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

작성자 메밀국수호랑이

[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삶과 죽음에 대한 그 빛나는 이야기

메밀국수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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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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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평]

죽음을 벗으로 삼은 대담의 기록

이어령 선생이 죽음을 앞두고 김지수 기자와 나눈 대담을 바탕으로 완성한 책.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에서 이어령 선생은 독자들에게 자신이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 에 관해 이야기한다.

투병 중에도 빛났던 지성과 위트

​투병 속에서도 또렷한 정신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의 말은 힘이 있고 그 속에 위트가 녹아져 있다. 아름다운 대담은 김지수 기자의 펜을 통해 잘 다듬어졌다. 오랜 세월 '지성'으로 대변되는 삶을 산 그가 바라본 죽음에 대해서 깊이 마음에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회상

​삶과 죽음에 대해 그가 회상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평생을 문학평론가로 살면 저토록 은유와 비유를 능수능란하게 쓸 수 있을까? 다양한 예시를 물 흐르듯 인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앞선다. 죽음의 두려움 앞에 늘 초연하려 애쓰고 항암 치료도 거부하고 온 몸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그였지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일화를 들려줄 땐 결국 인간은 죽음앞에 너무도 작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일화

​그 일화는 다음과 같다. 죽음을 앞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기자에게 고백한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은 타인의 죽음이었어. 동물원 철창 속에 있는 호랑이였지. 지금은 아니야. 철창을 나온 호랑이가 나한테 덤벼들어. 바깥에 있던 죽음이 내 살갗을 뚫고 오지. 전혀 다른 거야.’ "전두엽으로 생각하는 죽음과 척추 신경으로 감각하는 죽음은 이토록 거리가 멀다네."

죽음을 준비하며 남긴 메시지

​그가 마지막 1년 열 여섯번의 인터뷰를 하기 전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어, 최근 죽음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앞두거나 목격했던 이들이 한 번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어령 선생이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며 그간 겪은 여러 일들을 중심으로 그가 느낀 죽음에 이야기하고 있으니 성숙한 이별을 학습하고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들의 반복될 삶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가는 삶

​"끝없이 움직이는 파도였으나, 모두가 평등한 수평으로 돌아간다네."라는 대목을 들으며, 세상에 태어나 마음껏 발산하며 산화하고 부지런히 반응을 하다가 이제 소진하여 평온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도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는 초월적인 믿음을 한 번 가져본다.

​리뷰 : 메호 (메밀국수호랑이)