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때 중요한 것은 제안의 내용보다도, 거절 이후의 태도였습니다.

연결을 끊지 않았던 고객사 이야기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회사였습니다. 기업 매출은 1조에 가까웠지만 직원 수가 적고 교육 경험이 거의 없는 곳이었습니다. 꾸준히 연락해서 미팅을 성사시켰고, 우리 서비스를 전부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두려고 했지만 회사에서 매월 미팅 수치를 세게 체크하던 시즌이어서, 연락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월 1회 뉴스레터 형식의 메일이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만났던 고객사 담당자들에게 매달 정해진 날에 자료를 보냈습니다. 마케팅팀에서 매월 제작하는 기업 성공사례, 회사 행사 초대,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매년 만드는 교육 사례 디브리핑 자료도 PDF로 전달했습니다.
별도 가공 없이 정해진 날에 발송하는 것뿐이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영업 담당자들이 이걸 귀찮아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다시 생각해보니 귀찮다기보다 무반응일 때 오는 은근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달이 지나 도착한 메일 한 통
"그때 이야기했던 내용,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그 때 그 고객사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설렜습니다. 짝사랑이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담당자는 내부 보고를 올렸지만, 윗선 검토까지 몇 달이 걸린 것이었습니다.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거지,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전화해서 미팅을 잡으려 했는데, 담당자는 굳이 올 필요 없다고 자료를 메일로 달라고 했습니다. 아쉬웠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비교할 수 있게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고객은 가장 저렴한 필수 법정 교육부터 시작해서 승진자 교육까지 이어지는 계약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고객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모든 고객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대로 끝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연락오는 경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 제안이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거절 이후의 시간은 비어 있는 구간이 아닙니다. 조용히 평가가 이어지는 시간이라 스스로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응은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려 하기보다, 필요할 때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과하게 다가가지도, 완전히 끊어내지도 않는 균형입니다. 물론 말이 쉽지 행동은 쉽지 않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빌 포터가 그랬던 것처럼, 문이 닫혔다고 해서 그 집이 영원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두드릴 수 있는 사람이 다음 기회를 얻는다는 것. 설마설마했는데 제게도 적용되는 걸 보니 신기했습니다.
억지로 시작한 하찮은 메일링이 결국 그 달의 매출을 책임졌다는 것. 뭐라도 해보자! 오늘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